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성경공부2021. 5. 7. 17:35

욥기의 시작에서 하나님은 욥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쳐주셨다(욥기 1장 10절). 그러나 욥에게 찾아온 고난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울타리가 벗겨지는 과정이었다. 먼저 재물이라는 울타리와 자녀라는 울타리가 사라졌다. 거기에 더하여 사탄은 욥의 생명을 상징하는 건강이라는 울타리를 허무셨다. 그러자 욥의 삶을 가장 깊이 지켜주고 있던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라는 울타리조차 무너지고 말았다(욥기 3장). 삶의 울타리를 모두 잃어버린 현실, 어디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욥과 친구들은 위기를 대처하는 삶의 지혜를 찾기 위해 대화한다.

 

 

세 번에 걸친 대화

 

욥기 4장부터 27장은 욥과 친구들의 대화가 길게 나열되어 있다. 그런데 화자를 따라 아래와 같이 대화의 진행을 정리하면 욥과 친구들의 대화는 세 번의 사이클로 진행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 친구들이 먼저 이야기를 하면 욥이 대답하는 형식이다. 엘리바스 – 빌닷 – 소발의 순서로 욥에게 자신의 지혜를 이야기하였고 욥은 모든 이야기에 다름대로 대답한다. 이것이 전체적으로 세 번의 사이클로 진행된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첫번째 대화부터 마지막 세 번째 대화에 이르기까지 친구들의 논리와 태도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전통적인 신앙에서 조금도 후퇴할 생각이 없다. 하나님은 의인에게 복을 주시고 악인을 벌하신다. 그러므로 욥에게 큰 재앙이 찾아왔다면, 그것은 반드시 욥이 하나님께 큰 죄를 범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다. 그러나 세 번의 대화를 통해 욥은 그의 자세나 생각이 조금씩 변하는 것이 감지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하나님을 향한 욥의 태도다. 욥기 3장에서 욥은 허공을 향해 탄식하였다. 이는 하나님에 대한 불평이었지 하나님을 향한 불평이 아니었다(참고. 욥기 연구 03 “욥의 탄식”). 그러나 욥은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 자신의 아픔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듯한 표현이 등장한다.

 

내 생명이 한낱 바람 같음을 생각하옵소서

나의 눈이 다시는 행복을 보지 못하리이다 (욥기 7장 7절)

 

주께서 내게서 눈을 돌이키지 아니하시며

내가 침을 삼킬 동안도 나를 놓지 아니하시기를 어느 때까지 하시리이까

사람을 감찰하시는 이여

내가 범죄하였던들 주께 무슨 해가 되오리이까

어찌하여 나를 당신의 과녁으로 삼으셔서 내게 무거운 짐이 되게 하셨나이까 (욥기 7장 19-20절)

 

 

지혜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가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욥의 생각과 태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욥기 28편에서 가장 크게 발견할 수 있다. 욥기 28장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이어지는 욥의 독백이다. 욥은 인간이 땅 속 깊이 묻힌 광물을 찾아내는 과정을 묘사한다(욥기 28장 1-11절). 인간은 어둠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광물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며(3절), 그곳까지 이르는 길을 만들며 마침내 광물을 찾아낸다(4절). 그 길은 높이 나는 독수리도 알지 못하며 용맹스러운 짐승들도 찾지 못하였지만(7-8절) 인간은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광물을 발견한다(9-11절). 그러나 땅 속의 광물은 찾아낼 수 있는 인간도 참된 지혜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혜는 어디서 얻으며 명철이 있는 곳은 어디인고

그 길을 사람이 알지 못하나니 사람 사는 땅에서는 찾을 수 없구나 (욥기 28장 12-13절)

 

욥과 친구들은 이른바 지혜자들이었다. 그들은 욥이 당한 고통을 해석하고 새로운 출구를 찾기 위해 인간의 지혜를 총 동원하였다. 그러나 지혜로운 줄만 알았던 친구들의 이야기가 정작 큰 재앙 속에서 욥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과정을 통해 욥은 인간에게 지혜가 없음을 철저히 깨달았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깨달음은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하나님이 그 길을 아시며 있는 곳을 아시나니 (욥기 28장 23절)

 

 

참된 지혜

 

인간은 지혜를 찾을 수 없고, 오직 하나님만이 지혜에 이르는 길을 아신다고 강조하는 욥기 28장은 너무도 유명한 하나의 구절로 마친다.

