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1. 4. 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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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은 자신의 심리학을 적정 심리학으로 부른다. 적정 기술이란 첨단 기술을 추구하기보다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이다. 심리학에서도 ‘적정’ 심리학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이른바 ‘정신과 의사’라는 자격증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성한다. 정혜신은 정신의학이라는 첨단 기술의 가장 큰 맹점은 사람을 환자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최첨단의 정신의학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적정 심리학,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 


마음의 아픔과 치유 

사람의 마음이 아픈 원인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자기 소멸이다. 모든 인간은 '나'로 살고 싶고, ‘나’로서 인정받고 싶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해 '나'로 살지 못하고 '너'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것이 비극인데, 곧 자기소멸이다. ‘나’의 핵심은 겉모습이나 나를 묘사하는 다양한 수식어가 아니다. ‘나’의 핵심은 지금 나의 감정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나의 감정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때 자기 소멸에 빠지지 않고 나로서 존재하게 된다. 

마음의 아픔이 '나'의 상실이라고 주장하는 정혜신은 나를 잃어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심리적 CPR'이라고 강조한다. 심장마비를 일으킨 사람에게 인공호흡을 해주듯, 자아 상실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자아를 인정하고 그 자아에 무한히 관심을 가져주는 역할이다. 심리적 CPR의 구체적인 방법은 질문과 경청이다. 너무도 흔하게 들리는 질문과 경청이라는 방법이지만, 이 책의 대답이 식상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질문과 경청의 목적이 '나'라는 인격의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공감 VS 감정 노동 

사람의 마음에 힘을 주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방법,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자기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 '공감'이라고 정혜신은 확신한다. 그가 말하는 공감은 피곤한 감정노동과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바와 같이 공감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 노동일뿐 진정한 공감이 아니다. 진정한 공감, 곧 도움이 되는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 사람 자신의 이야기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주변부의 이야기만 무성할 때는 공감이 아닌 감정노동이 된다. 또한 상대의 감정은 언제나 옳고 공감이 필요로 하지만, 감정이 아닌 생각과 행동은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감정이 아닌 생각과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을 공감이라고 오해하면, 그것 역시 바른 공감에서 멀어져 감정노동이 된다. 

목회자들은 성도들과의 만남에서 공감이 아닌 감정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두서없는 말을 '친절히' 들으며 자신은 심리적 에너지를 소진한다. 심지어 그의 마음을 공감하지는 못한 채 그의 생각과 행동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 강박에 스트레스만 쌓인다. 

“누군가의 속마음이나 정서적 결핍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일은 이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다. 감정 노동처럼 그저 견디는 경우가 많다.”(228쪽) 

목회자라는 직업군이 정확히 이러한 경우다. 


공감의 구체적인 방법 

공감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마음이 먼저 건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나의 마음은 지금 어떤가?'를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나의 감정은 언제나 옳다는 스스로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주변의 친구로부터 공감을 받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 특별히 목회자라면, 감정 노동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건강한 마음으로 성도들을 공감할 수 있다. 

정혜신이 주장하는 공감 혹은 심리적 CPR에 동의한다면, 이제 그가 제시하는 핵심 도구를 활용해보자. 

핵심 질문 -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의 아픈 상처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그 사람의 상처를 기억나게 하여 더 아프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상처를 내어놓았을 때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지 않는 거절이다. 상처 난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태도는 오히려 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한다. 그러므로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라. 그리고 그의 감정에 공감하라. 

공감의 언어 - "당신이 옳다." (당신이 그런 마음이 생겼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https://m.blog.naver.com/practicaltheologian/22322225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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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