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0. 8. 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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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목자상>으로 번역된 이 책의 원제는 "개혁된 목회자"(the Reformed Pastor)이다. 여기서 '개혁된'(reformed)이라는 용어는 스위스 종교개혁의 전통을 따른다는 역사적 의미도 내포하지만, 보다 실제적으로 교회의 개혁을 위한 목회자의 변화를 의미한다. 교회의 개혁, 그 중심에는 목회자 스스로의 개혁이 놓여 있다. 


목회자의 회개 

리처드 백스터는 목회자의 회개를 촉구한다. 그것도 공개적인 회개요, 적극적인 변화다. 백스터는 목회자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것이 지나친 요구요, 목회자와 교회에 수치를 안겨주는 일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들은 백스터에게 이 글을 대중의 언어인 영어가 아닌 특수 계층의 언어인 라틴어로 작성할 것도 요구했다. 그러나 백스터는 그 모든 비판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만큼 목회자의 회개가 급박하며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회개와 변화만이 교회를 개혁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공공연하게 드러난 죄를 숨기려 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수치만 깊어질 뿐입니다." (p. 17) 

"죄를 솔직히 고백하기보다 어떻게든 숨기려 할 때 우리는 더 큰 수치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수치스럽게 하는 것은 고백이 아니라 죄입니다. 자발적인 고백과 겸손 외에는 우리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p. 236) 

리처드 백스터는 목회자가 시급하게 회개해야 할 항목으로 교만, 게으름, 세속적 관심 분열 등을 언급한다. 이는 리처드 백스터와 오늘 우리 시대 사이에 존재하는 수백 년의 시간차가 무색할 만큼, 오늘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통회하며 회개해야 할 항목들이다. 


목양의 사명 

리처드 백스터는 목회자의 회개를 촉구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가? 리처드 백스터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바는 목양의 사명을 다하지 않은 죄이다. 여기서 목양이란 성도들을 일대일로 방문하여 그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며 양육하는 사명이다. 백스터는 목양의 목적을 두 가지로 명기하는데, 곧 회심과 성장이다. (p. 153) 문제는 이 두 가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목회자는 강단에서 외칠 뿐만 아니라 회중을 개별적으로 찾아가 양육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익숙한 용어로 표현하면 '심방'이다. 

리처드 백스터가 행했던 방식은 이렇다. 먼저 모든 가정에 교리문답서를 나누어준다. 한달여의 시간을 주어 가정에서 교리문답을 공부하도록 유도한다. 이후 가정마다 면담 시간을 정한다. 백스터는 월요일과 화요일은 교우들을 방문하여 교리문답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였는데 일주일에 15 가정 정도를 방문하여 일 년에 800여 가정을 심방했다고 하니, 이는 한국 교회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심방 횟수이다. 여러 사람을 함께 모아 동시에 교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처드 백스터는 개별적인 면담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각자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은 여럿이 있을 때보다는 혼자 있을 때 자신의 죄와 비참한 처지와 의무를 좀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든 것을 양심적으로 드러내고 진리를 대면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모든 수고는 수포로 돌아갑니다. 그러므로 비공개적인 면담 장소를 따로 두기를 권합니다." (p. 355) 

골로새서 1장 28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 여기에서 '각 사람'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예수님을 전하는 전도, 나아가 완전한 자로 세우는 양육은 '각 사람'을 대상으로 행해져야 한다. 물론 대중 설교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도와 양육의 형태는 어디까지나 일대일이어야 한다. 리처드 백스터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한다. 

열심히 설교문을 작성하여 강단에서 외치는 것으로 목양의 사명을 다했다고 여기는 풍습, 이것이 리처드 백서터가 생각하는 회개해야 할 목회자의 죄악이다. 그리고 목회자의 개혁은 설교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교인을 찾아가 교리를 가르치는 데 헌신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물론 목회자가 개별적으로 찾아가 가르치더라도 회심하거나 성장하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목회자는 각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백스터는 이 과정이 교회 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확신했다. 목회자는 정성을 다해 성도 개개인을 목양하고, 그렇게 믿음의 성숙을 경험한 성도들로 교회가 채워질 때 더디지만 착실한 개혁의 길이 열린다는 믿음이다. 

수백 년이 지났지만 교회의 개혁이 목회자의 개혁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참 목자상
국내도서
저자 : 리처드 백스터(Richird Baxter)
출판 : 생명의말씀사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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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practicaltheologian/22322225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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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