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3. 2. 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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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많은 질병은 섭취하는 열량만큼 몸의 움직임이 부족하여 발생한다.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부분의 성인병이 그렇다. 그래서 의사들은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대인들 가운데 운동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충분히 걷기만 해도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걷기의 유익을 알지만 걷기를 실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걷는 존재>의 저자 애나벨 스트리츠는 이 책에서 52개의 걷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한글 제목은 <걷는 존재>이지만, 원서의 제목은 <52가지 걷는 방법>(52 Ways to Walk)이다. 그만큼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걷기에 대한 사유보다 실제적인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걷기의 유익에 대해서는 알지만 걷기를 실천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걷는 방법'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아니, 걷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 걸음마를 뗀 이후 우리 모두는 걷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우리는 얼마든지 걸을 수 있다. 그러나 다채롭게 걷는 방법은 모른다. 그래서 걷기를 단조롭고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재미가 없으니 하고 싶지 않고, 걷기의 유익은 인정하지만 실제로 걷지 않게 된다. 애나벨 스트리츠가 제시하는 52가지의 방법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걷기에 다양한 의미와 재미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그녀가 52가지의 방법을 제시한 이유는 매주 하나씩 실천하면 일 년 동안 즐겁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금 나에게 적합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듯하다. 

애나벨 스트리츠가 제시하는 걷는 방법은 때로 서로 상충하는 것도 있다. 제2장은 바른 자세로 빨리 걸으라고 권한다. 반면 4장에서는 천천히 걸으라고 조언한다. 15장에서는 혼자 걸으라고 말하고, 43장은 모두 모여 함께 걷는 유익을 강조한다. 26장은 햇살 아래에서 걷기 위해 정오 시간에 걷는 것이 좋다고 말하면서, 46장은 밤길을 걸으라고 말한다. 이러한 내용을 읽으며 굳이 무엇이 다른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인지 질문할 필요는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심지어 상반된 경우라도 그 나름대로의 방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걷기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으면 천천히 걷는 대로 좋고, 바른 자세로 빠르게 걸으면 그 나름대로 유익하다. 햇살 아래에서 걸으며 경험하는 것과 밤길을 걷는 경험은 서로 다른 감정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들은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다채로운 걷기를 위한 조언이다. 

걷는 방법은 다채롭기에 이것이 정답이고 저것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으며 누리는 즐거움을 증가시키기 위해 피하거나 멀리해야 할 것은 분명히 있다. 바로, 핸드폰 사용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에서 달리는 동안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 GPS 기계 사용을 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러너들이 주로 사용하는 GPS 계기는 핸드폰과 워치다. 걷기도 마찬가지다. 핸드폰을 바라보는 습관은 걸으며 주변을 관찰하거나 냄새를 맡는데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면 변하는 날씨가, 계절이 바뀌는 풍경이 보이고, 새의 목소리가 들린다." (p. 59) 강변이나 공원을 걸을 때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그곳에서조차 핸드폰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사람들의 자세다. 

실외운동인 걷기는 걸으면서 마주치는 생경한 풍경이 신선함을 제공한다. 평소 다니던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색다른 풍경을 맞이할 수 있다. 때로는 걷는 시간만 바꾸어도 된다. 인공조명 아래에서 시곗바늘에 따라 움직이는 현대인들도 거리로 나가 걷기만 해도 자연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걷기는 조금만 정성을 들여도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단, 조건이 있다. 주변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와 열린 마음이 그것이다. 

 

 

현대인을 위한 행복 가이드: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달리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개념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다. 그런데 '몰입'이라는 개념의 창시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몰입과 달리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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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서평2023. 2. 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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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기다. 저자인 에릭 와이너는 행복이라는 주제로 열 개의 나라를 여행했다. 잘 쓰인 여행기가 그렇듯, 이 책도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돈과 행복

