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2. 12. 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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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된다는 민주주의 사상을 반대하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주의 공부>의 저자 얀-베르너 뮐러는 포퓰리즘(특별히 우익 포퓰리즘)을 자신이 '진짜 시민'의 대변자라는 주장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포퓰리즘은 자신이 대변하는 진짜 시민과 다른 (혹은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을 가짜 시민이라고 여긴다.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시민들의 의사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포퓰리즘은 자신들이 선거에서 이기면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가짜 시민에 의한 부정선거라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은 평등과 자유다. 모든 시민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포퓰리즘은 진짜 시민과 가짜 시민을 구분하여 평등이라는 가치를 훼손한다. 

평등과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저자는 다음의 두 가지 명제를 주장한다. 
1. 민주사회의 국민은 다른 시민을 제명하거나 다른 시민의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 (p. 64) 
2. 국민의 정의를 둘러싼 논쟁에서 어떤 국민 개념이 '자명하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p. 65) 

모든 시민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면, 불일치와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약속은 우리 모두가 뜻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것이 아니다."(p. 69) 여기에서 저자는 의견의 불일치와 비존중(disrespect)를 구분한다. 의견의 불일치는 민주주의를 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바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동일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존중하지 않는 비존중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을 잡은 이들에게 반대파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아가 민주주의가 올바로 서기 위해서는 "충실한 반대파"(loyal opposition)의 존재가 필수다. 충실한 반대파는 상대방의 승리를 인정한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는 얼마든지 그들이 승리할 것을 기대한다. 그래서 민주주의 체제를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가치도 포기하지 않는다. 애덤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를 "제도화된 불확실성"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선거는 제도화되어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의 승패는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민주주의에 역동성과 창의성을 불어넣으며, 충실한 반대파의 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 

"제도화된 불확실성"을 실현하기 위해 저자는 두 가지 인프라가 필수라고 역설한다. 곧, 언론과 정당이다. 이 두 가지는 대의 민주주의를 위한 매개 기구라고도 부를 수 있다. 물론, 언론과 정당은 불확실성을 통한 역동성을 창출하기보다 오히려 자신들의 신념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인터넷 플랫폼이 중요해진 시대에는 알고리즘이 그것을 양극화를 강화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언론과 정당이 매개 기구가 되어 민주주의의 인프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외적 다원주의와 함께 내적 다원주의가 존재해야 한다. 외적 다원주의란 다양한 시각의 언론과 다양한 정치 철학을 담지한 정당의 존재를 말한다. 그와 함께, 혹은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내적 다원주의다. 언론과 정당이 그 내부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토론하고 대화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영국 철학자 오노라 오닐은 매개 기구가 민주주의 인프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접근성과 자율성이 있어야 하고 또한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다. 역사상 공짜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p. 179) 의견의 불일치를 인정하고 때로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인프라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사회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매개 기구의 접근성과 자율성 그리고 평가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민주주의는 효율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들여야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평등과 자유라는 민주주의 가치는 그 모든 것을 투자하기에 충분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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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