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인문학2020. 12. 1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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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입니다. 1900년대 TV의 등장이 문자와 활자의 시대를 영상의 시대로 대치하였지요.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보급으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여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모바일 환경에서도 문자와 글보다는 영상이 대세를 이루는 형국입니다. 한 마디로, 예전에는 파워 블로거가 인터넷 환경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파워 유튜버가 모바일 콘텐츠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교회도 유튜브의 시대에 발 맞추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른바 ‘비대면 예배’ 혹은 ‘온라인 예배’를 강요하며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방송시설이 매우 열악한 교회를 제외하고는 설교 및 예배 영상을 인터넷 공간에 전혀 공유하지 않는 교회를 찾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몇몇 교회에서는 이 시기를 겪으며 영상 제작과 편집을 위한 별도의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잘 알지만, 

여전히 목회 아카이브를 유튜브보다는 블로그로 운영하고 싶습니다. 

 

유튜브의 시대, 제가 블로그를 고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기독교와 글의 관계입니다. 기독교의 중요한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영상이 아닌 글입니다. 기독교인에게 가장 중요한 콘텐츠가 무엇입니까? 단연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글로만 기록되어 있는 성경입니다. 그리고 2000년의 기독교 역사가 우리에게 물려준 귀한 유산도 대부분 글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 목사로서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의 뜻을 알아가기 원하고, 기독교의 고전을 읽으며 교회의 유산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를 바랍니다.  

 

목회는 주로 언어를 통한 활동입니다. 교회의 예배와 모임이 영상으로 제작될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도 언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목회 언어를 글로 기록하면 목회의 핵심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글로 기록한 목회 언어는 신학적 재평가가 가능하고, 보다 나은 목회 언어를 개발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것이 제가 목회 아카이브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개인적인 이유와 목적입니다. 

 

제가 유튜브 시대에 블로그를 고집하는 두번째 이유는 경계를 넘어선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역하는 교회 역시 유튜브를 활용하여 다양한 영상을 공유합니다. 저의 설교와 강의도 적지 않게 인터넷 공간에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저희 교회 성도님들을 위한 콘텐츠입니다. 여기에 두 가지 경계선이 존재합니다. ‘저희 교회’와 ‘성도들’입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영상이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영상 콘텐츠는 경계선이 높습니다. 여러분이 주로 시청하는 유튜브 영상을 떠올려보면, 그 콘텐츠의 범주가 의외로 협소하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유튜브의 AI가 관련 영상을 끝없이 추천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지요. 

 

반면, 블로그는 유튜브보다 경계선이 낮습니다.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면 평소에 접속하지 않던 사이트나 블로그도 쉽게 방문하게 됩니다. 저는 목회 아카이브가 저희 교회라는 경계, 성도라는 경계를 넘어 더욱 다양한 분들과 필요한 정보와 유용한 관점을 나누며 소통하는 장(場)이 되기를 바랍니다. 목회 아카이브에 기록해둔 저의 목회 언어가 목회 자료가 되어 다른 누군가에게 참고할만한 콘텐츠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진정 보람된 일입니다. 그러나 제가 목회 아카이브를 운영하며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나 자신의 목회 언어를 되돌아보는 신학적 성찰이며, 이 과정에서 여러 목회자와 성도들을 초대하여 우리의 신앙과 교회 현장에 대한 진솔한 대화와 기도를 나누는 것입니다. 

 

유튜브 시대, 

저의 블로그 ‘목회 아카이브’를 방문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영상이 아닌 글의 장점과 매력을 알고 계신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목회 아카이브’의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이메일, 방명록, 댓글로 남겨 주시면 저 역시 성심껏 답을 드리겠습니다. 

 

 

이한진 목사

hanjin02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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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