행복을 위해 돈은 어떠한 역할을 할까? 과연 돈은 행복의 충분조건인가, 아니면 필요조건인가, 그것도 아니면 관련이 없는가? 에릭 와이너는 행복이라는 주제를 따라가며 돈의 역할에 대해 계속 질문한다. 그가 카타르를 여행한 이유도 돈과 행복의 관계를 밝히기 위함이었다. 카타르는 석유를 통해 갑자기 부를 쌓은 나라다. 만일 돈이 행복을 보장한다면 카타르는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카타르를 방문하여 카타르 사람을 만나보면서 그는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역으로, 에릭 와이너는 몰도바가 불행한 이유가 가난 때문인지 질문한다. 그가 여행한 열 개의 국가 가운데 몰도바는 유일하게 행복이 아닌 불행의 이유를 찾기 위해 여행한 장소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가난이 불행의 결정적 요소라는 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 

돈과 행복에 대한 생각은 대부분 불확실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상투적으로 말하면서 실제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상황이 단순한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p. 315) 저자는 이러한 깨달음을 행복에 대해 적용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생 전반에 대한 진리다. 돈과 행복의 관계도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행복은 부산물이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이 책에서 수차례 반복되는 문장이 있다. "행복은 부산물이다." 행복은 부산물이기에 행복을 잡으려고 달려가면 오히려 행복을 놓친다. 그러나 가치 있는 삶을 살다보면 행복은 어느새 내 곁에 있다. 너새니얼 호손은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어깨에 내려앉는 나비와 같다."(p. 440) 행복한 삶과 가치 있는 삶은 다른 개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가치를 추구한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면 행복이 달아난다. 그러나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면 행복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행복은 가치 있는 삶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부산물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행복을 찾기 위해 그토록 먼 여행길을 떠났다는 것은 흥미로운 역설이며,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에 대한 상징이다. 

행복의 길을 찾기 위해 열 개의 나라를 여행한 저자가 행복에 대해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돈은 중요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다. 돈이 우리 생각대로 기능하는 것도 아니다. 가족은 중요하다. 친구도 중요하다. 시기심은 해롭다.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그렇다. 바닷가는 선택 사항이다. 신뢰는 그렇지 않다. 감사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서 감히 더 나아가는 건 종잡을 수 없는 바다에 발을 들여놓는 것과 같다." (p.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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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서평2023. 1. 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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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기도>(A Simple Way to Pray)는 마틴 루터가 가까이 지내던 이발사 페터(Peter the Barber)에게 쓴 편지의 확장판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도의 방법론은 신학적이면서 동시에 실제적이다. 팀 켈러 목사는 <기도>라는 책을 저술하면서 마틴 루터의 <단순한 기도>를 여러 차례 인용하는데, <단순한 기도>에 대해 팀 켈러는 이렇게 평가했다. "지극히 실제적인 면모와 심오함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해마다 다시 읽어 볼 만한 자료다."


집중하라 그리고 성령을 따르라

마틴 루터는 기도를 모든 성도들이 최고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기도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은 많은 기도 시간을 할애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기도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틴 루터는 이렇게 썼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기도하는 사람은 제대로 기도한 적이 없음이 분명합니다. 제대로 된 기도를 바친 기도자는 자신이 기도할 때 쓴 모든 단어와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기억하기 마련입니다."(p. 24) 이 구절은 우리의 기도가 얼마나 초점을 잃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내 삶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과 대화하면 우리는 그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그런데 하나님과 대화하면서 기도가 끝남과 동시에 그 내용을 잊어버린 적은 얼마나 많은가? 

마틴 루터는 기도에 집중하라고 말씀한다. 동시에 성령께서 기도의 방향을 바꾸신다면 성령을 따르는 자유도 강조한다. "성령이 그대의 마음속에 풍부하고 깨우침을 주는 생각을 불어넣으시면 지금까지의 설명에 집착하지 말고 그분을 기리십시오."(p. 29) 루터는 말씀을 묵상하며 그 깨달음을 가지고 기도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인간의 묵상이나 연구보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야 한다. 루터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가면서 하나님께서 들려주시는 음성을 놓치지 말라고 권면한다. 성령의 음성이 들려올 때 잘 기록해 두라는 권면도 빼놓지 않는다.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해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기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성령께서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이기 때문이다. 


