전도&선교2016. 12.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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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은 한 평생 로마 제국 전역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복음을 믿어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들을 양육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바울도 나이가 많아졌고 그의 삶을 정리해야 할 시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지금 바울의 몸은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13) 로마 제국 전역에서 바울의 사역은 열매를 맺고 있었다. 바울이 전한 복음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심겨졌고, 수많은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바울의 가르침을 받아 교회의 지도자로 성장한 사람들 가운데 빌레몬이 있었다. 그는 브루기아에 거주하는 유력한 사람으로 그의 집에는 사람들이 매주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과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사도 바울이 빌레몬에게 보낸 편지인 빌레몬서는 빌레몬 개인에게 보낸 편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빌레몬 집에 있는 교회에보낸 편지다( 2).[1] 빌레몬은 부유한 사람이어서 그의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고, 그들을 섬기며 집안의 여러 가지 일을 감당하는 많은 종들도 있었다. 빌레몬의 집에 있는 교회에 참석하는 성도들은 빌레몬의 섬김과 헌신을 늘 칭송하였고 그 소문은 로마의 감옥에 갇혀 있는 바울에게까지 들려왔다( 7).


그러던 어느날, 빌레몬의 집에 있던 종 가운데 한 명이 주인 몰래 도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로마 사회에서는 종이 그 주인의 집에서 도망하는 일이 종종있었는데 로마 제국의 영토가 너무도 넓었기에 멀리 도망하면 주인이 그 종을 찾아내기가 워낙 어려웠던 점도 그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종이 주인의 집을 떠나기로 결심을 하고나면 대부분의 종들은 새로운 지역에서 정착하기까지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인의 재물을 훔쳐서 달아나곤 하였다. 주인의 집에서 도망하다 붙잡히면 어짜피 살아남기 어려우니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을 때를 대비하여 주인의 집에서 자신의 손으로 움켜 잡을 수 있을 만큼의 재물을 들고 떠났던 것이다.


빌레몬의 집에 있었던 종으로 그 주인의 재산을 탈취하여 도망하였던 오네시모는 운 좋게 자신의 모든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하였다. 주인의 눈을 피해 멀리 도망하였고, 그의 손에는 지금 당장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할 수 있는 재물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삶이 평탄할리 없었다. 자신의 출신을 숨긴 채 좌충우돌하며 근근히 살아가던 가운데 오네시모는 사도 바울을 만나게 되었고 바울이 전해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어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그의 신분이나 처지는 그대로였지만 오네시모는 하나님께서 빚으신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고 무엇보다 사도 바울을 도와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쓰는 귀한 일꾼이 되었다.


오네시모의 삶이 변화되어 하나님과 복음을 위한 삶을 살아갈수록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에 대한 죄의식이 더욱 깊어졌다. 아마도 오네시모는 견딜 수 없는 마음에 사도 바울을 찾아가 자신의 과거사를 고백했을 것이다. 자신이 브루기아의 빌레몬이라는 주인을 섬기던 종이었으며 그곳에서 도망쳐 나올 때 주인의 재물을 훔쳐서 달아났다는 이야기를 눈물로 고백하였다. 오네시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초지종을 알게된 바울은 오네시모를 빌레몬에게 돌려보내며 그의 손에 쥐어줄 한 장의 편지를 쓴다. 그것이 바로 빌레몬서다.


빌레몬서의 내용은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다양한 교훈을 던져주지만, 특별히 새가족사역과 관련하여 많은 통찰력을 준다. 무엇보다 사도 바울이 오네시모를 빌레몬에게 돌려보내는 장면에서 빌레몬의 가정에는 교회 공동체가 있었으며 빌레몬서의 수신자가 빌레몬 개인이지만 동시에 빌레몬의 가정에 있는 교회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해, 사도 바울은 새신자인 오네시모를 교회를 대표하는 기존 신자인 빌레몬에게 보내며 온 교회 성도들이 오네시모를 맞이하며 환영하도록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새가족 사역이란 새로운 신자가 기존의 교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런데 새가족 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의 신자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 있다. 사회적 신분이 다르거나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수도 있고, 국적이나 언어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 심지어 빌레몬과 오네시모의 관계처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아니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도 있다. 바로 그때 새가족 사역자는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새가족이 기존 교회의 성도들과 화해하고 새로운 교회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사도 바울은 빌레몬과 그 가정에 있는 교회가 오네시모를 마음으로부터 영접하고 환대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한장의 편지를 쓴다. 그런 점에서 빌레몬서는 곧 사도 바울의 새가족 사역이었다.

 



[1] 빌레몬서의 수신자는 주로 “너”라는 단수로 표시되어 있지만 인사말과 결어는 “너희”라는 복수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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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