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과 말씀묵상2020. 4. 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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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티 목회 01 _ 큐티의 신학적 이해

큐티 목회 02 _ 큐티의 목회적 이해

큐티 목회 03 _ 소그룹 나눔방의 명암

 

큐티 목회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큐티에 대한 신학적 이해다. 그런데 큐티는 성경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법론이므로 큐티에 대한 신학적 이해는 해석학적 측면, 곧 큐티라는 방법론 뒤에 놓여 있는 성경해석의 원리들을 탐구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큐티는 이러한 해석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몇몇 신학자들로부터 오해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장로회신학대학교 최진봉 교수는 현재 출판 중인 큐티집을 분석하면서 그 대부분이 ‘개인’이나 ‘개별’ 기관이 제작하였기에 성경 본문의 선정 및 배열의 기준이 각기 상이하고 자의적이며, 그 결과 주일의 경건 실천인 예배와 단절되어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매일 성구집’(Daily Letionary)은 역사적 ‘공동체’나 ‘교회’가 만들었기에 오랜 기독교 역사 속에서 형성된 신학적 방향성 위에 본문을 배열하였고, 그 결과 ‘교회력’에 부합하여 다양한 경건의 실천과 연결성을 갖게 된다는 주장이다.[각주:1] 요약하자면, 큐티가 대중적인 말씀 운동이기는 하지만 신학적/역사적 배경이 약하기 때문에 교회는 큐티라는 잠시 유행하는 대중적 방법론보다는 교회사 속에서 오랜 시간 점검을 받아온 ‘매일 성구집’의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다. 

큐티는 여러 학자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오랜 역사 속에서 여러 목회자와 신학자들의 신학적 작업 위에 형성된 방법론은 아니다. 성경의 삼중적 의미를 주장한 오리게네스의 <원리론>으로부터 시작하여 계몽주의의 성서비평학에 이르기까지, 나아가 슐라이어마허로부터 시작하여 폴 리쾨르로 이어지는 현대적 해석학 안에서도 큐티에 대한 성서해석학적 분석은 시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서해석학적 분석이 없었다는 것과 성서해석의 원리가 부재하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성경에 접근하는 모든 ‘방법론’은 사람들이 인식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상관없이 나름의 성경해석학적 ‘원리’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러므로 큐티라는 방법론에 대한 신학적 평가는 큐티 뒤에 놓여 있는 ‘원리’를 발견하고, 그 ‘원리’들을 평가할 때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순차적 읽기(Lectio Continua)와 귀납적 성경 연구 

큐티는 순차적 읽기 방식을 채택한다. 순차적 읽기란 성경의 한 권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을 말한다. 중간에 건너뛰는 본문도 없으며, 순서를 바꾸는 일도 없다.[각주:2] 성경을 순서대로 읽는 것이 무엇이 특별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1519년 1월 1일 울드리히 츠빙글리가 신년을 시작하면서 취리히 그레이트 미니스터(Great Minister)의 강단에서 마태복음 1장 1절부터 순차적으로 신약 성경을 설교하기 시작한 것은 곧 로마가톨릭교회와의 단절을 의미했다.[각주:3] 당시 모든 서방교회가 사용하고 있던 전통적인 성구집(lectionary)을 거부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불링거는 츠빙글리의 이 용기 있는 행동을 “주의 복음을 난도질하기”를 거부한 것이요, “어떤 인간적인 첨가물 없이” 설교한 것이라고 묘사한다.[각주:4]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회력과 나름의 신학적 체계에 맞추어 성경을 재배치하여 성구집을 만들었지만 츠빙글리는 그 어떠한 신학적 체계보다도 성경 자체가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let the Bible speak)을 더욱 중요하게 여겨 순차적 성경읽기 방식은 선택하였다.[각주:5] 츠빙글리의 순차적 읽기는 존 칼뱅에게 이어져 개혁교회의 전통을 형성하였고 ‘오직 성서’(Sola Scriptura)라는 종교개혁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론이 되었다. 그러므로 교회력과 성구집은 기독론 중심의 신학적 근거 위에 세워져 있지만, 큐티는 자의적으로 성경본문을 선택하고 있기에 신학적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큐티는 순차적 읽기라는 방법론의 뒤에 놓여 있는 신학적 원리, 곧 신학적 체계나 신념보다 성경의 순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명한 성서해석학적 관점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성경 연구 방법론은 논리의 흐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곧 연역적 방법과 귀납적 방법이다. 연역적 방법은 주제를 먼저 정하고 주제와 연관된 성경본문을 연구한다. 그러나 귀납적 방법은 어떠한 주제도 먼저 상정하지 않고, 성경 본문을 먼저 탐구하고 그 본문이 담고 있는 주제들을 다룬다. 큐티는 순차적 읽기(Lectio Continua)를 따르기에 기본적으로 귀납적 방법론에 서 있다. 하워드 헨드릭스에 의하면, 귀납적 성경 연구가 ‘관찰’(observation) - ‘해석’(interpretation) - ‘적용’(application)의 순서로 진행되는데,[각주:6] 큐티 역시 ‘읽기’(reading) – ‘묵상’(meditation)- ‘적용’(application)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리고 아래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각주:7] 


