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성경공부2023. 4. 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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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데스 바네아에서 발생한 반역 사건(13-14장) 직후 민수기는 제사법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다룬다(15장). 이는 사건(narrative)과 율례(ritual)의 병행이라는 민수기의 중요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한 가지 예다. 그리고 민수기 13-14장의 가데스 바네아 사건과 민수기 15장의 제사규례는 그 메시지에 있어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소제와 전제 (1-16절) 

가데스 바네아 사건 직후, 하나님은 모세에게 말씀하신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그들에게 이르라 
너희는 내가 주어 살게 할 땅에 들어가서 (2절) 

위의 구절은 이제 하나님이 명령하시는 모든 제사 규례에 대한 대전제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을 주실 것인데, 그 땅에 들어가면 이러한 규례를 성실히 지키라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민수기 15장의 제사 규례는 명령이면서 동시에 약속의 땅에 반드시 들어가리라는 약속이 된다. 

여호와께 화제나 번제나 서원을 갚는 제사나 낙헌제나 
정한 절기제에 소나 양을 여호와께 향기롭게 드릴 때에
 그러한 헌물을 드리는 자는 
고운 가루 십분의 일에 기름 사분의 일 힌을 섞어 여호와께 소제로 드릴 것이며
번제나 다른 제사로 드리는 제물이 어린 양이면 
전제로 포도주 사분의 일 힌을 준비할 것이요 (3-5절)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드릴 제사의 규례에 대해 레위기 1-7장이 이미 상세히 기록했다. 본문은 레위기가 규정한 제사 규례를 보충한다. 레위기의 제사 규례가 주로 가축을 제물로 드리는 방법을 서술했다면, 본문은 가축 제물과 함께 드릴 소제와 전제의 규례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제는 포도주를 제단 아래에 부어서 드리는 것을 말하는데, 가축의 피를 보충하는 것으로 보인다(cf. 집회서 50:14-21). 본문에 의하면, 소제와 전제의 양을 어떤 가축을 드리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가축
소제 (고운가루)
소제 (기름)
전제
어린양
1/10 에바 (약 1.5 리터)
1/4 힌 (약 0.5 리터)
1/4 힌 (약 0.5 리터)
숫양
2/10 에바 (약 3.0 리터)
1/3 힌 (약 0.8 리터)
1/3 힌 (약 0.8 리터)
수송아지
3/10 에바 (약 4.5 리터)
1/2 힌 (약 1.0 리터)
1/2 힌 (약 1.0 리터)

Gordon J. Wenham, Numbers TOTC (Downers Grove: IVP, 2008), 143.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더 크고 귀한 가축을 드릴수록 더 많은 양의 소제와 전제를 드려야 한다. 당연히 많은 가축을 드릴수록 더 많은 곡식과 포도주가 필요했다. 여기에 목축과 농업이라는 주제가 등장한다. 광야에서 생활하는 이스라엘 백성은 주로 목축업에 종사하였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가축을 길렀고, 광야에서 하나님께 드리기에 합당한 제물이 가축이었다. 그러나 소제와 전제는 다르다. 곡식과 포도주를 규정대로 드리기 위해서는 목축이 아닌 농업이 필요하다. 소제와 전제의 규례를 말씀하실 때 하나님은 "내가 주어 살게 할 땅에 들어가서"라고 시작하셨는데(2절), 이는 소제와 전제가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농업을 시작해야 가능한 제물이기 때문이다.  

신약성경으로 넘어가면, 사도 바울은 본문이 서술하는 전제에 많은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였다. 십자가에서 온 인류의 죄를 대신 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이해한다면, 예수님께서 자신의 몸으로 드린 희생제사와 함께 전제도 드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귀한 가축일수록  더 좋은 전제를 드려야 한다는 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제사에 따른 전제는 인간이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제물이 되어야 한다. 결국 사도 바울은 자신의 삶을 전제로 드린다. 

만일 너희 믿음의 제물과 섬김 위에 
내가 나를 전제로 드릴지라도 
나는 기뻐하고 너희 무리와 함께 기뻐하리니 (빌 2:17)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딤후 4:6) 


처음 익은 곡식의 거제 (17-21절) 

하나님은 소제와 전제의 규례를 말씀하신 뒤 처음 익은 곡식의 거제에 대해 말씀하신다. 새로운 주제로 넘어가며 하나님은 다시 반복하신다. "너희는 내가 인도하는 땅에 들어가거든"(18b절) 처음 익은 곡식을 하나님께 거제로 드리는 본문의 규정 역시 가나안에 정착하여 농업을 시작했다는 전제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너희의 처음 익은 곡식 가루 떡을 
대대에 여호와께 거제로 드릴지니라 (21절) 

본문의 거제는 우리 시대의 성미와 유사하다. 주부가 식구들을 위해 빵을 만들 때, 처음 익은 곡식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물로 떼어두었다가 성전으로 가져와 봉헌한다. 이러한 관습은 바벨론 군대에 의해 예루살렘이 멸망한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다만, 성전으로 거제를 가져올 수 없으니 경건한 유대인들은 음식을 만들 때 곡식 가루 한 움큼을 불에 살랐다. 이는 가정에서는 드리는 제사요, 주방과 가정을 거룩한 하나님의 집으로 봉헌하는 행위였다. 

가데스 바네아의 반역으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의 땅 가나안은 한없이 멀어지는 듯했다. 바로 그때 하나님은 제사의 규례를 상세히 말씀하신다. 가나안 입성의 참된 목적도, 가나안 입성을 위한 유일한 자격도 제사[예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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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