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자(코헬렛)가 현실을 관찰해보니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했다. 강자는 힘으로 약자를 학대하고, 약자는 학대를 받으면서도 위로를 받지 못한다(전 4:1). 정의로워야 하는 재판 현장에도 불의가 존재한다(전 3:16). 본문에서 전도자는 다시 한번 공의로운 심판을 찾을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을 지적한다.
부조리한 현실
그런 후에 내가 본즉
악인들은 장사지낸 바 되어 거룩한 곳을 떠나
그들이 그렇게 행한 성읍 안에서 잊어버린 바 되었으니
이것도 헛되도다 (10절)
전도자는 악인으로 알려진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의 악행을 금방 잊어버린 듯했다. 심지어 그가 악을 행하여 사람들에게 큰 괴로움을 끼쳤던 바로 그 장소에 장례 행렬이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의 악행을 잊어버린 채 여전히 애도하고 있었다. 악인은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까지 징벌을 받지 않았으니, 많은 사람들이 벌을 받으리라는 걱정 없이 여전히 악을 행하고 있었다(11절).
또한 내가 아노니
하나님을 경외하여 그를 경외하는 자들은 잘 될 것이요
악인은 잘 되지 못하며 장수하지 못하고 그 날이 그림자와 같으리니
이는 하나님을 경외하지 아니함이니라 (12b-13절)
위의 구절은 "내가 아노니"라고 시작한다. 곧, 전도자가 유대인들의 전통적인 지혜를 인용하는 장면이다. 전통적인 지혜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의인이 형통하고 하나님을 거역하는 악인은 벌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전도자는 전통적인 지혜가 가르치는 정의로운 심판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는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 이유는 악인과 악한 행동에 대한 "명백한 심판"이 현실 세계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행해지는 헛된 일이 있나니
곧 악인들의 행위에 따라 벌을 받는 의인들도 있고
의인들의 행위에 따라 상을 받는 악인들도 있다는 것이라
내가 이르노니 이것도 헛되도다 (14절)
오늘을 즐겨라
전도서 7장에서 전도자는 악인이 장수하고 의인이 재앙을 당하는 이른바 신정론의 문제를 이미 다룬 바 있다(전도서 7장 15-29절 "찾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것"). 전도자는 이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지혜를 총동원하였지만, 오히려 인간의 지혜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중도의 길이었다.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 말며
지나치게 지혜자도 되지 말라(전 7:16a)
오늘 본문에서도 전도자는 비슷한 논리를 전개한다. 오늘날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지식 노동자로서 신정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였다(16절). 그러나 "해 아래에서 행해지는 일을 사람이 능히 알아낼 수 없도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뿐이었다(17절). 다만, 오늘 본문에서 전도자는 7장과 조금 다른 결론을 제시한다.
이에 내가 희락을 찬양하노니
이는 사람이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해 아래에는 없음이라
하나님이 사람을 해 아래에서 살게 하신 날 동안
수고하는 일 중에 그러한 일이 그와 함께 있을 것이니라 (15절)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그의 송시에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새에도 우리를 시새운 세월은 흘러갔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오늘을 즐겨라"는 뜻의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오늘 본문에서 전도자가 제시하는 삶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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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 연구 01 “전도서의 저자와 구조” 전도서는 잠언과 욥기와 함께 구약 성경의 지혜문학으로 분류된다. 성경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잠언이 지혜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은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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