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문2020. 9. 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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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예레미야 선지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시드기야 왕에게 전하는 장면입니다. 시드기야 왕은 남 유다의 마지막 왕으로 당시 남 유다는 바벨론 제국의 공격을 받아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은 남 유다를 여러 차례 침략하였고, 여호야김 왕과 여호야긴 왕을 모두 바벨론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 두 명의 왕을 끌고 갈 때 그는 예루살렘 성전 안에 있는 귀한 보물도 빼앗아갔지요. 그런데 민족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여호와의 성전과 유다의 왕의 궁전과 
예루살렘에 남아 있는 그 기구에 대하여 이와 같이 말씀하셨느니라 (21절)

벌써 두 명의 왕이 바벨론에 끌려갔고, 그때 예루살렘 성전의 귀한 기구들도 빼앗겼지만 여전히 성전에 남아있는 기구도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은 그 남아 있는 기구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것들이 바벨론으로 옮겨지고 (22a절)

두 명의 왕이 끌려갔고 성전의 기구들도 빼앗겼습니다. 그러나 민족의 아픔과 재앙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견뎌 내야할 재난이 남아 있다는 말씀입니다. 

본문 예레미야 27장의 모습을 생각해보니 2020년 9월을 맞이한 우리의 모습을 참 많이도 닮아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의 위협은 너무도 강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여름은 유독 장마와 홍수와 태풍의 소식들로 가득했지요.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모든 재앙이 이제는 지나갔다고 말할 수 없으니 본문 예레미야 27장의 모습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멍에를 메라

민족의 재앙, 민족의 고통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예레미야는 백성들이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와 행동을 권면합니다. 본문에서 예레미야 선지자가 시드기야 왕을 비롯한 백성들에게 주는 권면은 두 가지입니다. 그 첫 번째는 '멍에를 메라'입니다. 

내가 이 모든 말씀대로 유다의 왕 시드기야에게 전하여 이르되
왕과 백성은 바벨론 왕의 멍에를 목에 메고 그와 그의 백성을 섬기소서 그리하면 사시리라 (12절)

하나님의 백성인 유대인들에게 이방인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을 섬긴다는 것은 매우 무거운 멍에였습니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을 침략하여 두 명의 왕을 끌고 간 느부갓네살, 남 유다의 지배자가 되어 백성과 그 땅을 유린하는 느부갓네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예루살렘 성전의 귀한 기구들을 모두 빼앗아간 바로 그 느부갓네살을 섬기라고 요구합니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지금은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에게 세상의 권세를 주셨고 그를 세상의 통치자로 세우셨으니 하나님의 백성도 그를 섬겨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 유대인들에게는 무거운 멍에이지만 하나님께서 지우신 것이라면 불평하지 말고 달게 받으라는 권면이었습니다. 

신약 시대로 넘어가면 예수님께서도 멍에를 메라고 명령하시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마 11:29-30)

예수님은 우리에게 쉼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멍에를 벗으라 말씀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멍에를 벗어버려야 너희가 참된 쉼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멍에를 메라고, 특별히 예수님의 멍에를 메라고 말씀하십니다. 

고통의 시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지속되는 이 때에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멍에를 달게 메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멍에를 회피하지 말고, 도망가지 말고, 거부하지도 말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멍에이니 낮은 자세로 그 멍에를 메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내 어깨를 짓누르는 멍에를 벗어버리고 싶지만 참고 인내하며 그 멍에를 나의 양 어깨에 얹고 견디어야 합니다. 그렇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참고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 나의 어깨에 있는 멍에를 예수님께서 함께 메고 계시고, 지금 나의 어깨에 있는 멍에는 예수님의 멍에이며, 마침내 그 멍에를 메고 있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참된 쉼과 안식을 허락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고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호와께 구하라 

시드기야 시대, 남 유다는 고통과 재난이 시작된 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더 많은 재난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때 예레미야 선지자가 시드기야 왕과 그 백성들에게 전하는 두번째 권면은 '여호와께 구하라'입니다. 

만일 그들이 선지자이고 여호와의 말씀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여호와의 성전에와 유다의 왕의 궁전에와 예레살렘에 남아 있는 기구를 
바벨론으로 옮겨 가지 못하도록 
만군의 여호와께 구하여야 할 것이니라 (18절)

거짓 선지자들은 여호야김 왕도 잡혀갔고, 여호야긴 왕도 끌려갔으니 지금까지의 고난으로 충분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들은 이제부터 회복의 시간만 남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그들의 이러한 바램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지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재앙이 모두 끝나고 새로운 회복의 날이 찾아오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겠습니까? 그러나 선지자라면 마땅히 인간의 소망이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현실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했습니다. 그들의 인간적인 소망과 기대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인간의 희망과 계획만으로 재앙이 끝나고 회복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멈추지 않는 재앙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선지자를 비롯한 하나님 백성이 마땅히 만군의 여호와께 기도해야 한다고 예레미야 선지자가 선포하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야 재앙이 끝납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야 새로운 회복의 시간이 도래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은 큰 재앙이 멈추지 않을 때, 자신의 인간적인 기대와 소망을 선포하는 대신 하나님께 부르짖으면 간구해야 합니다. 

2020년은 우리 모두에게 우울한 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난이 언제 멈출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때 본문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십시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멍에이니 피하거나 도망치지 말고 그저 잠잠히 참고 인내하며 그 멍에를 메십시오. 나아가 인간적인 기대와 소망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역사의 주관자가 되시는 하나님께 나아가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마침내 하나님의 때가 이르면 우리의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응답하여 주실 것이요, 마침내 하나님의 때가 이르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참된 쉼과 안식을 주실 것입니다. 

본문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그 후에 내가 그것을 올려 와 이곳에 그것들을 되돌려 두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22b절)

우리의 멍에를 달게 메십시오.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십시오. 
하나님께서 회복하시는 그 날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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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