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연구 05 _ 지혜와 마음 (솔로몬의 예)
잠언가 가르치는 지혜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혜와 마음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이번 회에서는 잠언에 등장하는 ‘마음’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잠언의 주요 저자인 솔로몬의 예를 통해 구약성경이 가르치는 지혜와 마음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솔로몬은 지혜의 왕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솔로몬이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였고, 하나님께서 그에게 풍성한 지혜를 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서술하는 구약 성경의 본문은 역대하와 열왕기상 두 곳이다.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 두 개의 본문에서 지혜를 나타내는 표현이 약간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역대하 1장 - “지혜와 지식”
먼저 역대하 1장이다. 솔로몬이 천 마리의 희생으로 번제를 드린 후,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나타나 말씀하신다. “내가 네게 무엇을 주랴 너는 구하라”(대하 1:7) 이제 솔로몬이 하나님께 구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주는 이제 내게 지혜와 지식을 주사 이 백성 앞에서 출입하게 하옵소서 이렇게 많은 주의 백성을 누가 능히 재판하리이까 하니” (대하 1:10)
솔로몬이 하나님께 요구한 것은 “지혜와 지식”이었다. 그리고 솔로몬이 원했던 지혜와 지식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제 솔로몬의 간구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네게 지혜와 지식을 주고 부와 재물과 영광도 주리니 네 전의 왕들도 이런 일이 없었거니와 네 후에도 이런 일이 없으리라 하시니라” (대하 1:12)
하나님은 솔로몬이 구하지 않은 부와 재물과 영광도 주셨다. 그러나 솔로몬이 기도하였던 “지혜와 지식”을 주신다. 그러니 솔로몬이 요구한 것도, 하나님께서 응답하신 것도 동일하게 “지혜와 지식”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열왕기상 3장 - 듣는 마음
이제 열왕기상 3장을 살펴보자.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하나님께 드렸고, 그날 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나타나 말씀하신다.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 (왕상 3:5) 이에 솔로몬이 하나님께 간구한다.
“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종으로 종의 아버지 다윗을 대신하여 왕이 되게 하셨사오나 종은 작은 아이라 출입할 줄을 알지 못하고 주께서 택하신 백성 가운데 있나이다 그들은 큰 백성이라 수효가 많아서 셀 수도 없고 기록할 수도 없사오니” (왕상 3:7-8)
솔로몬은 먼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묘사한다. 역대하 1장에서는 자신이 왕이 되었다는 사실만 언급되어 있는데, 열왕기상 3장에서는 솔로몬의 자기 인식이 두 가지로 표현되어 있다. (1) “종은 작은 아이라.” (2) “그들은 큰 백성이라.” 솔로몬 자신은 작은 아이라 능력이 적으나 자신이 재판해야 하는 백성은 큰 민족이라는 현실 인식 속에서 솔로몬은 하나님께 이렇게 간구한다.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왕상 3:9)
솔로몬이 재판에 필요한 능력을 요구했다는 점은 역대상 1장이나 열왕기상 3장이 동일하다. 그런데 솔로몬의 표현이 조금 다르다. 역대상 1장에서는 “지혜와 지식”을 구하였다면, 열왕기상 3장에서는 “듣는 마음”을 구하였다. 여기에 ‘지혜’와 함께 ‘마음’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솔로몬의 간구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는 내용도 열왕기상 3장은 역대하 1장과 조금 다르다.
“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네 앞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었거니와 네 뒤에도 너와 같은 자가 일어남이 없으리라” (왕상 3:12)
역대하 1장에서는 솔로몬이 하나님께 간구한 것도, 그리고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응답하신 것도 모두 “지혜와 지식”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열왕기상 3장에서는 솔로몬이 하나님께 “듣는 마음”을 구하였고,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신다. 그러니 잠언의 주요 저자인 솔로몬이 하나님께 받은 풍성한 지혜는 곧 듣는 마음이요, 또한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잠언을 비롯한 구약성경이 가르치는 지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혜는 똑똑한 머리가 아니라,
듣는 마음이요,
곧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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