말씀 묵상과 기도

마틴 루터는 그의 친구 이발사 페터에게 성경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한다. <단순한 기도>의 많은 분량이 주기도문, 십계명, 나아가 사도신경을 이용한 기도의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주는데 할애되어 있다. 루터가 제시하는 기도의 방법은 모든 성경을 본문으로 삼아 기도할 때 적용할 수 있다. 루터는 성경을 이용한 기도를 네 가지 단계로 설명한다. (1) 교훈 (2) 감사 (3) 고백 (4) 간구의 순서다. 먼저 교훈이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는 단계다. 이 과정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보다는 성경을 묵상하거나 연구하는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본문을 통해 하나님의 교훈을 깨달았다면 이제 기도를 시작한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며, 끝으로 간구하며 기도한다. 루터는 십계명을 본보기로 설명하면서 이 네 단계를 멋지게 표현했다. "십계명은 우리 삶의 교과서이고 노래책이며 참회서이자 기도서입니다."(p. 44) 

기도와 관련하여 종교개혁의 전통에는 시편 기도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단순한 기도>에서 루터가 시편 기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교훈 - 감사 - 고백 - 간구의 네 단계는 시편기도를 위한 좋은 가이드를 제공한다. 성경에 근거하여 보다 풍요로운 기도를 드리고 싶은 성도들, 특별히 시편기도를 시도하려는 성도들은 팀 켈러 목사의 평가대로 이 짧은 책을 규칙적으로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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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역사에 빛나는 기도문 06 “마틴 루터”

기도를 배우는 최고의 방법 가운데 하나는 훌륭한 기도를 본받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기도인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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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서평2022. 12. 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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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된다는 민주주의 사상을 반대하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주의 공부>의 저자 얀-베르너 뮐러는 포퓰리즘(특별히 우익 포퓰리즘)을 자신이 '진짜 시민'의 대변자라는 주장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포퓰리즘은 자신이 대변하는 진짜 시민과 다른 (혹은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을 가짜 시민이라고 여긴다.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시민들의 의사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포퓰리즘은 자신들이 선거에서 이기면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가짜 시민에 의한 부정선거라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은 평등과 자유다. 모든 시민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포퓰리즘은 진짜 시민과 가짜 시민을 구분하여 평등이라는 가치를 훼손한다. 

평등과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저자는 다음의 두 가지 명제를 주장한다. 
1. 민주사회의 국민은 다른 시민을 제명하거나 다른 시민의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 (p. 64) 
2. 국민의 정의를 둘러싼 논쟁에서 어떤 국민 개념이 '자명하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p. 65) 

모든 시민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면, 불일치와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약속은 우리 모두가 뜻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것이 아니다."(p. 69) 여기에서 저자는 의견의 불일치와 비존중(disrespect)를 구분한다. 의견의 불일치는 민주주의를 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바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동일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존중하지 않는 비존중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을 잡은 이들에게 반대파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아가 민주주의가 올바로 서기 위해서는 "충실한 반대파"(loyal opposition)의 존재가 필수다. 충실한 반대파는 상대방의 승리를 인정한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는 얼마든지 그들이 승리할 것을 기대한다. 그래서 민주주의 체제를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가치도 포기하지 않는다. 애덤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를 "제도화된 불확실성"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선거는 제도화되어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의 승패는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민주주의에 역동성과 창의성을 불어넣으며, 충실한 반대파의 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 

