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성경공부2021. 10. 12. 16:40

욥기의 독자들은 욥의 재앙이 고발자(사단)가 주도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욥 1-2장). 그러나 천상에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했던 욥은 자신의 재앙이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믿었다. 육신의 고통이 지속되고 친구들과의 대화가 길어지면서 욥은 하나님과 자신 사이에 바른 판결을 내려줄 존재를 갈망하게 된다. 

하나님은 나처럼 사람이 아니신즉 
내가 그에게 대답할 수 없으며 
함께 들어가 재판을 할 수도 없고 
우리 사이에 손을 얹을 판결자도 없구나 (욥 9:32-33) 

욥기 9장에는 하나님과 자신 사이에 공정한 판결을 내려줄 재판석에 앉기를 원했던 욥의 심정이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욥기 10장으로 넘어오면 다분히 법정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욥이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라면 욥이 고발하는 피의자는 하나님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재판석의 판사도 되신다. 판사와 직접 법정 다툼을 해야 하는 욥은 또다시 절망을 느낀다. 


재판석에 선 욥의 호소

재판석에서 발언하는 욥의 첫 일성은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마시라는 간청이다. 그리고 두번째 발언은 만일 유죄를 선고하려면 그 근거와 증거를 먼저 밝히라는 요구다. 

내가 하나님께 아뢰오리니
나를 정죄하지 마시옵고
무슨 까닭으로 나와 더불어 변론하시는지 내게 알게 하옵소서 (욥 10:2) 

친구들은 욥의 고난을 바라보면서 하나님께서 이미 욥에게 유죄를 선고하셨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욥은 아직 하나님의 판결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욥은 하나님으로부터 그 어떠한 판결이나 그에 따르는 증거를 전해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기에 욥은 재판관이 되시는 하나님께 공정한 판결을 지속적으로 요청한다. 

주께도 육신의 눈이 있나이까
주께서 사람처럼 보시나이까
주의 날이 어찌 사람의 날과 같으며 주의 해가 어찌 인생의 해와 같기로
나의 허물을 찾으시며 나의 죄를 들추어내시나이까? (욥 10:4-6) 

하나님께서 욥 자신에게 유죄를 판결하신다면, 그것은 단지 큰 고통을 당하는 자신의 외적인 모습만 바라보는 친구들과 동일한 시각이라는 호소다. 인간은 제한된 관점으로 사태를 파악한다. 그러나 모든 것의 최종 판결자인 하나님이라면 종합적인 관점으로 공의로운 판결을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나님이 공의로운 재판관이라면 욥은 자신에게 무죄를 판결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주께서는 내가 악하지 않은 줄을 아시나이다 (욥 10:7a) 


욥에게 불리한 재판

욥은 자신이 무죄하다고 생각했고 재판관이신 하나님께 자신의 무죄를 항변할 정도로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욥 자신은 큰 재앙을 겪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무죄에 대한 확신과 참을 수 없는 고통, 이 두 가지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욥은 재판관이신 하나님이 판결을 바르게 내리지 않으신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욥은 하나님을 피의자로 고발하고 있지만, 그분이 곧 재판관이다. 그러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판결은 욥에게 불리하게 내려진다. 

내가 범죄하면 주께서 나를 죄인으로 인정하시고
내 죄악을 사하지 아니하시나이다
내가 악하면 화가 있을 것이오며
내가 의로울지라도 머리를 들지 못하는 것은
내 속에 부끄러움이 가득하고 내 환난을 내 눈이 보기 때문이니이다 (욥 10:14-15) 

주께서 자주자주 증거하는 자를 바꾸어 나를 치시며
나를 향하여 진노를 더하시니
군대가 번갈아서 치는 것 같으니이다 (욥 10:17) 

욥은 하나님을 고발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고소에 바른 판결을 내려주어야 할 재판관도 하나님이라는 역설이 욥이 처한 현실이다. 그래도 어찌할 수 없다. 재판석에 앉아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실 분은 하나님밖에 없으니, 욥은 계속해서 하나님을 향해 호소한다. 

내 영혼이 살기에 곤비하니
내 불평을 토로하고 
내 마음이 괴로운 대로 말하리라 (욥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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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