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0. 6. 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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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에서 후보자들의 경제정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지 오래다. 마치 대통령을 잘 뽑으면 그 행정부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믿고 있는 듯하다. 최소한 유능한 정부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폴 크루그먼은 그러한 대중적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논증한다. 그렇다면 왜 대중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그처럼 오해하고 있는가? 이러한 오해는 '대학 교수'로서의 경제학자와는 구별되는 '정책 기획가'로서의 경제학자들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폴 크루그만은 설명한다. 


보수주의 정책 기획자들의 오류 

통화주의자들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시장의 능력을 믿고 정부의 통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이론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당국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치지 말라는 것이었지만(반케인주의), 정작 정책적으로 채택된 그들의 주장은 과세와 규제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들은 세금이 노동 의욕을 위축할 것이고,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의 확대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통화주의자들에 이어 공급중시론자들은 공급이 충분하다면 수요는 뒤따라 올 것이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공급을 확대하는데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었고 조세 및 규제를 축소하여 공급을 확대하려 했다. 

이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의 생각은 오류 투성이라는 것이 폴 크루그먼의 주장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생산성 둔화의 원인을 확신하는 듯하지만, 그 어떠한 경제학자도 1973년까지 가파른 성장을 이룩했던 미국 경제가 왜 급격히 둔화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더욱이 통화주의자들과 공급중시론자들이 주장하는 세금과 규제의 축소가 경제성장에 거의 효과가 없거나 혹 있더라도 매우 미미한 정도라는 것이 드러났다. 오히려 조세를 낮추는 정책은 1973년 이후 심화된 소득 격차의 문제를 더욱 악화할 뿐이었다. 

폴 크루그먼은 지금까지 증명된 경제부양책이 유통되는 통화의 양을 늘리는 양적 완화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화 정책은 행정부의 역할이 아닌 연방준비이사회와 같은 중앙은행의 몫이다. 그러니 '성장'을 약속했던 보수주의자들은 그들의 약속을 조금도 지킬 수 없었다. 

"요약해 보면 보수주의자들이 범한 가장 나쁜 죄는 위선죄이다. 그들은 성장을 목표로 내걸고 성장이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이라고 떠벌렸지만, 사실상 그에 따른 모든 정책은 최소한 아주 조금이라도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집권 말기에 즈음하여 확인된 가장 놀랄 만한 사실은 그들의 집권하에서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미국의 장기 성장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p. 173) 


전략적 무역론자들의 오류 

로너드 레이건에 이어 조지 부시가 대통령으로 있었던 12년 동안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정책적으로 실현해 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약속한 '성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국 민주당은 그 틈에 새로운 경제정책을 들고 나와 정권을 차지하는데 그들의 경제사상을 폴 크루그먼은 '전략적 무역론'이라 부른다. 

전략적 무역론자들은 미국 경제의 성장성 둔화의 원인을 다른 국가와의 생산성 경쟁에서 찾는다. 그들은 미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산업을 전략적으로 선별하여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 역시 오류다. 이들의 선동으로 "대중들 - 그리고 그들의 선량들 - 은 국제 무역을 일종의 스포츠 시합으로 본다."(p. 312) 

전략적 무역론자들의 가장 큰 위험성은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져 세계적인 무역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역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에게 큰 손해만을 안기는데 말이다. 폴 크루그먼이 이 책을 저술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으로 확대된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경제 정책을 평가하는 기본자세 

일반독자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은 정치가들, 혹은 정책 기획가들의 경제 정책을 평가하는 기본자세를 학습하는 데 있다. 폴 크루그먼은 이들에 대해 단언한다. 

"보수주의자든 자유주의자든 정치가들은 모두 미국의 경제 문제를 진지하게 대하려고 하기보다는 손쉬운 길을 택하였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거대하고 복잡한 국가의 정책을 만병통치약을 팔고 다니는 약장수들의 손에 계속해서 넘겨주었다." (p. 365) 

안타깝지만, 미국의 정치인들과 정책기획자들의 모습은 한국의 정치인들과 정책 기획자들의 모습과 동일하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이 내어놓은 경제 성장에 대한 청사진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비록 경제학자라는 이들이 방송에 나와 주장하더라도 그들은 '대학 교수' 그룹보다는 '정책 기획자'에 속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더 높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경제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하다. 

"정부가 국가의 문제 해결을 약속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를 줄일 수는 얼마든지 있다." (P. 366) 

그러므로 정치인과 정책기획자의 손에 국가의 경제 문제를 모두 내어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모든 개인과 가계는 경제의 한 주체다. 국민 개인들이 경여하는 기업도 경제의 중요한 주체로서 역할한다. 각자가 책임져야 할 영역은 각자가 해결하고, 정치인들에게는 그들이 정책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요구해야 실망도 적고 역효과도 줄일 수 있다. 

 

경제학의 향연
국내도서
저자 : 폴 크루그먼(Paul Robin Krugman) / 김이수,오승훈역
출판 : 부키 199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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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