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창세기 26장의 앞장(25장)과 뒷장(27절)은 모두 야곱과 에서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야곱과 에서는 어머니의 배속에서부터 서로 다투었고 어린 시절에는 야곱이 에서의 약점을 이용하여 장자의 권한을 팔게 하였다(창 25장). 이렇게 시작된 야곱과 에서의 갈등은 창세기 27장에 이르면 더욱 노골적으로 표출되어 야곱이 에서를 피해 멀리 도망가기에 이른다. 이처럼 야곱과 에서의 갈등을 그리는 창세기 25장과 27장 사이에, 창세기 26장은 평화의 사람이었던 이삭의 생애를 보여준다.
이삭 _ 언약과 평화의 사람
이삭은 흉년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약속의 땅을 떠나지 않았다. 하나님은 "이 땅에 거류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고"(창 26:3-4)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삭은 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믿음을 보여주자,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언약을 이제 이삭과 체결하신다.
그 밤에 여호와께서 그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이 번성하게 하리라 하신지라 (24절)
이삭의 삶에도 갈등이 있었다. 블레셋의 왕 아비멜렉은 이삭을 시기하여 우물을 막고 그들의 땅에서 이삭을 쫓아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사랑했던 이삭은 그들과 다투기보다는 인내와 양보를 선택한다. 그렇게 갈등을 회피하며 새롭게 우물을 파기를 반복하던 중 마침내 이삭은 아비멜렉으로부터 평화조약을 제안받는다.
그들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았으므로
우리의 사이 곧 우리와 너 사이에 맹세하여
너와 계약을 맺으리라 말하였노라 (28절)
본문에는 이삭이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나아가 블레셋 왕 아비멜렉과 평화의 계약을 맺는 장면이 함께 등장한다. 이삭은 수직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수평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언약과 평화를 맺으며 화평을 추구하였던 사람이다.
용어 해설 (26절)
- 아비멜렉: 창세기 20장 2절에도 아비멜렉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그러나 창세기 26장의 아비멜렉은 본문의 아비멜렉과 다른 사람이다. 아비멜렉은 인명이라기보다 블레셋 왕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였기 때문이다.
- 친구 아훗삿: 친구라는 의미의 히브리어는 "메레에후"인데, 문자적으로는 '그의 친구' 혹은 '왕의 친구'라는 의미다. 이 용어는 단순히 왕과 우정을 나누는 사람이라기보다 왕에게 조언을 하는 직위를 가리킨다. (Cf. 삼하 15:37; 16:16; 왕상 4:5)
- 군대장관 비골: 비골 역시 개인의 이름이 아닌 군대 장관이라는 직위를 나타내는 일반적 용어다. 비골이 무관의 최고 수장이라면, 아훗삿은 문관의 최고 수장이다.
이삭의 삶과 시편 37편
언약과 평화의 삶을 살았던 이삭은 화평한 가운데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복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러한 이삭의 삶을 묵상하면, 시편 37편이 떠오르곤 한다. 시편 37편 가운데 이삭의 인내와 그가 누린 축복을 묘사하는 듯한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불평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시기하지 말지어다 (시 37:1)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며 불평하지 말라
오히려 악을 만들 뿐이라 (시 37:8)
그러나 온유한 자들은 땅을 차지하며
풍성한 화평으로 즐거워하리로다 (시 37:11)
그들은 환난 때에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며
기근의 날에도 풍족할 것이나 (시 37:19)
온전한 사람을 살피고 정직한 자를 볼지어다
모든 화평한 자의 미래는 평안이로다 (시 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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