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성경공부

전도서 4장 1-6절 "자족이 선사하는 평온"

Rev. Hanjin Lee 2022. 11. 18. 20:30

전도서의 핵심 주제인 '헛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단어 '헤벨'은 숨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였다. 그런데 그 의미가 확장되어 입김, 안개, 수증기와 같은 가시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단어가 되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헤벨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인 의미까지 포괄하게 되었는데, 곧 헛됨이나 덧없음이다. 그런데 '헤벨'의 추상적 의미를 어떤 학자들은 '부조리'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 "전도자가 관찰한 세상"을 참고하라.) 전도서에는 전도자가 관찰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예가 많이 등장한다. 본문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전도서연구 03 “전도자가 관찰한 세상”

전도서의 저자에 대해서는 “전도서 연구 01”에서 이미 다루었다(전도서 연구 01 “전도서의 저자와 구조”). 그러면 전도서의 저술 연대는 언제일까? 성경 내에 구체적인 정보가 희박하기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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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하고 학대당하는 세상 

전도자는 이제 새로운 주제로 넘어간다. 그 주제는 학대다. 

내가 다시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학대를 살펴 보았도다 
보라 학대 받는 자들의 눈물이로다 
그들에게 위로자가 없도다 
그들을 학대하는 자들의 손에는 권세가 있으나 
그들에게는 위로자가 없도다 (1절) 

본문이 고발하는 학대는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다양한 종류의 폭력이다. 부조리한 세상에는 학대가 만연하지만 학대하고 학대를 당하는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학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권세가 떠나지 않고, 학대를 받는 이들은 눈물이 마르지 않으나 위로자가 없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전도자의 논조를 기억한다면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헛수고로 보인다. 전도자는 학대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선동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이러한 현실을 한탄하고 아파하며 태어난 적이 없어 부조리한 현실을 아예 경험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가장 복되다고 평가한다(3절). 


시기심이 야기한 성공주의

누군가는 자신의 권세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학대하고 또 다른 사람은 힘이 없어 학대를 당하는 부조리한 현실의 근저에는 사람들의 시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내가 또 본즉 사람이 모든 수고와 모든 재주로 말미암아 
이웃에게 시기를 받으니 
이것도 헛되어 바람을 잡는 것이로다 (4절) 

위의 구절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수고와 모든 재주로부터 시기가 난다’는 것이고(개역개정), 또 하나는 ‘시기로 말미암아 모든 수고와 재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NIV). 그리고 여기에서 '재주'는 어떠한 일에 대한 성공을 말한다. 그러므로 개역개정성경의 번역을 따라 사람들의 수고와 그에 따른 성공이 원인이 되어서 사람들 사이에 시기가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NIV 성경의 해석을 따라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신기루를 쫓아 지금도 헛되이 수고하는 근본 원인이 시기심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전도자는 시기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이렇게 권면한다. 

두 손에 가득하고 수고하며 바람을 잡는 것보다 
한 손에만 가득하고 평온함이 더 나으니라 (6절) 

시기심으로 가득한 부조리한 현실에서 한 걸음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자족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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