"제도화된 불확실성"을 실현하기 위해 저자는 두 가지 인프라가 필수라고 역설한다. 곧, 언론과 정당이다. 이 두 가지는 대의 민주주의를 위한 매개 기구라고도 부를 수 있다. 물론, 언론과 정당은 불확실성을 통한 역동성을 창출하기보다 오히려 자신들의 신념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인터넷 플랫폼이 중요해진 시대에는 알고리즘이 그것을 양극화를 강화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언론과 정당이 매개 기구가 되어 민주주의의 인프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외적 다원주의와 함께 내적 다원주의가 존재해야 한다. 외적 다원주의란 다양한 시각의 언론과 다양한 정치 철학을 담지한 정당의 존재를 말한다. 그와 함께, 혹은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내적 다원주의다. 언론과 정당이 그 내부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토론하고 대화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영국 철학자 오노라 오닐은 매개 기구가 민주주의 인프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접근성과 자율성이 있어야 하고 또한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다. 역사상 공짜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p. 179) 의견의 불일치를 인정하고 때로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인프라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사회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매개 기구의 접근성과 자율성 그리고 평가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민주주의는 효율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들여야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평등과 자유라는 민주주의 가치는 그 모든 것을 투자하기에 충분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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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서평2022. 11. 1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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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에 대해 보다 실천적인 접근을 위해 초점을 좁혀보자. 환경 문제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 개념이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기후 문제다. 환경 문제의 다른 분야와 달리 기후 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진입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후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비교적 측정이 가능한 실천적 문제로 집약된다. 그만큼 기후 문제는 대처 방법에 있어서도 비교적 단순하다. 그런 점에서 <그린워싱 주의보>의 저자 이옥수는 이 책에서 기후 문제에 집중한다. 


기후 문제를 위한 기업의 역할

기업의 활동은 온실가스 배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고객에게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B2C(Business-to-Consumer),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업인 B2B(Business-to-Business), 그리고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 활동인 B2G(Business-to-Government)의 모든 영역에서 온실가스는 배출된다. 그러므로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투자자, 정부, 고객이 기업에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이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촉구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기업은 언제나 재무적 관점에서 의사를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규제를 통한 네거티브(negative) 방법보다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법을 도입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그린워싱 주의보>에서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를 소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EU는 현재 온실 가스 1톤당 약 80유로, 한화 11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한다. 기업은 상호 간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기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업은 그만큼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그린 뉴딜 
정부가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기업과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그린 딜(Green Deal)이라고 부른다. 

녹색 채권 
채권의 형태로 투자자들이 그린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녹색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반드시 투자자가 인정하는 녹색 활동에만 쓰여야 한다." (p. 53) 

녹색 여신(Green Loan)
개인이 녹색 기업에 제공하는 투자가 녹색 채권이라면, 녹색 여신은 은행이 녹색 기업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인천 송도에 본사가 위치한 녹색기후기금은 개발도상국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선진국의 자본을 투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기후 문제를 위한 소비자들의 역할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그린워싱이란 친환경이 아닌 제품이나 서비스를 친환경으로 포장하거나 광고하는 형태다. 이른바 '위장 환경 주의'다. 소비자로서 그린워싱 제품을 판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 하나의 대답이 '생애 전 주기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다. "제품의 생애 전체에 걸쳐 환경 유해 물질을 얼마나 배출하는지 평가하는 것"이다(p. 73). 

예를 들어, 텀블러와 일회용 컵을 비교하면 텀블러가 더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LCA로 분석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텀블러 한 개는 평균 671g의 온실가스를 발생한다. 반면, 일회용 종이컵에서는 평균 28g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텀블러 한 개를 24회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 종이컵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만일 24회 미만으로 사용한다면 종이컵이 더 친환경이라는 뜻이다. 비슷한 예로, 에코백이 있다. 2018년 덴마크 환경보호국은 면 재질의 에코백은 최소 7,100번 이상 사용해야 같은 크기의 비닐봉지를 사용했을 때보다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p. 75). 그러므로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는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소비 행동이 될 수 없다. 친환경적인 소비는 텀블러든 에코백이든 하나의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삶의 방식에 있다. 

"개인으로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답은 결국 미니멀리즘(minimalism)일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소비 욕망에서부터 조금은 거리를 두고 꼭 필요한 자원만을 사용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p.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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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서평2022. 11. 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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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취미로서의 공부다. 학창 시절 의무감 혹은 압박감으로 공부에 매진하던 모습과 달리 입시나 자격증과 상관없는 공부, 오로지 교양과 지적 탐구를 위한 공부다. "지금을 만족스럽게 살면서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신체를 단련하고, 마음을 수련하고, 두뇌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p. 19) 저자 신미경이 강조하는 취미로서의 공부에는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은 물론이요, 건강한 신체를 위한 운동과 마음을 수련하기 위한 명상도 포함된다. 

