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학2020. 6. 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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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토트의 설교학은 그의 저서 Between Two Worlds: the Challenge of Preaching Today(London: Eerdmans Publishing, 1982)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존 스토트의 설교학 강의"는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설교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존 스토트는 설교가 두 세계 사이을 잇는 교량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두 세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한다. 한편에서는 성경은 연구해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회중의 세계를 연구해야 한다. 빌리 그래이엄은 목회자 콘퍼런스에서 자신의 사역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두 가지를 고치겠다고 했다. "현재보다 3배 더 연구하고, 그 대신 사역을 줄이겠다. 나는 너무 많이 설교하면서 연구는 너무 적게 했다." (Stott 1982, 137 재인용) 


성경 연구와 회중 연구 

성경 연구는 설교자의 평생 과업이다. 존 스토트는 포괄적인 연구(compherensive study)를 강조한다. 그는 마틴 로이드 존스의 글을 인용하며 설교자가 일 년에 성경 전체를 최소한 한 번은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Stott 1982, 139) 평신도만이 아니라 목회자도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 본문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할수록 더욱 넓은 마음으로 성경을 연구해야 한다. 여기에서 '열린 마음'(open-minded)이 중요한데, 듣고 싶지 않은 말씀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을 뜻한다.(Stott 1982, 141) 열린 마음으로 성경을 연구해야 자신의 관점을 내어 놓고 성경 본문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을 오늘날의 회중에게 선포해야 하는 설교자는 회중이 처한 사회적 환경을 반드시 연구해야 한다. 그런데 회중 연구는 책보다는 회중을 직접 만나는 것이 효과적이다. 존 스토트는 회중을 연구하기 위해 자신의 교구 식구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설교자는 무엇인가를 교훈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자리에서 설교자가 해야 할 것은 '교훈'이 아니라 '질문'이다.(Stott 1982, 146) 존 스토트의 방법론을 한국 교회의 용어로 표현하면 '심방'이 된다. 심방을 가르치는 자리가 아닌 경청하는 기회로 삼으라. 이를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경청은 회중을 이해하게 하고, 목회자가 설교단에서 성도들의 마음에 와 닿는 설교를 할 수 있게 만든다. "겸손한 경청은 의미 있고 유익한 설교를 위한 필수 항목이다."(Stott 1982, 147) 

존 스토트는 회중을 이해하기 위해 1974년부터 '독서 모임'을 진행하였다.(Stott 1982, 148-150) 교회 성도 가운데 전문직 종사자 십여명이 함께 모였다. 한 달에 한 번씩 저녁 시간을 이용하였는데, 모임의 마지막에 다음 모임을 위한 도서를 선정하였다. 모임 초기에는 기독교 서적을 읽기도 하였지만, 점차 종교 서적보다는 대중적인 책을 읽었다. 존 스토트는 독서 모임을 통해 교회 성도들이 처해있는 세상을 이해할 뿐 아니라 상실과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기독교의 대사회적 사명을 고취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존 스토트는 자신의 경험을 서술하며, 설교자들이 교회의 성도들과 유사한 모임을 진행하기를 권고하는데 이는 한국 교회에서도 활용할만한 방법이다. 


연구 습관 만들기 

존 스토트는 영국 목회자들이 개인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한편으로 공감을 표한다. 목회자가 감당해야 할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야기인데, 이 대목을 읽으며 이것이 한국 교회만의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물론, 한국교회처럼 새벽기도나 심야기도회는 없겠지만). 과중한 업무에 대한 존 스토트의 대답은 분명하다. "우리의 선배들은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방해가 되는 업무를 조절하였다."(Stott 1982, 154) 존 스토트도 목회 초년병 때는 밀려드는 업무로 설교 준비를 완성하지 못한 채 강단에 오르곤 했다고 고백한다. 그때 윌킨슨(L. F. E. Wilkinson)의 '조용한 하루'(a quiet day) 개념을 접하고 곧장 실행한다. 한 달에 하루만큼은 모든 업무로부터 벗어나 기도와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다. 존 스토트는 조용한 하루가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한 달에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를 시행했다.(Stott 1982, 155) 

'조용한 하루'라고 부르든 그렇지 않든, 정기적으로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목회자의 과중한 업무인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연구가 불가능하다. 존 스토트는 이 문제를 교회론에 대한 관점과 연결시킨다. 목회자가 바쁜 이유는 교회의 제반 사항을 자신이 직접 틀어쥐려는 "성직자 중심주의"(clericalism)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로하는 목회자 그리고 좌절한 평신도, 이들이 위험한 결합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몸이 성숙으로 자라지 못하게 한다."(Stott 1982, 158) 목회자가 평신도와 협력하지 않으니 목회자는 연구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존 스토트는 과중한 업무 외에 설교자의 연구를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를 한 가지 더 지적한다. 바로 '게으름'이다. 교회에서는 설교자의 연구를 지도하거나 감시할 사람이 없기에 연구의 부족으로 설교의 질이 추락할 때까지 설교자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설교자가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하는 이유다. 

존 스토트는 설교자의 연구를 방해하는 요소로 과중한 업무와 게으름을 지적하였는데 이는 한국 교회 설교자들도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 틀림없다. 다만, 한국 교회는 영국 교회의 상황과 다른 차이점도 존재한다. 곧, 지나친 설교의 횟수다. 설교가 아닌 교회의 행정 업무라면 평신도에게 역할과 권한을 위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교회에서 설교는 목회자의 고유 영역이다. 문제는 설교의 횟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설교의 횟수를 조절하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존 스토트의 설교학 강의 01 _ 설교의 영광: 역사적 개요

존 스토트의 설교학 강의 02 _ 현대 교회의 설교 위기

존 스토트의 설교학 강의 03 _ 설교의 신학적 근거

존 스토트의 설교학 강의 04 - 교량으로서의 설교

존 스토트의 설교학 강의 05 - 설교자의 연구(공부)

존 스토트의 설교학 강의 06 _ 설교 준비 과정

존 스토트의 설교학 강의 07 - 진심 그리고 열정

존 스토트의 설교학 강의 08 - 용기 그리고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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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