 

또 사람에게 말씀하셨도다

보라 주를 경외함이 지혜요 악을 떠남이 명철이니라 (욥기 28장 28절)

 

지혜란 하나님을 경외하여 악에서 떠나는 것이라는 이 말씀은 잠언을 한번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너무도 뻔한 이 결론을 얻기 위해 욥기는 4장부터 28장까지 그토록 힘겹게 달려온 것일까? 욥기 28장 28절은 식상한 내용처럼 보일지 모르나 욥에게 있어서는 결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욥기의 처음 부분에서 욥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혜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극심한 고난이 찾아왔을 때 그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기존의 관습적인 신앙을 따라 ‘입술로만’ 범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입술로만'에 대해서는 욥기 연구 02 “신앙의 동기가 무엇인가?” 참고). 그러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울타리가 허물어지는 경험과 친구들과의 치열한 논쟁 속에서 욥은 인간이 결코 참된 지혜에 도달할 수 없음을, 오직 하나님만이 지혜의 원천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더 이상 피상적인 지식이 아니요 실존적 경험을 통한 처절한 깨달음이었다.

 

우리는 탐험을 그치지 않을 거라네

그리고 모든 탐험의 끝에서

우리가 출발했던 그곳으로 돌아오게 되지

그러면 그곳이 어딘지를 처음으로 깨닫게 된다네

 

엘리엇(T.S.Eliot)의 이 시는 피상적인 지식이 실존적인 깨달음이 되는 과정을 시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욥기는 이와 같은 진리를 찾아가는 길을 묘사해주고 있다. 욥에게 찾아온 재앙은 대단히 큰 사건처럼 보이지만, 욥기는 1-2장에 짧게 묘사한다. 친구들과의 대화를 비롯하여 욥의 심리적 변화는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욥기는 4장부터 28장까지 장황하게 서술하여 독자로 하여금 진이 빠지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재난은 한 순간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영적 성장을 이루는 과정은 지난하다. 그러나 영적 탐험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마침내 탐험의 끝에서 신앙의 가장 근본적인 지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바로 그때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혜의 참 의미를 몸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욥기 연구 01 “욥기의 구조와 특징”

구약성경에는 지혜문학이 있다. 문자 그대로 지혜를 그 중심 주제로 다루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잠언, 전도서, 욥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 잠언, 전도서, 욥기를 읽어보면 그 분위기가

hanjin0207.tistory.com

 

 

욥기 연구 02 “신앙의 동기가 무엇인가?”

욥기의 주인공인 욥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라는 평가를 받았다(욥기 1장 1절). 여기에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표현이 눈에 띄는데, 잠언은 이것을 지혜의 핵

hanjin0207.tistory.com

 

 

욥기 연구 03 “욥의 탄식” (욥기 3장)

큰 재앙을 겪으면서도 입술로 범죄 하지 않았던 욥이지만(욥기 2장 10절), 욥기 3장에 이르러 그는 입을 열어 자신의 생일을 저주한다. 욥기 1-2장과 3장의 분위기는 이처럼 너무도 달라 당황스럽

hanjin0207.tistory.com

 

 

욥기 연구 04 “욥기의 등장인물”

욥기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욥기라는 거대한 드라마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로서 욥의 신앙 여정을 다각도로 조명해준다. 욥기의 주인공은 단연코 욥이지만, 주변 인물을 통해

hanjin0207.tistory.com

 

 

욥기 연구 06 “하나님의 폭풍우 언설”

욥기의 하이라이트는 하나님께서 직접 등장하여 욥에게 말씀하시는 장면이다. 하나님께서 폭풍우 가운데 욥에게 말씀하셨다고 하여 욥기 38-41장을 ‘하나님의 폭풍우 언설’이라고 부른다(참

hanjin0207.tistory.com

 

 

욥기 연구 07 “욥의 회개와 결말”

욥은 자신이 왜 고난을 당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두 번에 걸친 하나님의 폭풍우 언설을 통해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 대신 ‘누구냐’라고 반

hanjin0207.tistory.com

 

 

욥기 연구 08 “욥기와 신약성경”

기독교는 구약성경을 읽을 때에도 신약성경의 관점에서 읽는다. 이는 기독교의 변하지 않는 특징이며 매우 중요한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이 욥기를 읽으면 어떠한 의미가 새롭

hanjin0207.tistory.com

 

반응형
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