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인문학2020. 12. 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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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인간의 삶을 여러 비유로 묘사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문’(doors)이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들어오라고 초청하시는 ‘문’이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열린 문’(계 3장)과 ‘좁은 문’(마 7장)이다. 


열린 문 (요한계시록 3장 7-13절) 

요한계시록 3장에는 소아시아에 위치하였던 빌라델비아 교회에게 보내는 편지가 등장한다. 그 편지에는 하나님을 “거룩하고 진실하사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로 묘사한다(7b절). 다윗의 열쇠란 통치권을 의미하는데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가 되신다는 믿음이다. 요한계시록 3장은 계속해서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그”(7c절)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 언제나 문이 활짝 열리기를 원한다. 진학의 문, 취업의 문, 결혼의 문, 성공의 문 등. 그래서 성도들은 인생의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권세를 가지고 계신 하나님께 기도하며, 계속 이어지는 구절이 자신에게 주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볼지어다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8a절) 

이 구절에서 하나님은 분명히 열린 문을 약속하셨다. 그러나 빌라델비아 교회에 보내는 편지는 여기까지 읽으면 본문의 뜻을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바로 뒤에 성경이 말하는 열린 문의 특징을 주목해야 한다.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하지 아니하였도다(8b절) 

열린 문의 특징은 작은 능력으로 말씀을 지키는 삶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허락하시는 열린 문은 큰 능력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다. 능력이 작고 부족하기에 자신의 한계에 다다르기도 하며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능력이 부족하기에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사모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더욱 성실히 순종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앞길을 헤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능력이나 실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철저히 인정하고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을 의지할 때 주님께서 우리의 인생길을 열어주시는 것이 성경이 약속하는 ‘열린 문’이다. 

열린 문의 중요한 특징을 이렇게 정의하고 나면, 빌라델비아 교회에 주시는 하나님의 약속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먼저, “내가 또한 너를 지켜 시험의 때를 면하게” 하신다는 약속이다(10절). 당연한 이야기다. 요한계시록 3장이 약속하는 열린 문은 나의 큰 능력으로 세상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기에 시험의 때를 맞이하기 마련이고, 그 과정은 참으로 힘겹다. 이때 하나님께서 도움의 손이 되셔서 그 시기를 견디게 해 주신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약속은 “이기는 자는 내 하나님 성전에 기둥이 되게” 하신다는 것이다. 여기서 성전의 기둥은 솔로몬이 성전을 건설할 때 그 앞에 세워둔 두 개의 기둥(야긴과 보아스, cf. 대하 3:17)을 가리킨다. 이것은 성전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은혜를 상징하는 기념비다. 자신의 능력 없음을 깨닫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열린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약속은 그가 하나님의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하나님의 임재와 은혜를 드러내는 예증(기념비)이 되게 하시겠다는 약속이니 적은 능력을 가진 인간들에게 가장 합당하고 영광스러운 약속이 아니겠는가? 


좁은 문 (마태복음 7장 13-14절)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들어오라고 초대하시는 ‘문’은 열린 문이며 동시에 좁은 문이다. 이 두 가지 ‘문’의 의미는 언듯 상충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열린 문의 구체적인 의미가 작은 능력으로 말씀을 지키는 삶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제 열린 문의 의미가 서로 상응한다. 

예수님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말씀하시며, 좁은 문을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과 비교하신다. 그러나 그 두 개의 차이를 살펴보기에 앞서, 좁은 문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의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자. 그것은 두 개의 문 모두 열려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적은 능력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며 들어가는 ‘열린 문’의 정의를 미리 살펴보지 않았다면,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 모두를 주님께서 들어오라고 초대하신 약속의 문으로 착각할 뻔하였다. 그러면 좁은 문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먼저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이다. 그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13절). 문도 크고 길도 넓으니 사람들은 자신의 죄악 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은 문이다. 그래서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자세를 낮추어야 그리로 들어갈 수 있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14절) 한 번 들어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자신을 복종시켜야 한다. 그래서 좁은 문이요, 그곳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적다. 문이 닫혀있기 때문이 아니라, 열린 문이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사형통의 문이 아닌 것이다. 

입시철이 다가오면 교회는 물론이고 성당과 법당에서도 자녀들의 인생에 크고 넓은 문이 열리기를 기도한다. 자녀들을 위한 부모의 간절한 기도는 아름답고 때로 숭고하기까지 하다. 아울러 그리스도인 부모라면 그의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채워주기 바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도 헤아려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나님 아버지는 그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열린 문을 두시고, 좁은 길로 들어오라고 초청하신다. 그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좁은 문이 우리를 생명으로 인도하며, 열린 문이 우리로 하여금 성전의 기둥과 같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가장 복된 인생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예레미야 28장 13절 & 마태복음 11장 29-30절 / 인생의 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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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