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1. 1. 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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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설교집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설교집이 아니다. 우리가 한국교회 강단에서 흔히 듣는 설교와 그 형식과 내용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편집부는 서론에서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설교집은 종교적 언어에 알레르기가 있었던 사람이 쓴 책입니다.” 

글의 형식과 내용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관성을 지닌다. 형식이 다르다는 것은 새로운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저자나 화자가 적극적으로 다른 형식의 언어를 선택했다면, 그는 무엇인가 새로운 내용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유진 피터슨이 종교적 언어를 애써 회피하려 했다면 그것은 단지 형식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새롭게 담아내려는 내용이 있었을 터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유진 피터슨이 새롭게 표현하고 싶었던 내용 가운데 하나가 ‘오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해’라는 주제는 이 책의 후반부에 등장한다. (제26~29일) 

“요한은 예수께서 행하시고 말한 것을 듣는 자나 보는 자가 심각하게 오해한 몇 가지 사건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예수께서 바로 그 오해를 어떻게 사용하셨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요한은 믿음을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제26일)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기 위해 걸어가시는 그 걸음을 바라보며 인간들이 범했던 오해를 유진 피터슨은 3가지로 지적한다. 첫째는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기 위해 향유를 예수님께 부은 마리아의 오해다. 그녀는 예수님의 죽음이 항구적인 죽음이라고 오해했다. 둘째는 유대교 지도자들의 오해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움켜잡고 있는 그것을 버려야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예수님을 오해했다. 셋째는 예수님께 종려 나뭇가지를 흔들며 찬양했던 무리들의 오해다. 그들은 예수님을 정치적 메시아로 오해했다. 그리고 유진 피터슨은 인간의 오해를 예수님이 그대로 수용하여 더욱 깊은 믿음의 성숙으로 이끄셨다고 요한복음의 의미를 분석한다. 

“예수님은 그 헌신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그것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서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 … 복음은 그 모든 헌신을 흡수하고 받아들여 부활이라는 이해로 우리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 (제 27일) 

“예수님은 그 오해를 받아들이셨습니다. 자신에게 하려는 일을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 …. 그 오해를, 당신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순종과 생명을 얻는 이해로 바꾸셨습니다.” (제 28일) 

“이번에도 예수님은 그들의 오해에 분노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의 환호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행진을 따랐습니다. …. 그리고 그들의 필요와 욕망과 소원을 궁극적으로 채워 줄 부활을 통해서 그들에게 그 열광과 기대를 다시 돌려주셨습니다.” (제29일) 

유진 피터슨의 성경해석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경해석에 대한 논의에 앞서, 설교 언어의 변화가 새로운 주제를 포용하는 방식에 먼저 주의를 기울여보자. 많은 강단에서 행해지는 웅변조의 설교, 곧 선포와 책망의 설교 언어는 ‘오해’라는 주제를 너그럽게 포용하기 어렵다. 선포와 책망의 어조에서 ‘오해’란 속히 교정되어야 할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진 피터슨은 종교적 언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새로운 언어를 추구하였기에, 오해라는 개념을 너그럽게 용납하며 그것의 유익을 설교할 수 있었다. 

사복음서 설교
국내도서
저자 :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 양혜원역
출판 : 복있는사람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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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practicaltheologian/22322225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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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