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성장하고 성숙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책임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린아이에게는 그 누구도 중요한 책임을 맡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날수록 그에게 책임이라는 것이 주어지고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죠.
교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교회에 이제 막 등록하신 새신자에게는 그 누구도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나 책임을 맡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의 경륜이 늘어날수록 교회 안에 다양한 봉사를 하게 되고 책임이 주어지기 시작합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모두 알고 계시지요? 가인과 아벨은 서로 형제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졌고 결국 가인은 아벨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말지요. 바로 그때 하나님이 가인에게 질문하십니다.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러자 가인이 무엇이라고 대답합니까?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라고 반문하지요(창 4:9) 아벨과의 관계가 산산이 무너져버린 가인의 마음에는 형으로서 동생인 아벨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책임감이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질문에 대한 가인의 대답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입니다. 2004년 당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버락 오바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시카고 남부에 글을 읽지 못하는 소년이 있다면, 그 아이가 제 아이가 아닐지라도 그 사실은 제게 중요합니다. 만일 어딘가에 약값을 지불하지 못하는 노인이 의료비와 월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그녀가 제 할머니가 아닐지라도 제 삶마저 가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는 성경에 등장하는 가인의 대답을 이렇게 바꿉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믿음이 있습니다. 저는 제 형제를 지키는 자입니다. 저는 제 자매를 지키는 자입니다.”
가인은 자신의 동생에 대해 ‘나는 동생을 지키는 책임을지지 않겠다’고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라고 말했어요. 그러나 바로 그 이야기를 뒤집어서 버락 오바마는 ‘나는 형제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나는 자메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선언했던 것이죠. 그리고 이 연설을 계기로 무명의 정치인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일약에 스타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오바마가 선언했던 바로 그 말을 우리 주님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몸소 실천하셨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날도 예수님은 자신에게 몰려오는 무리들에게 최선을 다해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셨습니다. 당시 소망도 없고 미래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셨어요. 하나님의 말씀을 오해하고 하나님의 참 뜻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셨어요.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을 직접 고쳐주셨어요. 그렇게 최선을 다해 예수님은 그날도 자신의 사역을 다 감당하셨어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제 저녁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본문 15절입니다.
“저녁이 되매 제자들이 나아와 이르되 이 곳은 빈 들이요 때도 이미 저물었으니 무리를 보내어 마을에 들어가 먹을 것을 사 먹게 하소서”
이제 하루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무리들로 하여금 내일 다시 오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한 마디로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은 다 했다는 말이죠. 이제 예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오늘 본문 16절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제자들은 이만하면 오늘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아직 책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씀하십니다. 무리들이 배가 고플 테니 음식도 나눠 주라는 말씀입니다.
교회는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그러니 교회가 설교하고 성경공부를 가르치면 교회의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닌가요? 교회는 예배하는 공동체이니 교회를 찾아온 사람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면 그것으로 교회의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닙니까? 이러한 질문에 예수님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말씀을 가르치고 복음을 전하고 병자들을 고쳐주었지만, 그들이 배가 고플 수 있으니 그것까지도 제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책임을 지라고 말씀하시죠.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우리 안에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 너욱 넓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어떠한 형편에 있는지, 어떠한 처지에 있는지,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부지런히 살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격려가 되어주고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형제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자매를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께서 다 아시고, 예수님도 다 아시고, 제자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말씀하시지만, 제자들에게는 그 많은 사람들을 먹일 음식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먹을 음식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지 않고, 그것과 상관없이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먹을 것까지 챙겨주라고 명령하십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하면 마음을 먹으면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사람을 먹일 수 있는 떡과 물고기가 부족합니다. 그러나 내 손에 있는 것을 살피기에 앞서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으로부터 들어보세요. “너희가 먹을 것을 줘라.” 그리고 그 말씀에 순종하려고 노력하십시오. 그러면 지금 내게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떡도 부족하고 물고기도 부족하지요. 그래서 하나님께 더욱 기도하게 되고, 그래서 더욱 하나님께 매어 달리게 됩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는 우리 공동체 안에 오병이어의 풍성한 은혜를 베풀어 주십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내가 형제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내가 자매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자쳐하며 서로에 대한 관심과 섬김의 범위를 넓혀나갈 때 하나님께서 우리 공동체 안에 오병이어와 같은 풍성한 은혜를 넘치도록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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