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2. 10. 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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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절, 나는 길을 걷다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 대화했던 기억이 많다. 당시에는 핸드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않았기에 손목에 시계를 차고 다녔다. 그런데 바쁘게 집을 나서면 시계를 챙기지 못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 어쩔 수 없다. 약속 시간은 지켜야 하고 지금 시간은 알 수 없으니,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간을 물어보곤 하였다. 당시에는 GPS가 내장된 전자 기계가 없었지만 처음 가보는 길도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내가 아는 만큼 찾아간 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심지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요금이 부족해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얻을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거리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할 이유를 상실했다. 이제는 누군가 나에게 대화를 시도하면 의심부터 생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낯선 사람과 대화하며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핸드폰 앱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얼굴 없는 누군가가 상품을 내 집 앞에 배달한다. 사람과의 접촉이 전혀 없이도 우리는 도시에서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아 편해진 시대, 그러나 우리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잃어버렸다. 

조 코헤인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하도록 독자를 설득한다. 그의 설득은 인간이라는 종이 서로 협력하도록 진화되었다는 근거에서 시작한다. 호모 사피언스는 장거리 이동을 하며 음식을 얻곤 하였는데, 장거리 이동에서 낯선 이에 대한 환대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간접 호혜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직접 호혜주의란 A가 B에서 호의를 베푼 그대로 B도 A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인간은 직접 호혜주의를 넘어 간접 호혜주의를 실천하는 데 이른다. 간접 호혜주의란 A가 B에게 호의를 베푸면서 지금 당장의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비록 보상이 없더라도 상호 신뢰를 구축했다면 A는 만족한다. 만일 A에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B가 A에게 호의를 베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B는 A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사회 안전망이 작동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을 멀리하게 되었다. 호혜주의에 근거한 접촉은 사람들이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사회는 점차 계급화되었고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서로의 친밀한 접촉을 회피하게 된다. 그 결과 현대인들은 대중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인격적인 접촉을 잃어버려 외로움과 고립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돌파구는 무엇인가? 조 코헤인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자고 권면한다. 물론 낯선 이들과의 대화가 가까운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친밀함이 사라지고 우울감과 외로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낯선 이와의 대화는 "보완식"이 될 수 있다. 또한 낯선 사람과의 진지한 대화는 자기 확장이라는 엄청난 유익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제각각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개별적으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평가부터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에 이르기까지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게 된다. 한 평생 낯선 사람과 대화를 추구하였던 시어도어 젤딘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낯선 이와의 대화가 개인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고 주장한다. "수십 년 동안 끝없이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젤딘은 세상에 다수자 또는 소수자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낯선 사람도 친숙한 사람도 없다. 개인이 있을 뿐이다." (p. 256) 이 책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대화를 시도한 많은 사례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된 경험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대화에 쉽게 응한다는 것이요,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자신에게 큰 유익을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 생각보다 쉽고 나 자신에게 유익하다면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처음에는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소개하는 노하우를 한 두 가지 적용하며 실천해 본다면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가? 
그들은 사물도 장애물도 아니고, 
당신보다 사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하라.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호기심을 가져보자. 
그들이 4.5밑터쯤 되는 거리에 있을 때 눈을 마주쳐보자. 
혹시 뒤돌아보는가? 그렇다면 좋다,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자. 
그들이 좋은 아침을 맞기를 마음속으로 빌어주면서. (p.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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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