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0. 11. 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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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출판된 마틴 로이드 존스의 <설교와 설교자>(Preaching and Preachers)는 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자신의 설교 사역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보다 성숙한 설교자가 되기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을 제공한다. 이 책의 한국어 번역이 처음 출간된 2005년 당시 대학원에서 역사신학을 공부하던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설교를 되돌아보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마틴 로이드 존스가 이 책을 저술한 지 50여 년, 한국어 번역이 출간된 지 약 15년이 흐른 지금 다시 한번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얼마나 많은 사역을 해왔던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은 2020년에도 한국 교회는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수많은 사역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때 오래전 오직 참된 설교만이 목회 현장에서 가장 긴급한 사역이라고 외쳤던 그의 외침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마틴 로이드 존스는 전문적인 설교학자도 아니며, 그의 저서 <설교와 설교자>도 학문적 깊이가 남다른 설교학 저술도 아니다. 그저 교회가 쇠퇴하고, 그 근본 원인으로 설교가 쇠락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며 ‘설교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어느 노(老) 설교자의 외침이다. 그렇기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예배당에 텅 비어버린 예배와 설교의 현장 속에서 그의 외침이 더욱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마틴 로이드 존스는 당시 교회의 문제점을 과거 의사로 일했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한다. 질병에 걸려 큰 통증을 느끼는 환자에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불쌍히 여기며 진통제로 당장의 통증만 사라지게 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환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통증을 제거하는 약이 아니라, 질병을 바르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틴 로이드 존스는 당시의 교회가 성도들의 근분 문제를 해결하는 설교 사역은 뒷전으로 물리치고 성도에게 약간의 유익을 끼치는 여러 가지 활동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말하는 교회의 참된 사명은 “인간을 하나님과 바른 관계로 이끄는 것이며 화목케 하는 것”이다(p. 47). 문제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죄인들을 하나님께 이끌어 그분과 화목하게 할 수 있는가? 오직 복음의 진리를 그들에게 선포하는 설교만이 그 대안이라는 것이 마틴 로이드 존스의 일관된 논지다. 

여기에 전도 설교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마틴 로이드 존스는 설교를 그 내용에 따라 전도 설교와 양육 설교로 구분한다(p. 95). 그리고 그는 교회 강단에서 전도 설교가 점차 사라지는 현상을 개탄한다. 전도 설교의 부재 현상은 예배당에 앉아 있는 회중에 대한 오해로부터 시작되는데 이에 대한 마틴 로이드 존스의 통찰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리고 그가 처했던 문화적 배경과 전혀 다른 지금의 한국 교회에서도 분명히 유효하기에 조금 길지만 그의 글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이 문제에서 강단이 주로 부닥치게 되는 위험은, 현재 교회에 다니면서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할 뿐 아니라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전부 그리스도인으로 가정해 버리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실수요 흔한 실수인 것이 확실합니다. 이런 가정이 위험하고 잘못된 이유는, 그럴 경우 무슨 예배를 드리든 그리스도인 신자들에게 맞추어 설교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설교자는 항상 교육적인 메시지만 전할 것이며, 전도적인 요소나 관심은 거의 전적으로 무시하게 될 것입니다(pp. 226-227). 

우선 저 자신의 경험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수년 동안 저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면서도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그렇지 않음을 깨닫고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교인으로서 교회에 출석했고 정기적으로 예배도 드렸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설교자들처럼 다른 사람들도 제가 그리스도인일 것이라고 가정했지만, 그 가정은 틀렸습니다. 그들은 저의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 필요했던 것은 죄를 깨우치고 저의 필요를 보여 줌으로써 진정으로 회개케 하는 설교, 중생에 대해 말해 주는 설교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설교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전부 그리스도인일 것이라는 가정, 그렇지 않다면 회중석에 앉아 있지 않으리라는 가정에 근거한 설교만 늘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것이야말로 특별히 20세기 교회가 저지른 가장 중대한 잘못 가운데 한 가지입니다(pp. 227). 

물론 교회 안에는 복음의 진리를 믿고 받아들여 구원을 체험한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전도 설교가 그들에게는 무익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복음은 신앙생활의 초보단계에만 필요하고 성숙한 그리스도인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지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신앙생활의 첫단계인 것은 분명하지만 신앙생활이 깊어지고 믿음이 성장한다는 의미는 복음의 깊이를 더욱 깨달아 가는 것이요, 자신의 전 존재와 모든 삶을 복음의 관점에 맞추어 날마다 재조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마틴 로이드 존스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바는 전도설교와 강해설교(biblical preaching, 연속설교가 아님)다. 시간이 지나며 이 책의 종이가 바래지듯 전도 설교와 강해 설교에 대한 강조도 시대의 흐름에 너무 뒤처진 듯 들린다. 그러나 코로나의 상황 속에서 예배의 위축과 목회의 쇠퇴를 지켜보는 지금, 마틴 로이드 존스의 외침은 잠들어 있는 설교자의 마음을 흔들어 깨우는 듯하다. 

설교와 설교자
국내도서
저자 : 마틴 로이드 존스(David Martyn Lloyd-Jones) / 정근두역
출판 : 복있는사람 200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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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practicaltheologian/22322225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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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