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설교2021. 1. 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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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세례 교육을 하며 어느 성도님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어떤 계기로 세례를 받으려고 마음을 먹으셨나요? 어떻게 세례 문답을 신청하게 되셨습니까? 세례 교육을 받으러 교회에 오신 분에게 할 수 있는 매우 일반적인 질문이었지요.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저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나게 만들었습니다. 그 성도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어요. ‘저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의 삶이 후회로 가득할 수도 있습니다. 딱히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리셋하여 새롭게 시작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나 지난 2020년은 온통 코로나바이러스로 얼룩져있기에, 새롭게 시작하는 2021년만큼은 지난 시간을 리셋하여 다시금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것이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도 없고, 오늘은 지난 과거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도 없기에 우리의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출발의 장애물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은 지금 새로운 출발선에 섰습니다. 가나안 정복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위해 이제 첫발을 떼려는 순간이지요. 그러나 여호수아 1장에 등장하는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새로운 출발을 저지하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그 장애물이란 먼저는 위대한 지도자의 상실이었지요. 여호수아 1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여호와의 종 모세가 죽은 후에” ‘모세’라는 이름만으로도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위대한 지도자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여호수아 1장은 모세를 언급하며 ‘여호와의 종 모세’라고 서술합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모세는 출애굽의 지도자였고, 가나안 정복의 비전을 모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불어넣었던 장본인입니다. 그러니 가나안을 정복을 위해 모세만큼 적합한 지도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위대한 하나님의 종, 모세가 죽었습니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정복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던 장애물은 또 있었습니다. 어쩌면 모세라는 위대한 지도자를 잃어버린 것보다 더욱 크게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던 장애물이었습니다. 그것은 과거 실패의 경험입니다. 약 40년 전, 위대한 하나님의 종 모세를 지도자로 모시고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정복을 위한 첫번째 시도를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가나안 정복 시도는 가데스 바네아 사건으로 알려진 하나님을 향한 큰 죄악을 저지른 직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그들은 아말렉과 가나안 사람들에게 패배하여 호르마 지역까지 쫓겨나고 맙니다. 그 후로 40년, 그들은 요단 강 서쪽의 땅 가나안 정복을 단 한차례도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과거의 실패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의 발목을 여전히 옥죄어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2020년을 보내고 새로운 2021년을 맞이하였지만 여전히 새로운 출발을 머뭇거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시간이 흐르자 위대한 하나님의 종 모세가 세상을 떠나버리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에게 있었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새 해를 맞이하였고, 새로운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뼈아픈 실패의 경험을 떨쳐내지 못하여 여전히 우리의 발걸음은 지금 그 자리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까? 


새로운 출발의 동력 - 하나님의 약속과 말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말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장애물들이 있었지요. 위대한 하나님의 종 모세의 죽음, 그리고 지난 40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내리 누르던 과거 실패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가 지금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이유는 위대한 지도자가 있기 때문도 아니요, 과거의 모든 과정이 성공적이었기 때문도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약속 때문입니다. 

자, 이제 하나님의 모세를 잃어버린 여호수아, 과거 실패의 경험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했던 이스라엘이 새로운 출발을 시작합니다. 

내가 모세에게 말한 바와 같이 
너희 발바닥으로 밟는 곳은 모두 내가 너희에게 주었으니 
곧 광야와 이 레바논에서부터 큰 강 곧 유브라데 강까지
헷 족속의 온 땅과 또 해 지는 쪽 대해까지 너희의 영토가 되리라 (수 1:3-4) 

모세는 떠났지만 모세가 전한 약속의 말씀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모세가 전한 약속은 모세의 약속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위대한 하나님의 종 모세가 살아 있을 지라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정복을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그들은 가나안 땅을 정복할 수 있을까요? 40년 전, 이스라엘 백성이 경험했던 실패의 경험은 바로 이점을 가르쳐 줍니다. 그들에게는 모세라는 지도자가 있었어요. 그러나 가데스 바네아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거역하자 하나님께서 가나안 정복을 40년 동안 보류하셨습니다. 그러니 가나안 정복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여러분, 한번더 생각해보십시오. 모세가 살아 있어도 하나님께서 가나안 정복을 허락하지 않으시면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어요. 그러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모세가 세상을 떠났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가나안 정복을 허락하신다면, 그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정복을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그들의 과거 성공 경험에 있는 것도 아니요, 모세와 같은 위대한 지도자의 역량에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그들에게 허락하신 말씀과 약속을 지금도 성취하고 계시는 하나님께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는 새로운 출발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 여러 가지 장애물은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계속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새로운 출발의 기초는 인간 모세가 아니라 그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요,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우리의 인생을 오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과거가 언제나 성공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셨던 약속을 신실하게 성취해 나가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출발을 소망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가 있다면, 과거의 실패 경험을 떨쳐버리는 담대함이요 하나님의 약속을 의지하는 말씀에 대한 순종입니다.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수 1:7-8) 

 


동행 공동체 

여호수아 1장은 가나안 정복을 위한 새로운 출발의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 가나안 정복이라는 새로운 출발이 여호수아나 몇몇 개인의 출발이 아니라, 이스라엘로 표현되는 전 공동체가 함께 발걸음을 떼는 출발이라는 사실입니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이 시작하려는 새로운 출발은 요단강 서쪽의 가나안 땅을 정복하는 사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모세의 시대에 요단 동쪽은 점령하였고, 그곳에는 르우벤 지파, 갓 지파, 그리고 므낫세 지파가 차지하였습니다. 당연히 이들은 요단 서쪽을 점령하는 일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요단강 서쪽을 향해 전진하는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의 새로운 출발은 아홉 지파만의 출발이 되고 맙니다. 12지파로 구성된 전 이스라엘의 새로운 출발은 아닌 것이지요. 그리하여 여호수아는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 그리고 므낫세 지파에게 말합니다. 

너희의 처자와 가축은 모세가 너희에게 준 요단 이쪽 땅에 머무르려니와 
너희 모든 용사들은 무장하고
너희의 형제보다 앞서 건너가서 그들을 돕되 (수 1:14) 

놀랍게도,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와 므낫세 지파는 여호수아의 이 말씀에 순종합니다.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당신이 우리에게 명령하신 것은 우리가 다 행할 것이요
당신이 우리를 보내시는 곳에는 우리가 가리이다 (수 1:16) 

오늘 본문은 르우벤 지파, 갓 지파 그리고 므낫세 지파가 여호수아의 말에 순종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물론 이들이 순종한 것은 일차적으로 여호수아의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들이 순종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다른 지파보다 먼저 요단 동편을 차지하였을 때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다른 지파들이 요단 서쪽으로 점령하기까지 르우벤과 갓과 므낫세 지파가 선봉에서 전쟁에 참여할 것을 명령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의 공동체가 힘차게 출발할 수 있는 비결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여러분, 신앙의 공동체가 어떻게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까요? 그저 한 사람이나 몇몇 개인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함께 새로운 출발을 향해 힘차게 달려 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겠습니까? 먼저,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비결이 인간 모세에게 있는 것도 아니요, 과거의 성공 경험에 있는 것도 아니라, 오직 주시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그리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십시오. 우리가 모두가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할 때, 우리 공동체는 어떠한 장애물을 만나든 새롭게 출발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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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