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0. 5. 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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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악역의 모티브를 제공한 프랑켄슈타인, 그는 이 책의 주인공으로 훌륭한 인품과 지성 그리고 인류애를 소유한 사람이다. 그러한 그가 절망과 괴로움의 나락으로 추락한 데는 단 하나의 사건, 곧 과학적 호기심과 성취욕에 사로잡혀 인간과 같은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생명의 창조주로 믿는 기독교 정신에서는 생명 창조가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바벨탑 사건으로 여겨진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의 주인공은 생명 창조의 그날부터 죄책감과 불안, 극심한 공포에 치를 떤다. 자신의 창조물이 저지른 첫 번째 살인이 일어나기 전부터 말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창조물이 살인을 저지르며 이야기는 극한의 두려움과 비극을 향해 나아간다. 어린 소년 윌리엄의 죽음, 그리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철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유스틴. 이 장면은 프랑켄슈타인의 창조물이 얼마나 악독한 존재인지 드러낸다. 그리고 그의 행동이 악독하면 악독할 수록 그것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의 죄책감은 더욱 커진다. 자신의 능력으로 최고의 성취를 이루었지만 그 결과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절망, 이것이 프랑켄슈타인의 실존이다. 

이 책이 고전으로 인정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존재가 인간 내면의 다양한 군상을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은 윌리엄, 저스틴, 클레르발, 마침내 자신의 창조자까지 죽음으로 몰아간다. 그리하여 그는 악인의 원형이 된다. 그러나 그를 가까이에서 만나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그에게도 연민과 사랑에 대한 갈망, 그리고 죄책감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의 창조물이 마음에 느꼈던 다양한 감정에 다가설수록 악의 실체는 그의 존재가 아니라 그를 창조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거부하기 어렵다. 외모가 추악하다는 이유로 그를 외면했던 인간의 증오와 배제가 그를 악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젊고 유능하며 미래가 총망되던 프랑켄슈타인이 절망과 고통의 세계에 빠져드는 이야기보다 그의 창조물이 겪었던 거절감이 더욱 큰 공감을 일으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인간의 고귀한 정신을 추앙하며 이를 따라가고자 했지만, 결국은 거절감에 몸부림치며 살인으로 이어지는 그의 고백적인 이야기는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내가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하나씩 돌아켜보면, 한때 숭고하고 투명한 미와 위풍당당한 선의 비전으로 사고가 충만했던 존재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이다. 타락한 천사가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이다."(3권 7장) 

이 책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창조물이다. 그런데 책의 시작과 끝은 월튼이라는 인물이 주도한다. 월튼이 자매 마거릿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편지로 전해주는 형식이다. 월튼은 하나의 사명을 위해 북극 항해를 시작하는데 지구의 자기장이 시작되는 북극을 여행하며 궁극의 진리를 얻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는 프랑켄슈타인(과 그 창조물)의 죽음을 목격하며 항해를 마무리한다. 이로써 북극 여행을 통해 그가 발견한 궁극의 진리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순수한 영혼은 악의 권형인 프랑켄슈타인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 이러한 두 얼굴의 프랑켄슈타인이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놓여 있다는 진실이다. 

"신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창조했다.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더러운 투영이고, 닮았기 때문에 더욱 끔찍스럽다." (2권 7장) 

프랑켄슈타인
국내도서
저자 :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 / 김선형역
출판 : 문학동네 201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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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practicaltheologian/22322225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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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