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공부2021. 9. 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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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의 결론은 두 개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하나는 미가라는 인물과 단 지파의 이야기이며(17-18장), 또 하나는 어느 레위인의 첩과 관련된 일로 불거진 이스라엘의 내전이다(19-21장). 이 두 개의 사건은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이 얼마나 심각한 영적 방종에 빠져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본문은 그 첫 번째 이야기의 일부다. 

에브라임에 거주하였던 미가라는 사람은 큰 돈을 들여 신상을 만들어 섬기고 있었다. 때마침 그의 집을 찾아온 레위인을 자신의 제사장으로 삼았다(삿 17장). 이것은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결코 행해서는 안 될 우상숭배의 죄악이었다. 그런데 미가의 개인적이고 가정적인 죄악이 이제 단 지파의 우상숭배로 이어진다. 


단 지파의 신상 탈취

단 지파는 가나안의 여러 곳을 다니며 점령할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이 일을 위해 파송받은 정탐꾼 다섯명이 미가의 집에서 유숙하게 되었고 그들은 이 집에 큰 신상과 제사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탐을 마치고 단 지파가 라이스를 점령하기 위해 출정하였다. 정탐꾼들은 동료 군인들에게 미가의 집을 소개하며 이렇게 제안한다. 

이 집에 에봇과 드라빔과 새긴 신상과 부어 만든 신상이 있는 줄을 너희가 아느냐
그런즉 이제 너희는 마땅히 행할 것을 생각하라 (삿 18:14) 

단 지파의 군인들은 정탐꾼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였다. 그리고 미가의 집에 들어가 “에봇과 드라빔과 부어 만든 신상”을 탈취한다. 단 지파의 군인 육백 명이 무장하고 있으니, 미가의 제사장은 그 장면에서 반항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제사장은 단지 반항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동의하였다. 단 지파는 그 제사장에게 이렇게 제안했기 때문이다. 

잠잠하라 네 손을 입에 대라 
우리와 함께 가서 우리의 아버지와 제사장이 되라 
네가 한 사람의 집의 제사장이 되는 것과 
이스라엘의 한 지파 한 족속의 제사장이 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낫겠느냐 (삿 18:19) 

이 장면은 사사시대에 팽배하였던 ‘힘의 논리를 따르는 성공주의’를 보여준다. 미가와 그의 가족들은 떠돌이 레위인을 가정의 제사장으로 받아주었고, 그를 ‘아들처럼’ 대해주었다(삿 17:11). 그러나 미가의 제사장은 그러한 미가의 집을 배반하였다. 한 가정의 제사장이 아닌 한 지파의 제사장이 될 수 있다는 성공이 그를 사로잡았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는 단 지파의 군인들이 무력으로 호위하고 있으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호의에 대한 배신은 단 지파도 마찬가지다. 미가는 정탐꾼 다섯 명을 자신의 집에 유숙하도록 받아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은혜를 배반으로 갚았으니, 육백 명의 군대를 앞세워 미가의 집에서 값진 것들을 빼앗아 가고 있다. 힘의 논리를 따르는 성공주의, 이것이 당시 이스라엘 백성 대부분의 행동을 좌우하였던 시대적 흐름이었다. 


단의 제사장이 된 요나단

단 자손이 데려간 제사장의 이름이 본문의 마지막에 나온다. 곧 요나단이다. 

단 자손이 자기들을 위하여 그 새긴 신상을 세웠고 
모세의 손자요 게르솜의 아들인 요나단과 그의 자손은 
단 지파의 제사장이 되어 그 땅 백성이 사로잡히는 날까지 이르렀더라 (삿 18:30) 

요나단은 모세의 둘째 아들이었던 게르솜의 자손이었다. 본문 30절의 ‘아들’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여러 대를 뛰어넘는 자손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문의 장면이 사사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면, 요나단을 게르솜의 아들이 아니라 게르솜의 자손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그 땅 백성이 사로잡히는 날까지”라는 표현은 단 지파가 앗수르에 의해 멸망당하는 장면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단 지파는 라이스에 정착하는 그날부터 나라가 멸망하는 그 순간까지 아론의 자손이 아닌 게르솜의 자손으로 제사장을 세웠고 미가의 집에서 탈취해온 신상을 우상으로 숭배하였다. 단의 제사장이 된 요나단과 그를 지파의 제사장으로 세운 단 지파는 자신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미가의 집을 배신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멸망할 때까지 여호와 하나님을 배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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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