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성경공부2022. 9. 7. 11:17

창세기 24장은 이삭이 아내를 맞이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이삭의 아내를 선택하는 이 장면은 단지 한 가정의 결혼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아브라함을 통해 시작된 하나님의 구원 섭리가 그의 아들 이삭을 통해 이어지는 가교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조금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는 세대를 초월하고 공간을 초월한다. 아브라함을 통해 인류 구원의 계획을 시작하신 하나님의 섭리는 이제 그의 아들 이삭의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구약학자 폰 라드는 등장인물을 기준으로 창세기 24장을 네 개의 장면으로 구분한다. 


1. 아브라함과 무명의 종 (1-9절) 
2. 종과 리브가 (10-27절) 
3. 종과 리브가의 친지들 (28-61절) 
4. 이삭과 리브가 (62-67절) 

지금까지 창세기의 주인공이었던 아브라함은 첫 번째 장면(1-9절)을 끝으로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이삭의 아내를 찾는 일은 아브라함에 의해 시작된 듯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아브라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로 완성된다. 아브라함은 한때 하나님의 구원 섭리를 위해 사용되었지만, 그는 남겨진 모든 것을 하나님의 손에 위탁할 수밖에 없었다. 


정체성과 비전 

아브라함은 자신의 모든 소유를 맡아 관리하는 종에게 이삭의 아내감을 찾는 일을 맡기면서 이렇게 강조한다. 

내가 너에게 하늘의 하나님, 땅의 하나님이신 여호와를 가리켜 맹세하게 하노니 
너는 내가 거주하는 이 지방 가나안 족속의 딸 중에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지 말고
내 고향 내 족속에게로 가서 내 아들 이삭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라 (3-4절)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통해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신다고 약속하셨다. 지금은 이삭이라는 아들 한 명뿐이지만,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민족의 정체성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방 민족인 가나안의 여인이 아니라 아브라함 자신의 친족 중에서 여인을 선택하라고 당부한다. 

문제는 아브라함이 지금 고향을 떠나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가나안 땅으로 이주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점이다. 아브라함이 여전히 고향 땅에 살고 있다면 자신의 친족 중에서 며느리를 찾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거하는 가나안과 그의 고향 하란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아브라함의 명령을 받은 종이 이렇게 질문한다. "여자가 나를 따라 이 땅으로 오려고 하지 아니하거든 내가 주인의 아들을 주인이 나오신 땅으로 인도하여 돌아가리이까?" (5절) 이에 대한 아브라함의 답변은 단호하다. 

아브라함이 그에게 이르되 
내 아들을 그리로 데리고 돌아가지 아니하도록 하라 (6절) 

민족의 정체성을 위해 가나안 여인은 배제하였던 아브라함이지만, 이삭이 자신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고향 땅을 떠나 가나안으로 가라는 분명한 비전을 주셨기 때문이다.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내 아버지의 집과 내 고향 땅에서 떠나게 하시고 
내게 말씀하시며 내게 맹세하여 이르시기를 
이 땅을 네 씨에게 주리라 하셨으니 (7a절) 

그리스도인의 삶에는 지키며 보존해야 하는 정체성과 내일을 향한 비전이 동시에 주어졌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신앙인들과 함께 예배하며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떠나라'는 비전도 주신다. 우리 각자에게는 다양한 삶의 자리가 있고, 그리스도인은 바로 그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길,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해야 하는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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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