저자 신미경은 현대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취미를 위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관심 분야에 대한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서를 넘어 유튜브 등을 통한 교육 영상이 인터넷 공간에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자료들이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있다. 관건은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자료를 나 자신의 보다 지적이고 우아한 삶을 위한 학습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의지다. 

우리 주변에는 중년 이후의 삶을 지적이고 우아하게 가꿀 수 있는 공부의 자료가 가득하다. 그러나 자료가 넘친다고 그것이 나의 지성이나 우아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곤 한다. 그러나 경제적 여유가 선사하는 편안함만으로는 삶이 풍성해졌다고 자부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나이가 들 수록 스스로 학습하고 자신을 수양하며 얻는 만족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천천한 열정"을 이야기한다(p. 12). 중년 이후 공부는 취미를 위한 것이기에 최고의 단계를 목표로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열정이 없으면 한 단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독학을 따라가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학습의 도구 하나가 눈에 자꾸 들어왔다. 곧, 노트다. 조금만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 무료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너무도 많다. 그러나 그것을 읽고 보고 감상하는 데서 끝나면, 그것은 콘텐츠를 소비한 것이지 나의 발전을 위한 학습은 아니다. 내가 접한 자료를 오로지 자신의 것으로 삼는 과정은 내 생각의 흐름을 따라 나의 언어로 노트를 정리할 때 가능하다. 동시에, 지적이고 우아한 삶을 위해 피해야 할 요소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저자가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라고 부르는 저자극 생활이다(p. 171). 현대 사회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홍수는 역설적으로 한 분야를 깊이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곤 한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수록 지성과 감정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의 시선을 빼앗는 요소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한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내게도 핸드폰이 있긴 하지만, 작은 핸드폰을 구부정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은 줄이면 줄일수록 내 건강과 몸의 자세에 좋을 것 같아 자제한다." (p.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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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서평2022. 10. 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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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절, 나는 길을 걷다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 대화했던 기억이 많다. 당시에는 핸드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않았기에 손목에 시계를 차고 다녔다. 그런데 바쁘게 집을 나서면 시계를 챙기지 못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 어쩔 수 없다. 약속 시간은 지켜야 하고 지금 시간은 알 수 없으니,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간을 물어보곤 하였다. 당시에는 GPS가 내장된 전자 기계가 없었지만 처음 가보는 길도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내가 아는 만큼 찾아간 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심지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요금이 부족해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얻을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거리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할 이유를 상실했다. 이제는 누군가 나에게 대화를 시도하면 의심부터 생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낯선 사람과 대화하며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핸드폰 앱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얼굴 없는 누군가가 상품을 내 집 앞에 배달한다. 사람과의 접촉이 전혀 없이도 우리는 도시에서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아 편해진 시대, 그러나 우리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잃어버렸다. 

