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인문학2018. 5. 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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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보완성이라는 개념은 스탠퍼드대학의 경제학자 폴 밀그롬(Paul Milgrom) 교수와 존 로버트(John Roberts) 교수가 제안한 개념이다. , 기업들의 성공을 분석할 때 하나의 요소가 다른 요소와 어떻게 어울리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이 내린 중요한 결정들 사이의 연결관계 (상호보완성)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촘촘하게 묶인 결정들의 집합이 하나의 경영 전략(strategy)이 된다.[1] 상호보완성과 대비되는 개념은 모방이다. 우수한 조직이나 단체를 따라잡기 위해 그들의 결정이나 선택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양한 결정은 하나의 전략으로 묶여 있기에 그 가운데 일부를 모방한다고 기대했던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하버드대학교의 바라트 아난드(Bharat Anand) 교수는 상호보완성의 구체적인 예로 월마트(Walmart)의 성공을 꼽는다. 월마트는 매장을 관리하는 지역사무소를 폐쇄하여 비용의 2%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월마트의 이러한 결정은 물류를 관리하는 IT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그만큼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만일 다른 물류회사가 IT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월마트를 모방하여 지역사무소를 폐쇄한다면 비용 절감의 효과를 얻지 못할뿐더러 매장의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월마트는 도시보다는 외곽 지역에 매장을 열어 다른 업체와의 경쟁을 최소화하였다. 월마트가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 역시 특정 지역을 담당하는 창고와 유통센터를 건축하고 그 지역 안에 매장을 모아 놓았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이번에도 어느 유통회사가 월마트를 그저 모방하여 유통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외곽 지역에 매장을 연다면 제품을 공급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목회 현장에서도 이른바 벤치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교회의 프로그램이나 목회 방식을 흉내 내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다른 교회에서는 성공한 프로그램이 우리 교회에서는 신통치 않다는 경험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그 이유도 상호보완성의 개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벤치마케팅은 모방의 일종이다. 그러나 상호보완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특정 프로그램만을 도입한다면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교회가 제자훈련을 시행한다는 선택은 언제나 좋은 결정처럼 보인다. 교인의 자리에 머무르는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훈련하는 취지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제자훈련의 도입을 상호보완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제자훈련의 교재와 진행 방식만을 고민하지 말고, 제자훈련과 관련된 교회의 인프라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교회 내의 소그룹 기반이다. 다양한 형태의 제자훈련이 가능하지만 국제제자훈련원의 CAL세미나가 주도하는 제자훈련은 소그룹의 형태를 갖춘다. 나아가 제자훈련을 통해 배출된 교회의 일꾼들은 주로 교회의 소그룹 리더로 활동한다.[2] 그러므로 제자훈련 프로그램은 지역교회 안에 얼마나 소그룹 기반이 갖춰져 있는 지에 따라 그 효과가 좌우된다.

 

제자훈련과 소그룹 기반의 상호보완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면, 소그룹의 활성화를 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자훈련만을 도입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교회 안에 소그룹이 역동성이 없기에 제자훈련의 수료자들은 배운 것을 펼칠 사역의 장이 없다. 때로는 목회자가 진행하는 제자훈련반 역시 소그룹의 역동성을 잃어버려 단순한 성경공부로 전락한다. 교회의 핵심 양육 시스템으로 제자훈련을 도입하였지만, 교회가 진행하는 또 하나의 성경공부 과정이 되는 것이다.

 

한국의 많은 지역교회들이 큐티를 도입하였다. 평신도들이 정기적으로 성경을 묵상하고 자신의 묵상을 교우들과 나누며 말씀의 은혜를 풍성히 누리도록 하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큐티 역시 상호보완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해 좋은 취지가 무력해지는 경우가 많다. 큐티의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강해설교다. 큐티는 관찰 묵상 적용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는 관찰 해석 적용이라는 귀납법적 성경연구의 방법론을 공유한다. 다시 말해, 성경을 이미 정해 놓은 주제로 접근하는 것(연역적 성경연구)이 아니라 성경본문의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의미를 관찰하고 묵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귀납법적 성경 연구의 방법론을 강단에서 풀어내는 것이 강해설교다.

 

평신도들은 별도의 훈련을 받지 않으면 성경 본문을 자신이 직접 관찰하고 묵상하는 큐티를 어려워한다. 그렇다면 평신도들이 큐티를 훈련할 수 있는 기회는 어디에서 올까?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더욱 효과적이고 영향력 있는 기회는 예배 중의 설교로부터 얻는다. 만일 설교자가 연역적인 방법 예컨대, 삼대지 설교 을 주로 사용한다면 회중들 역시 성경을 연역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데 익숙해진다. 반면, 설교자가 귀납법적인 방식의 강해설교를 선호한다면 평신도들 역시 성경을 귀납법적으로 접근하는데 훨씬 더 익숙해진다. 한국 교회의 큐티를 대중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온누리교회의 고 하용조 목사가 강해설교자였다는 점을 기억해보라.

 

제자훈련과 구역모임(소그룹), 큐티와 강해설교는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양자는 상호보완성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회 현장의 상호보완성을 고려한다면 지역교회를 통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모방이 아니라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역교회 목회자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목회 정보보다 자신의 목회 현장을 통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실천신학적 교회론(practical ecclesiology)이다.



[1] 얀 리브킨(Jan Rivkin)은 상호보완성을 갖춘 기업의 강점을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한다. (1) 기업의 성공 전략을 찾아내거나 분석하기 어렵다. (2) 성공적인 기업의 한 두 가지 선택을 흉내 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3) 결정들의 집합인 전략을 통째로 모방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2] 사랑의교회 양육시스템에서는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수료한 사람이 소그룹(다락방)의 리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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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