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연구 08 _ “게으른 자에 대한 시(詩)”

잠언은 근면을 지혜로, 게으름을 어리석음으로 설명한다. (잠언 연구 07 _ 근면) 그래서인지 지혜를 가르치는 잠언은 근면의 덕목을 매우 강조한다. 반대로, 인간의 삶을 무력하게 만드는 게으름을 경계한다. 그 대표적인 본문이 ‘게으른 자에 대한 시(詩)’라고 불리는 장면으로 잠언에는 모두 3개가 있다. 


개미에게 배우는 지혜 (잠언 6장 6-11절) 

게으른 자에 대한 시, 그 첫 번째는 잠언 6장에 등장한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감독자도 없고 통치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누워 있겠느냐 네가 어느 때에 잠이 깨어 일어나겠느냐  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누워 있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 (잠 6:6-11) 

게으른 사람을 향하여 개미에게 ‘지혜’를 배우라고 명령한다(6절). 여기에서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는 것처럼, 게으름의 문제는 지혜 없음의 문제다. 개미라는 히브리어 단어도 여성명사다. 여성명사인 지혜를 의인화하여 지혜의 길로 나오라고 호소하였던 장면이 떠오르는 이유다.(잠언 연구 04 _ 지혜의 의인화) 

개미의 특징은 지시자가 없다는 것이다(7절). 지혜자는 지시하는 사람이나 감독자가 없어도 부지런하고, 미련한 사람은 지시하는 사람이나 감독자가 있어도 게으르다. 근면과 게으름의 문제는 외부 환경에 달려있지 않고 그 자신의 지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개미의 또 다른 특징은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이다(8절). 근면은 내일을 위한 오늘의 준비이니 근면이 지혜의 또 다른 모습인 이유를 여기서도 발견하게 된다. 

게으른 자에게는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누워 있자” 이러한 삶의 방식은 자연스럽게 빈궁과 곤핍으로 이어진다(11절). 여기에서 ‘곤핍’이라는 단어는 극심한 물질적 결핍 상태를 나타낸다. ‘좀더’라는 작은 차이가 ‘곤핍’이라는 큰 결과를 낳는다. 


저자가 경험한 일 (잠언 24장 30-34절) 

게으른 자에 대한 시, 그 두번째는 잠언 24장에 등장한다. 

“내가 게으른 자의 밭과 지혜 없는 자의 포도원을 지나며 본즉 가시덤불이 그 전부에 퍼졌으며 그 지면이 거친 풀로 덮였고 돌담이 무너져 있기로 내가 보고 생각이 깊었고 내가 보고 훈계를 받았노라 네가 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누워 있자 하니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 (잠 24:30-34) 

잠언 24장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을 서술한다. 하루는 잠언의 저자가 길을 지나다 게으른 자의 밭과 포도원을 우연히 발견하였다(30절). 그곳에는 가시덤불과 거친 풀이 덮여있었다. 여기에 ‘가시덤불’은 ‘노동과 인간의 타락’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살펴보았던 창세기 3장의 본문을 떠오르게 한다. 아담이 범죄하자 하나님께서 땅을 저주하셨는데 그 결과가 가시덤불이요, 그 결과로 인간은 수고하여도 그에 따르는 충분한 보상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잠언 연구 07 _ 근면). 그런데 잠언으로 넘어오니 게으른 자의 밭과 포도원에는 여전히 ‘가시덤불’이 가득하다고 묘사한다. 

잠언의 저자는 게으른 자의 밭과 포도원을 바라보며 지혜를 얻는다(32절). 잠언 24장이 묘사하는 게으른 자의 결말은 잠언 6장과 동일하게 빈궁과 곤핍이다. 게으른 자, 곧 미련한 자는 마지막까지 깨닫지 못하며 게으름을 고치지도 못한다. 그러나 잠언의 저자는 게으른 자의 마지막 운명을 바라보며 지혜를 얻는다. 


게으른 자의 특징 (잠언 26장 13-16절) 

게으른 자에 대한 시, 그 마지막은 잠언 26장에 등장한다. 

“게으른 자는 길에 사자가 있다 거리에 사자가 있다 하느니라 문짝이 돌쩌귀를 따라서 도는 것 같이 게으른 자는 침상에서 도느니라 게으른 자는 그 손을 그릇에 넣고도 입으로 올리기를 괴로워하느니라 게으른 자는 사리에 맞게 대답하는 사람 일곱보다 자기를 지혜롭게 여기느니라” (잠 26:13-16) 

잠언 26장에는 게으른 자의 특징을 노래한다. 그들에게도 게으름을 피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거리에 사자가 있다’는 것이다(13절). 오늘날의 시대에는 말도 되지 않지만, 고대 사회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당시 산에는 사자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이 거주하는 성읍으로 사자가 내려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을 한국 속담으로 바꾼다면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는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잠언 26장은 계속해서 게으른 자를 하나의 비유로 설명한다. “문짝이 돌쩌귀를 따라서 도는 것같이 게으른 자는 침상에서 도느니라” 동일한 이미지를 경첩으로 비유할 수도 있다. 자신이 익숙한 영역을 조금도 떠나지 않으려는 자세, 일어나 활동하지 않고 침상에서 시간을 허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잠언 26장이 가르치는 게으른 자의 특징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이 마지막 16절에 등장한다. “게으른 자는 사리에 맞게 대답하는 사람 일곱보다 자기를 지혜롭게 여기느니라” 잠언은 지혜로운 사람이 부지런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게으르다고 분명히 가르친다. 그러나 게으른 사람은 그 반대로 생각한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헛고생을 한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생각이 삐뚤어져 있으니 게으른 사람들은 자신의 태도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면 반드시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는가? 물론 그렇지 못한 현실을 대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게으름이 우리의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하나님의 축복을 가로막는 방애물이 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잠언 연구 01 _ 잠언의 저자 및 연대

 

잠언 연구 02 _ 잠언의 목적 (1장 1-7절)

 

잠언 연구 03 _ 지혜의 영역과 그 출처

 

잠언 연구 04 _ 지혜의 의인화

 

잠언 연구 05 _ 지혜와 마음 (솔로몬의 예)

 

잠언 연구 06 _ 지혜로운 마음

 

잠언 연구 07 _ 근면

 

잠언 연구 09 _ 지혜로운 언어

 

잠언 연구 10 _ “평행법의 종류와 목적”

 

잠언연구 11 “의로운 삶”(공의와 불의)

 

잠언연구 12 “지혜 있는 자들의 잠언”

 

잠언 연구 13 “아굴의 잠언과 기도”

 

잠언 연구 14 “숫자 잠언과 그 교훈”

 

잠언 연구 15 “르무엘 왕의 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