조 코헤인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하도록 독자를 설득한다. 그의 설득은 인간이라는 종이 서로 협력하도록 진화되었다는 근거에서 시작한다. 호모 사피언스는 장거리 이동을 하며 음식을 얻곤 하였는데, 장거리 이동에서 낯선 이에 대한 환대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간접 호혜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직접 호혜주의란 A가 B에서 호의를 베푼 그대로 B도 A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인간은 직접 호혜주의를 넘어 간접 호혜주의를 실천하는 데 이른다. 간접 호혜주의란 A가 B에게 호의를 베푸면서 지금 당장의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비록 보상이 없더라도 상호 신뢰를 구축했다면 A는 만족한다. 만일 A에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B가 A에게 호의를 베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B는 A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사회 안전망이 작동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을 멀리하게 되었다. 호혜주의에 근거한 접촉은 사람들이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사회는 점차 계급화되었고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서로의 친밀한 접촉을 회피하게 된다. 그 결과 현대인들은 대중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인격적인 접촉을 잃어버려 외로움과 고립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돌파구는 무엇인가? 조 코헤인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자고 권면한다. 물론 낯선 이들과의 대화가 가까운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친밀함이 사라지고 우울감과 외로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낯선 이와의 대화는 "보완식"이 될 수 있다. 또한 낯선 사람과의 진지한 대화는 자기 확장이라는 엄청난 유익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제각각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개별적으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평가부터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에 이르기까지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게 된다. 한 평생 낯선 사람과 대화를 추구하였던 시어도어 젤딘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낯선 이와의 대화가 개인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고 주장한다. "수십 년 동안 끝없이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젤딘은 세상에 다수자 또는 소수자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낯선 사람도 친숙한 사람도 없다. 개인이 있을 뿐이다." (p. 256) 이 책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대화를 시도한 많은 사례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된 경험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대화에 쉽게 응한다는 것이요,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자신에게 큰 유익을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 생각보다 쉽고 나 자신에게 유익하다면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처음에는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소개하는 노하우를 한 두 가지 적용하며 실천해 본다면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가? 
그들은 사물도 장애물도 아니고, 
당신보다 사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하라.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호기심을 가져보자. 
그들이 4.5밑터쯤 되는 거리에 있을 때 눈을 마주쳐보자. 
혹시 뒤돌아보는가? 그렇다면 좋다,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자. 
그들이 좋은 아침을 맞기를 마음속으로 빌어주면서. (p.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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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서평2022. 10. 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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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바운즈의 <실제적인 기도>는 성도들에게 큰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제목이다. 많은 성도들이 더 오래 기도하는 법, 바쁜 일상의 유혹에도 기도하는 노하우, 기도의 깊이를 더하는 데 유익한 자료 등 기도에 대한 실제적인 도움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기도의 성자라 불리는 E.M. 바운즈가 <실제적인 기도> - 영문 제목으로는 "기도의 실제"(Reality of Prayer) - 라는 제목의 책을 썼으니, 그 안에는 기도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로 가득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이 책을 읽어보면 21세기 그리스도인들이 기대하는 기도를 위한 실제적인 조언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도의 실제(reality of prayer)를 논하는 이 책에서 E.M. 바운즈는 예수님의 기도를 주로 다룬다. 성도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기도는 바로 예수님의 기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E.M. 바운즈가 기도의 실제로 제시하는 예수님의 기도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기도문(주기도문)이 아니다. 그 대신 기도를 삶의 중심에 두셨던 예수님의 공생애 그 자체를 독자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므로 E.M. 바운즈가 소개하는 예수님의 기도는 공생애의 기초이며 예수님의 삶을 모두 포괄하는 기도의 삶이다. 기도에 집중하셨던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셨다. 그러니 우리의 기도 역시 모든 사람을 향한 사랑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도에 집중하셨던 예수님은 죄인을 용서하셨다. 그러니 우리의 기도 역시 용서의 기도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예수님의 기도가 성도들의 실제적인 기도가 되는 길이다. 

E.M. 바운즈가 이 책에서 예수님의 기도를 묘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인용하는 구절이 있다. 

항상 기도하고 낙심하지 말라 (눅 18:1) 

물론 위의 구절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교훈의 말씀이다. 그러나 E.M. 바운즈는 위의 구절이 예수님의 삶을 묘사하는 구절이라고 이해한다. 곧, 항상 기도하시는 예수님이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기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문들이 있다. 예를 들어 겟세마네의 기도, 주기도문 그리고 이른 아침의 기도 등이다. E.M. 바운즈 역시 이러한 구절을 언급한다. 그러나 바운즈가 더욱 강조하는 바는 예수님의 모든 삶과 사역 자체가 기도였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E.M. 바운즈는 흔히 기도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구절들도 예수님의 기도로 해석한다. 이것은 기도의 성자라 불리는 E.M. 바운즈가 복음서를 읽는 독특한 관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우리가 배워야 하는 예수님의 기도가 특정한 행동이나 가르침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전인격이라는 교훈을 전해준다. 

E.M. 바운즈는 성도들이 예수님을 본받는 기도의 삶을 묘사하기 위해 사도행전의 한 구절을 여러 차례 인용한다. 

