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마 (1-3절)
가데스 바네아에서 일어난 반역 사건 직후 이스라엘은 가나안을 공격하다가 크게 패하였다. 그로부터 약 40년이 지난 후 드디어 가나안 족속을 대상으로 첫 번째 승리를 거둔다. 이는 실패와 패배의 시대가 마치고 승리와 정복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보여준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의 목소리를 들으시고
가나안 사람을 그들의 손에 넘기시매
그들과 그들의 성읍을 다 멸하니라
그러므로 그 곳 이름을 호르마라 하였더라 (3절)
호르마의 뜻은 '완전히 멸함'이다. 가나안 백성을 대상으로 한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진멸의 기조를 유지했다. 이것은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에서 벗어나 이방인의 우상을 경배하는 배교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여호수아는 가나안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그들 대부분을 진멸하였다.
구리 뱀 (4-9절)
광야를 떠돌며 이스라엘 백성은 음식에 대한 불평을 멈추지 않았다. 본문의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음식 때문에 불평했던 성경의 마지막 기록이다. 불평의 내용은 지금까지 지속되었던 이야기의 반복이다.
백성이 하나님과 모세를 향하여 원망하되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해 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는가
이 곳에는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도다
우리 마음이 이 하찮은 음식을 싫어하노라 하매 (5절)
위의 구절에서 '만나'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들은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만나를 "하찮은 음식"이라고 폄하한다. 하나님의 귀한 선물을 하찮게 여기며 불평하는 그들에게 하나님은 불뱀을 보내신다. 불뱀이 사람들을 물으니 죽음에 이르게 된다(6절). 그러나 모세의 중보기도에 하나님은 치유법도 알려주신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모세는 놋으로 뱀의 형상을 만들어 장대 위에 매달았고, 불뱀에 물린 사람이 그 놋뱀을 바라보면 치유를 받았다.
불뱀에 물린 사람에 대한 치유법으로 하나님은 왜 뱀의 형상을 만들어 쳐다보게 하셨을까? 성경은 그 원리에 대해 침묵하기에 정확한 답은 알 수 없다. 다만 여러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데, 고든 웬헴(Gordon J. Wenham)은 율법의 정결예식에서 그 힌트를 찾는다. 율법의 정결예식에는 사람을 부정하게 만드는 물건이나 행위가 동시에 부정을 치유하는 방법이 된다는 주장이다. 동물을 죽이는 제사가 죽을 운명의 인간을 살린다. 죽은 가축의 피를 뿌리는 행위나 붉은 암송아지를 태운 재가 주검으로 부정해진 사람을 정결하게 만든다. 동일한 원리로 불뱀에 물려 위독해진 사람이 뱀의 형상을 보아 치료를 얻는다는 설명이다.
고든 웬헴은 여기에 한 가지 설명을 덧붙인다. 율법이 정한 정결예식에서 부정을 입은 사람은 제물이든 피든 혹은 암송아지를 태운 재든 사람을 정결하게 만드는 재료에 직접 접촉해야 한다. 접촉을 통해 정결하게 만드는 효력이 개인에게 발휘된다. 그러면 본문이 소개하는 놋뱀 사건에서 접촉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신체적 접촉(physical contact)을 시각적 접촉(visual contact)이 대신하는 경우다. 신체적 접촉아 아니더라도 치유를 위해서는 시각적 접촉이 매우 중요하다. 본문에서 놋뱀을 쳐다보아 치유를 얻는다는 점을 반복하여 강조하는 이유다(8-9절).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 3:14-15)
예수님은 본문의 놋뱀 사건을 언급하며 자신의 십자가 사건을 설명하신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에도 율법이 규정한 정결예식의 원리가 작동한다. 예수님께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내어주신 십자가가 인간에게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접촉을 통해 치유의 능력이 실제로 작동하듯, 신체적 접촉이나 시각적 접촉이 아니라 믿음의 접촉으로(그를 믿는 자마다) 우리는 구원의 은총을 얻게 된다.
모압으로 가는 길 (10-20절)
매우 빠른 템포로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빠른 템포의 서술은 약속의 땅이 눈 앞에 있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본문이 나열하는 여정의 뒷부분(14-20절)은 바로 다음 단락에 등장하는 요단 동편 지역인 아모리 왕 시혼과 바산 왕 옥을 물리친 사건(민 21:21-35)을 예견하게 만든다. 본문의 여정에는 아모리 사람이 살았던 지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므로 여호와의 전쟁기에 일렀으되
수바의 와헙과 아르논 골짜기와
모든 골짜기의 비탈은 아르 고을을 향하여 기울어지고
모압의 경계에 닿았도다 하였더라 (14-15절)
그 때에 이스라엘이 노래하여 이르되
우물물아 솟아나라 너희는 그것을 노래하라
이 우물은 지휘관들이 팠고
백성의 귀인들이 규와 지팡이로 판 것이로다 하였더라 (17-18절)
<여호와의 전쟁기>는 성경 전체에서 본문에만 언급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기원과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야살의 책>(수 10:13; 삼하 1:18)과 마찬가지로 고대의 유명한 노래를 모아두었던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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