귀납적 성경 연구는 ‘관찰’ – ‘해석’ – ‘적용’의 순서를 따르고, 큐티는 ‘읽기’ – ‘묵상’ – ‘적용’의 순서를 따른다고 할 때, 중요한 점은 언제나 관찰(읽기)로부터 시작해서 적용으로 마쳐야 한다는 점이다(위의 표에서 화살표의 방향에 주목하라). 곧, 관찰(읽기)이 선행되지 않고는 해석(묵상)이 불가능하며, 해석(묵상)이 선행되지 않고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큐티의 핵심은 묵상과 적용이지만,[각주:8] 관찰의 과정을 소홀히 한 묵상과 적용은 올바른 큐티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개인이나 공동체의 주관적인 신학적/신앙적 관심사를 배제하고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여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성경의 관점에 맞추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큐티와 귀납적 성경 연구 사이의 공통분모이며, 이는 큐티의 해석학적 특징이다. 


평신도의 성경 해석 – 주관적, 개인적 특성 

큐티는 순차적 읽기(Lectio Continua)와 귀납적 성경 연구의 원리들을 따라가기에 성경 본문의 원래적 의미를 강조하는 방법론적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동시에 큐티는 전문적인 신학자나 목회자의 성경 연구가 아니라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평신도들이 성경을 해석하고 묵상하기에 주관적인 특성을 갖게 된다. 

오늘날 성경을 대하는 독자는 언제나 두 가지 세계의 사이를 여행하게 된다. 곧 성경의세계와 독자의 세계다. 성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이전에 기록되었다. 성경이 기록된 장소도 이스라엘과 그 주변의 지역들이다(there and then). 이러한 성경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스라엘을 기준으로 거의 지구 반대편에 해당하는 한반도에서 읽고 있다(here and now). 이처럼 성경의 세계와 독자의 세계는 시간적, 공간적, 문화적, 언어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오늘날 성경을 읽는 독자는 이 두 세계 사이를 왕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성경을 읽는 방식에 따라 성경의 세계와 독자의 세계 가운데 어느 하나를 다른 하나에 비해 강조하게 된다. 성경의 세계로 들어가 저자[혹은 편집자]의 원래적 의도를 찾아가는 과정이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한 객관적 작업이라면, 독자의 세계를 강조하며 성경 본문을 통해 개개인을 위한 영적 교훈을 찾는 과정은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주관적 측면이 강하다. 

큐티는 성서학을 비롯한 신학 전반에 대한 학문적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평신도 개인이 성경을 묵상하기에 성경의 세계에 대한 집중보다는 오늘 자신에게 주시는 말씀(특별히 묵상의 단계), 곧 독자의 세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큐티는 순차적 읽기와 귀납적 성경 연구의 방법론 위에 있지만 동시에 평신도의 지극히 주관적인 성서 해석이라는 해석학적 특성을 지닌다. 이것이 큐티와 성경공부 – 귀납적 성경 연구를 포함하여 – 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다시 말해, 큐티와 성경공부는 그 강조점이 다르다. 성경공부 역시 성서의 세계를 탐구하여 본문이 독자의 세계에 던지는 통찰력을 발견하고, 큐티 역시 독자의 세계를 강조하면서 성서의 세계를 간과하지 않지만, 성경공부는 독자의 세계보다는 성서의 세계에 그 강조점이 있으며 큐티는 성서의 세계보다는 독자의 세계에 그 강조점이 있다. 

큐티의 주관적 특성과 아울러 지적해야 할 또 하나의 특징은 큐티의 개인적 특성이다. 큐티는 오늘 나에게 주시는 말씀을 찾는 과정이기에 다른 누군가가 대신 묵상하고 해석해 줄 수 없다. 목회자나 큐티 지도자가 성경 본문에 대한 묵상 및 적용의 예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회자나 큐티 지도자의 묵상과 적용이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묵상 및 적용이라도 큐티를 하는 개인이 ‘오늘 나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큐티’가 된다. 대중적인 큐티는 언제나 혼자 큐티를 할 것을 권한다. 심지어 부부도 함께 큐티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 이유는 동일한 본문이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큐티를 하는 각자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이 별도로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각주:9]  

큐티의 개인적 특징은 큐티와 설교를 듣는 것을 비교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대부분의 큐티 지도자들이 개인의 말씀 생활에 있어서 설교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지만 큐티를 통해 오늘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중적인 큐티가 이처럼 설교와 개인 말씀생활인 큐티를 구분하는 것은 설교는 어디까지나 설교자의 본문 해석이며 설교자의 본문 적용이기 때문이다. 큐티는 설교자, 큐티 지도자, 배우자 등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개인적인 묵상과 나 자신의 개인적인 적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해석학적 특성을 지닌다. 