저가 기도하는 중이라 (행 9:11) 

위의 구절은 사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난 직후의 모습을 하나님께서 묘사하시는 장면이다. 이제 바울이 기도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이보다 더 확실하게 그의 진실한 회심을 보여주는 사실은 없다는 논리다. 이처럼 예수님은 항상 기도하시는 분이었고, 그분을 믿는 성도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 역시 예수님을 따라 기도하는 것이다. 

이 책의 많은 내용은 <실제적인 기도>라는 제목과 달리, 예수님의 기도에 대한 이론처럼 보인다. 이 책에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E.M.바운즈의 <실제적인 기도>는 우리에게 기도의 실제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구체적인 기도의 방법이나 자료가 기도의 실제인가? 아니면 예수님의 모범과 성령님의 도우심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도의 실제인가? E.M. 바운즈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복음이야말로 기도의 실제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기도의 법칙, 기도의 권리 이 모두는 우리의 아들됨에 근거하고 있다."(p.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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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서평2022. 9. 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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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의학의 관점에서 음식을 바라본다. 근대 서구적 관점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이색적인 관점이다. 그러나 조금만 돌이켜보면 한의학적 접근이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매우 강력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급작스러운 질병이 찾아오면 양방 병원을 찾지만, 기력이 약해지거나 체질의 변화를 원할 때는 한방병원을 찾는다. 음식의 화학적 성분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이른바 과학적 분석보다 자신과 궁합이 맞는 음식이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한국사람들은 한의학적 접근을 여전히 신뢰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음식이나 약재에 대한 한의학적 설명을 체계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배운 과학적 지식은 대부분 한의학적 관점이 아닌 서양의학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박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박석준 지음)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음식에 대한 한의학적 설명을 조금은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첫걸음을 제공해준다. 

음식에는 기와 미가 있다. 기는 음과 양의 기운을 말하고 미는 신고감신함(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맛)이라는 다섯 가지 맛을 뜻한다. 음과 양은 뜨거움과 차가움이지만 이는 상대적인 것으로 사물과 사물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양과 음이다. 미는 맛을 뜻하지만 혀에서 느끼는 맛을 넘어 그 음식이 어느 장부에 어떠한 작용하는 지를 말한다. 오행에 따라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성질을 이야기하는데, 한의학에서 오장을 이야기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마치 동서남북과 그 중심이라는 방위를 나타내는 것과 유사하다. 모든 음식에는 기미가 있다. 기와 미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것을 평(平)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음식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 다만 사람이 먹는 음식은 그러한 치우침이 적어 한두 번의 식사로 기미의 치우침이 사람의 몸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그런데 사람이 먹는 음식 가운데 기가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것을 독이라고 부른다. 한의학에서 독의 일차적 의미는 해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기가 세다 혹은 기가 두텁다는 것이다. 독은 인간의 몸에 작용하여 기가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가 흔히 생각하는 독의 영향이다. 그러나 음식을 치우치게 섭취하여 몸의 기가 한쪽으로 기울면 병이 든다. 이때 독을 적절히 사용하여 몸의 기를 다시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독은 동시에 약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용>의 구절을 여러 차례 인용한다. "사람들이 마시고 먹지 않은 이가 없지만 맛을 아는 이는 드물다" 여기에서 맛을 안다는 것은 단지 미각을 통해 들어오는 느낌을 안다는 뜻이 아니다. 음식에 담겨 있는 기미를 알고 그것의 조화를 실천한다는 의미로 음식의 참된 맛을 아는 것을 "허무한 입맛"이라고 부른다. "허무한 입맛이란 어느 하나에 지착하지 않는 입맛을 말한다. 혀에서의 맛이 아니라 음식이 본래 갖고 있는 음식 고유의 기를 알아내고 내 몸에서 필요로 하는 기를 알아내는 입맛이다." (p. 165) 문제는 근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단짠단짠 이나 매콤달콤을 추구하지 허무한 입맛을 따라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우리는 어떻게 음식의 참된 기미를 알고, 음식과 내 몸의 연관성을 알아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 하나는 근대화된 식생활로부터 역행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식재료나 퓨전을 따라가기보다 전통적인 식습관을 계승하려는 노력이다.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음식이 광풍처럼 휩쓸고 있지만 공동체가 먹어야 할 음식은 다행히 오랜 역사를 지닌 가족이나 지역 공동체가 먹고 있는 음식 속에 지금도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저 전통적인 음식과 방식을 따라 먹으면 된다. 그러면 그 속에서 또 새로운 창조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p.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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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Book Review) 목록

