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0. 11. 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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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진 피터슨의 유고집이다. 그는 그의 아들 에릭 피터슨 목사와 자주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목회의 사명을 성찰하는 편지를 교환하였다. 그의 사후, 그 편지들이 묶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아들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편지였기에 이 책에는 목회에 대한 유진 피터슨의 진솔한 심정이 진하게 배어있다. 


상품화된 목회 프로그램 

유진 피터슨은 목회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영성 형성이라고 말한다. 목사 자신의 영성을 형성하는 과정, 그 위에 성도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목회 여정이다. "영성 형성은 우리가 일하는 기반이며, 적어도 목회 소명이 가장 넓고 깊게 뿌리를 내리는 기반이지,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것을 가볍게 무시하는 것 같구나."(p. 70) 영성 형성이 목회 사명의 기반이지만, 실제로 많은 목사가 이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푸념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중요한 이유로 유진 피터슨은 소비지상주의를 지적한다. "목회와 교회 생활을 너무나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두루 퍼져 우리 삶을 지배하는 소비지상주의인 것 같다.... 우리는 요람에서부터 소비자로 키워졌지, 소비자는 수동성과 물성의 전형이다. 이 소비자성이 교회 생활을 포함하여 사회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의 분위기를 조성한단다."(p. 49) 

현대 문화의 핵심인 소비지상주의는 목회 영역에서는 프로그램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포장된 상품을 사는 일과 프로그램에 동원되는 일을 잘 안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하지. 그것이 관계에 충실한 인간이 되는 것보다 더 쉽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들은 복음을 상품으로 제공하고 그리스도인의 삶을 프로그램으로 제시하는 교회로 향하며 그런 교회를 좋아한다. .... 어찌 보면 상품 교회, 프로그램 교회가 번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소비문화에 맞게 재편된 복음이라 할 수 있지."(p. 51) 

현대 문화의 소비지상주의와 목회 현장의 프로그램 중심 현상은 너무도 거대한 흐름이어서 쉽게 거스르기 어렵다. 문제는 상품과 프로그램이 인격성을 그 중심에 두어야 하는 목회를 물화시킨다는 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날의 목사가 이와같은 거대한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까? 유진 피터슨의 글에는 상품화와 프로그램화의 경향을 변화실 수 있다는 희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목사 개인이 이러한 흐름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가 할 일은 포장하기와 프로그램 운영을 계속 경계하고 (물론 그것들 없이 교회 일을 해나갈 순 없겠지) 인격적 요소를 내세울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인 듯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름을 부르고 단어 선택이나 메시지 전달 방법에서 비인간화된 형태의 대화를 최대한 피하도록 하자. '효율성'이 모든 것을 좌우하도록 허용하지 말자꾸나."(p. 53) 


목사의 길 

소비지상주의와 프로그램 중심의 목회 현장은 목회의 인격성을 추구하는데 큰 방해물이다. 그러나 목회의 인격성을 손상시키는 위험은 목사 자신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목사라는 직업 자체가 오히려 영성 형성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룩한 단어와 거룩한 대상을 많이 다룰수록, 우리가 하는 모든 일과 우리 전 존재의 근거가 되시는 삼위일체의 신비하고 거룩하고 충만한 행위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둔해진단다."(p. 44) 

목사는 목회의 인격성을 상실하고 모든 대상이 물화되는 현실을 겪으며 그 돌파구로 사역지를 옮기는 방법을 간구하기도 한다. "목회자가 경력 중간에 찾아오는 침체형 피로와 그에 따른 권태감을 다루는 표준적 해결책 하나는 교회를 옮기는 것이다."(p. 151) 그러나 유진 피터슨은 이것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거의 언제나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손쉬운 해결책이고, 결국 네 삶이 성령 안에서 인격적, 소명적으로 깊어지는 것을 가로막는단다."(p. 151) 

유진 피터슨은 그 대안으로 확실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목사가 묵묵히 걸어야 할 길은 보여준다. "남을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성공을 추구해서도 안된다."(p. 216) "이천 년에 걸친 목회 전통의 공통 요소는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인간 및 하나님과 관련하여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 일은 구체적인 현장에서 일어나고 철저히 인격적인 방식으로 일어난다."(p. 217) 

이 책에 수록된 서른일곱개의 편지에는 날짜가 기록되어있고, 그 시간의 순서에 따라 편집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이 소개하는 유진 피터슨의 편지를 한통씩 읽으며 어느 진실한 목사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듯했다. 비록 세상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목사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발자취는 편지를 읽는 나도 익명으로 그 길에 동참하라고 초청하는 듯했다. "매일매일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다. 너, 우리 W 목사님, 너의 회중에 있는 린다, 책을 쓰는 나, 그리고 다른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있기에 교회는 산산조각 날 위험이 없다."(p. 160) 

 

젊은 목사에게 보내는 편지
국내도서
저자 :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 홍종락역
출판 : 복있는사람 2020.09.15
상세보기

https://m.blog.naver.com/practicaltheologian/22322225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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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