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2장 12-17절 "죽음을 생각하는 지혜"
전도자(코헬렛)는 한 사람의 유대인 지혜자로서 유대인의 지혜 전통을 탐구하였다. 그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지혜에 대한 가르침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내가 보니 지혜가 우매보다 뛰어남이
빛이 어둠보다 뛰어남 같도다 (13절)
지혜자는 그의 눈이 그의 머리 속에 있고
우매자는 어둠 속에 다니지만 (14a절)
위의 구절만 떼어 놓고 읽으면, 전도서의 구절인지 잠언의 구절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 구절은 전도자가 인용하는 전통적인 지혜이기 때문이다. 지혜자의 눈이 그의 머릿속에 있다는 말은 우매자가 어둠 속에서 삶의 길을 잃어버릴 때 지혜자는 자신이 걷는 길의 방향을 정확히 헤아린다는 의미다. 이처럼 전도자가 인용하는 전통적인 지혜는 지혜와 우매의 차이, 곧 지혜자와 우매자의 차이를 강조하며 지혜자가 될 것을 권면한다.
죽음이라는 관점
전도자가 전통적인 지혜를 인용한 이유는 그것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전통적인 지혜를 반박하기 위함이다. 지혜가 우매보다 좋고, 지혜자가 우매자보다 나은 듯보이지만 전도자는 결국 그들의 결말이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들 모두가 당하는 일이 모두 같으리라는 것을
나도 깨달아 알았도다 (14절)
내가 내 마음속으로 이르기를
우매자가 당한 것을 나도 당하리니
내게 지혜가 있었다 한들 내게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하였도다 (15a절)
지혜와 어리석음이 동일하고 지혜자와 우매자가 동일한 일을 당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분명 세상을 살아가며 지혜는 인간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가? 물론 그렇다. 그러나 전도자가 제시하는 기준은 이 세상에서의 짧은 삶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마지막 결론인 죽음이다.
지혜자도 우매자와 함께 영원하도록 기억함을 얻지 못하나니
후일에는 모두 다 잊어버린 지 오랠 것임이라
오호라 지혜자의 죽음이 우매자의 죽음과 일반이로다 (16절)
지혜자와 우매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은 잠시 차이가 있는 듯해도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들의 운명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죽음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망각이라는 사실은 전도자가 이미 설파한 적이 있다(전 1:11).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인간의 실존이 죽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죽음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한다. 전도자의 지혜는 죽음이라는 명백한 인간의 운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지혜다.
이러므로 내가 사는 것을 미워하였노니
이는 해 아래에서 하는 일이 내게 괴로움이요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로다 (1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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