제가 작성한 도서 리뷰가 <목회 아카이브>와 네이버 블로그에 산제되어 있습니다. 주로 단행본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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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서평2022. 9. 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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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개념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다. 그런데 '몰입'이라는 개념의 창시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몰입과 달리기의 관계에 대한 책을 썼으니,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큰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달리기를 중심으로 몰입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므로 달리기를 좋아하거나 취미로 갖고 있는 독자라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이야기하는 몰입을 이해하는데 이만한 도서는 없어 보인다. 


몰입의 가능성 높이기 

몰입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예측 불가능성이란 몰입의 선행조건을 모두 갖추어도 몰입이 경험되지 않을 수 있으며, 몰입의 선행 조건이 조금 미비해도 몰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그 누구도 혹은 그 어떠한 조건도 몰입을 보장할 수 없다. 몰입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몰입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몰입의 일반적인 특징은 아홉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몰입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다양한 몰입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몰입을 통해 아홉 가지 요소를 모두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 기억할 것은 아홉 가지 요소 가운데 세 가지는 선행단계에 해당하고 나머지 여섯 가지는 처리 결과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몰입은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몰입 현상을 통제하려 들면 오히려 몰입이 깨어지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선행단계에 해당하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에 집중하며 몰입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1. 명확한 목표 
단기, 중기, 장기로 목표를 정하고 가급적 정량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달리기는 몰입을 경험하기에 매우 유리한 운동인데 정량화된 목표를 세우고 이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2. 해결과제와 기술의 균형 
목표를 세울 때, 해결 과제가 이미 습득한 기술보다 낮으면 지루하고 해결과제가 습득한 기술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불안이 찾아온다. 몰입을 위해서는 자신의 기술보다 약간 어려운 과제를 마주하는 것이 좋다. 얼마든지 예외는 있다. 해결과제가 습득한 기술보다 용이해도 그 과제가 충분히 의미가 있고 중요성을 띤다면 몰입의 가능성이 올라간다. 


3. 정확한 피드백 
피드백은 외적인 피드백과 내적인 피드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달리기의 경우 GPS 기능이 탑재된 시계를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달린 거리와 속도 등 정확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내적 피드백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GPS 세계의 사용을 줄일 것을 권면한다. 


현대인을 위한 행복 가이드

몰입은 한 가지일, 그것도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사로잡히는 경험이다. 몰입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으로, 인간의 뇌는 몰입을 경험하면 주변주에 대한 인식을 최소화한다. 이는 전전두협의 불활성화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과거에 대한 생각에 집착하거나 내일에 대한 목표에 얽매여 오늘을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간다. 몰입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차단하여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다. 꼭 몰입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달리기를 시작하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뇌는 비필수적 영역의 활성을 약화시킨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한 중요한 성품 가운데 하나가 "자기 목적성"(autotelic)이다. 달리기의 경우, 달리기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유익(예컨대, 다이어트나 체력 증진 등)보다 달리기 자체를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 달리기를 통해 얻게 되는 명성, 상금,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자기 목적성을 압도하기 시작하면 몰입이 깨어지기 쉬운 이유도 자기 목적성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자기 목적성을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단어로 옮긴다면 행복이 될 것이다. 오늘도 바쁘게 해야 하는 일들에 쫓기듯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지금 내가 행하는 바로 그것을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기 목적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너무도 어렵지만, 달리는 시간 만큼은 온전히 자기 목적성을 추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을 충만하게 살아갈 비장의 무기를 지닌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선언한다(p. 341). 그것을 러너스 하이라 부르든 아니면 몰입이라고 부르든 중요하지 않다. 속도나 거리와 상관없이 지금 나의 두 다리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열정을 쏟을 만한 일을 찾아라. 
진심을 다해 살아라. 
달리고, 몰입하고, 행복하라! (p.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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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