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0. 7. 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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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에는 크게 두 개의 흐름이 존재한다. 두 개의 학파 모두 경제 불황을 어떻게 타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름대로 답한다. 케인즈학파는 통화의 유동성을 강조하고, 고전학파는 시장의 자율성을 주장한다. 이것이 일반 대중이 이해하는 거시경제학의 두 흐름이다. 그러나 팀 하포드는 이 책의 약 2/3를 케인즈학파와 고전학파의 사상을 설명하는데 보다 체적으로 거시경제학 사상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케인즈학파가 설명하는 불황의 원인과 해결책은 탁아 협동조합의 예가 잘 묘사한다. 조합원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돌보아주고 그 대가로 증서를 받는다. 그렇게 모은 증서는 나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때 사용할 수 있다. 탁아 협동조합에서 증서는 화폐의 역할을 감당한다. 모든 조원합은 아이를 돌보는 노동을 공급할 수 있으며 증서를 사용하여 다른 조합원의 노동을 소비할 수도 있다. 이 조합은 조그마한 경제단위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모든 부모들이 미래에 아이들을 더 오래 맡길 수 있도록 증서를 모으기를 원했고, 조합원들이 증서를 소비하기보다 모으려 하니 조합은 불황이 찾아왔다. 케인즈 학파는 탁아 협동조합에 찾아온 불황을 타개하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 증서를 더 발행하는 것이다. 

고전학파가 제시하는 불항과 해결책은 포로수용소의 예가 잘 설명한다. 적십자는 포로수용소에 정기적으로 구호품 꾸러미를 제공하였다. 모든 포로에게 동일한 꾸러미가 도착했지만 그들은 선호와 기호가 달랐다. 이번에는 꾸러미에 포함된 담배가 화폐의 역할을 하였고 수용소 안의 물건들은 유통되었다. 월요일에 지급되는 빵을 일요일 저녁에 미리 판매하였다고 하니 이는 선물시장에 비유할 수 있고, 독일 민간인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품목이 적십자의 구호품에는 포함되어 수용소 밖으로 판매되었다고 하니 이는 수출에 비유할 수 있다. 포로수용소는 또 하나의 경제단위였다. 그런데 적십자는 꾸러미 공급을 줄였다. 공급이 줄자 포로수용소의 경제활동은 크게 위축되었고 불황이 찾아왔다. 이것이 고전학파가 제시하는 불황의 모델이다. 포로수용소의 불황은 케인즈 학파가 주장하는 양적 완화로는 치유될 수 없을뿐더러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해법은 줄어든 공급의 확대뿐이다. 

팀 하포드는 케인즈학파와 고전학파의 차이를 이렇게 서술한다. 

"포로수용소와 탁아협동조합을 대비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나요? 그래도 이것이 경제학자들이 벌이는 현대의 논쟁들, 예를 들어 경기 부양이냐 긴축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단서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탁아 불황은 협동조합의 탁아 경제 구조에서 야기된 수요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반면에 포로수용소 불황은 공급의 부족 때문이었으며, 그 부족은 포로수용소 경제 그 자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전적으로 적십자 꾸러미의 감소라는 외생적 충격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p. 171-172) 

팀 하포드의 설명을 따라가면 케인즈학파와 고전학파 사이에서 그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두 학파의 사상이 모두 타당한 면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팀 하포드는 두 학파의 사상을 통합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 곧, '단기'와 '장기'의 구분이다. 케인즈학파가 주장하는 수요의 부족은 주로 단기적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단기적인 불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양적 완화가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요의 부족보다는 공급의 부족이 불황의 원인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팀 하포드가 인정하듯 단기와 장기의 구분도 불명확하고, 무엇보다 현실 세계에서는 수요의 부족과 공급의 부족이 복합적으로 등장하기에 어느 한편의 설명과 해법만으로는 부족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훌륭한 목회자라면

이 지점에서, 전문 경제학자도 아니요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가도 아닌 필자는 경제 현상의 복잡성을 세밀히 분석하여 그 대안을 찾는 역할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어진다. 그보다는 정치인이나 경제 정책자들의 주장을 편향된 관점에서 평가하지 않고 경제현상을 비롯한 우리 인간 사회의 복잡성을 충분히 이해하여 다각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다시금 생각한다. 

팀 하포드는 이 책에서 케인즈의 다음 주장을 여러 차례 인용한다. 

"최고의 경제학자라면 보기 드물 정도로 여러 재능을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중략) 어느 정도는 수학자이자 역사학자, 정치가, 철학자가 되어야 하며, 상징을 이해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학자는 보편적 시각에서 개별적 사건을 살펴보아야 하며, 생각의 나래 속에서 추상성과 구체성을 동시에 느껴야 한다. 또한 미래를 지향하면서 과거의 불빛 아래에서 현재를 연구해야 한다. 사람의 본능과 관습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경제학자의 관심 밖에 있어서는 안 된다." (p. 351-352) 

케인즈의 주장을 인용하는 대목에서 목회자의 학습과 연구가 이러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목회자는 성경의 진리가 성도의 삶 속에서 열매 맺기를 추구하기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수다. 거시경제학의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하지는 못하더라도 중요한 주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케인즈의 주장은 목회자의 공부가 추구해야 하는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적어도 목회자에게 적용하여 서술하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훌륭한 목회자는 보기 드물 정도로 여러 재능을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는 역사학자, 경제학자, 정치가, 철학자가 되어야 하며 상징을 이해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목회자는 보편적 시각에서 개별적 사건을 살펴보아야 하며 생각의 나래 속에서 추상성과 구체성을 동시에 느껴야 한다. 또한 목회자는 미래를 지향하면서 과거의 불빛 아래에서 현재를 연구해야 한다. 사람의 본능과 관습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목회자의 관심 밖에 있어서는 안 된다.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국내도서
저자 : 팀 하포드(Tim Harford) / 김명철,이제용역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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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practicaltheologian/22322225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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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