해석의 준거점 

큐티는 순차적 읽기와 귀납적 성경 연구의 방법을 따른다는 측면에서 성경의 본래적인 의미를 추구하면서도, 개인의 묵상과 적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특성이 공존한다. 어찌 보면 이 두 가지 특징은 상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큐티 현장에서는 이러한 특징들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물론, 때로는 성경의 본래적 의미를 찾는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고 때로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특징이 두드러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교회에서 큐티 목회를 시행하려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큐티는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정성국 교수는 성서해석학의 원리로 큐티를 분석한 <묵상과 해석>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단언한다. “해석의 목적이 해석 방법에 우선한다.”[각주:10] 그가 말하는 ‘해석의 목적’(hermeneutical goal)은 ‘해석의 준거점’(hermeneutical reference point)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곧 작은 개개의 사건을 해석하는 거대한 해석의 이야기를 뜻한다. 쉽게 이야기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성경을 해석하는 준거점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사건이다. 이 거대한 복음의 이야기(Meta-Narrative)를 준거점을 사용하여 구약과 신약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석한다. 이때 해석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해석의 목적인 거대한 이야기지, 해석의 방법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성국 교수의 논점을 큐티에 적용하면 이런 결론을 얻게 된다. 큐티의 묵상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큐티를 시행하는 공동체의 ‘해석 준거점’, 곧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 드러난 복음이지 성경 본문에 대한 개인의 관점이 아니다.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가 기독교의 복음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면 큐티를 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본문의 원래적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때로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묵상과 적용에 치우치더라도 크게 염려할 것이 없다. 큐티를 통해 얻게 되는 이와 같은 작은 정보들은 그들의 마음에 담겨있는 복음의 이야기 안에서 재해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Your Story is A Truth; 
But, God’s Story is The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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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진봉, “개인과 교회를 위한 매일 성경 읽기로서의 말씀 묵상집(Q.T.)과 매일 성구집(Daily Lectionary)에 대한 연구,” <신학과실천> 42 (November 2014): 193. [본문으로]
  2. 물론 예외는 있다. 사순절(특별히 고난 주간), 대강절 등 절기에 맞춰 성경의 본문을 선택하는 경우다. [본문으로]
  3. 츠빙글리는 마태복음 이후 사도행전, 디모데전후서, 갈라디아서, 베드로전후서를 순차적으로 설교하였고, 1525년에 요한계시록을 제외한 신약성경 전체(츠빙글리는 요한계시록의 정경성을 의심했다)를 설교하였다. 신약성경의 모든 본문을 설교한 후 그는 계속해서 구약성경을 순차적으로 설교하기 시작했다. [본문으로]
  4. Timothy George, <개혁자들의 신학> 이은선, 피영민 역, (서울: 요단출판사, 1994), 151. [본문으로]
  5. Hughes Oliphant Old, The Patristic Roots of Reformed Worship (Zürich: Theologischer Verlag, 1975), 194-97. [본문으로]
  6. 귀납법적 성경연구에 대해서는 Howard G. Hendricks and William D. Hendricks, Living By the Book: The Art and Science of Reading the Bible, revised and updated (Chicago: Moody Publishers, 2007)를 참고하라. [본문으로]
  7. 큐티를 강의하는 사람들마다 진행 순서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큰 뼈대는 동일하니 곧 관찰-묵상-적용이다. [본문으로]
  8. 두란노를 중심으로 한국교회에 큐티를 대중화시킨 고 하용조 목사는 큐티의 핵심은 묵상과 적용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 큐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묵상입니다. 하나님과 만나는 깊은 묵상이 큐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큐티의 또 하나의 핵심은 묵상된 말씀을 적용하는 일입니다.” 하용조, <큐티하면 행복해집니다> (서울: 두란노, 2008), 22 [본문으로]
  9. “큐티는 내가 하나님과 일대일로 만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자 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부부가 함께 큐티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인격적으로 만나 주시기 때문에 남편에게는 남편대로, 아내에게는 아내대로 각각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대일로 하십시오.” 하용조, <큐티하면 행복해집니다>, 94-95. [본문으로]
  10. 정성국, <묵상과 해석> (서울: 성서유니온, 2018), 69-7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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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