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16. 12. 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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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기독교의 신학적 자기 반성은 축소주의’(reductionism)을 피해갈 수 없다. 복음주의 기독교는 사회 구원을 비판하며 구원의 총체성을 개인 구원으로 축소시켰다. 교회의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지 못한 채 교회는 영적인 영역에서 봉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원론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복음주의 기독교는 세상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교회의 하나님, 혹은 믿는 자들만의 하나님으로 제한하였다. 물론, 복음주의 기독교가 구원론, 교회론, 창조론에 있어서 통전적인 이해를 시도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복음주의 기독교 안에 신학적 축소주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음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목회, 톰 라이트에게 배우다
국내도서
저자 : 스티븐 커트
출판 : 에클레시아북스 201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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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뉴 몰든 크라이스트처치(Christ Church in New Malden)의 교구 목사인 스티븐 커트(Stephen Kuhrt) <목회, 톰 라이트에게 배우다>(Tom Wright for Everyone)에서 복음주의 전통에서 자라난 자신이 품을 수 밖에 없었던 신학적 질문을 몇 가지로 요약해서 소개한다. 예를 들면, 기독교의 소망이라는 것이 단지 죽음 이후 천국에 가는 것만을 의미하는가, 교회의 사회 참여는 교회의 복음전파와 동등한 중요성이 부여될 수 없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는 개인적인 죄에만 의미가 있고 구조적인 죄와는 무관한가 등이다( 2). 스티븐 커트가 제시하는 의문들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복음주의 교회의 축소주의 경향에 대한 비판이다. 만일 복음주의 교회에서 목회를 하며, 축소주의적 경향을 극복하고자 하는 목회자라면 스티븐 커트와 유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복음주의 기독교에 존재하는 축소주의라는 신학적 결점을 인정한다면, 복음주의 목회자들은 축소주의를 극복하고 통전적 목회(holistic ministry)를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통전적 목회를 위한 신학적 근거를 요구한다. 어떤이들은 존 스트토(John Stott)를 중심으로 한 로잔언약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이들은 에큐메니컬 정신(Ecumenicalism)에서 그 신학적 원동력을 구할 수도 있다. 스티븐 커트는 통전적 목회를 위한 신학적 근거를 톰 라이트(Tom Wright)의 성경신학에서 찾는다. 톰 라이트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창조 세계를 회복하고 새롭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언약 관점에서 이해한다. 다시 말해, 창조 세계의 회복이라는 거대한 하나님의 역사 속에서 신약 성경의 중심 주제들 회개, 속죄, 부활, 천국, 종말 등 을 재해석한다.( 3장 참고) 스티븐 커트는 이러한 톰 라이트의 신약 신학을 근거로 다양한 신학적 주제에 대한 통전적 접근을 시도하고, 그것을 자신의 목회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스티븐 커트의 노력을 소개하는 책이 <목회, 톰 라이트에게 배우다>이다.

 

복음주의 전통에서 목회를 하면서 축소주의 경향에 함몰되지 않고 오히려 통전적 목회를 실천하려는 혹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스티븐 커트의 노력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게다가, 자신이 추구하는 목회의 강력한 신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톰 라이트의 신학을 적용하는 것도 좋은 시도로 볼 수 있다. 영국이든, 한국이든 복음주의 전통에 서 있는 목회자들이 자신의 목회에 있어서 보다 통전적인 신학적 확대를 추구하려면 스티븐 커트가 그러하듯 분명하고 강력한 신학적 근거를 찾아 그것을 자신의 목회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톰 라이트의 신학을 자신의 목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숙고가 <목회, 톰 라이트에게 배우다>에서는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바울의 새 관점’(New Perspective on Paul)에 대한 저자의 분명한 입장이다. 크리스터 스텐달(Krister Stendahl)이나 샌더스(E. P. Sanders) 등의 학자들에 의해 제시된 바울의 새 관점은 바울 신학을 1세기 유대교 전통에서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바울의 새 관점에 의하면, 1세기 유대교에는 행위를 통한 구원을 추구하는 율법주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의 언약 안에 들어가고 이에 대한 올바른 반응으로 율법에 대한 준수를 추구하는 유대교 전통이 존재하였다. 그리고 바울은 바리새인으로서 이러한 유대교 전통 위에 서 있다는 주장이다. 바울의 새 관점이 논쟁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 것은 바울이 바리새인으로서 하나님의 은혜와 언약을 강조하는 유대교 전통에 서 있었다면,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이 주장하듯 유대교는 행위의 종교이고 기독교는 은혜의 종교라는 도식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유대교와 기독교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두 종교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점도 사라진다. 그런데 톰 라이트의 신학은 넓게 보아 바울의 새 관점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연장선 위에 있다. 이것이 존 파이퍼(John Piper) 목사와 복음주의 학자들이 톰 라이트를 비판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바울의 새 관점에 대한 신학적 논쟁이 톰 라이트의 신학을 목회 현장에 적용할 수 없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톰 라이트의 신학을 목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바울의 새 관점에 대한 최소한 톰 라이트가 동의하는 바울의 새 관점에 대한 내용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스티븐 커트는 <목회, 톰 라이트에게 배우다>에서 바울의 새 관점에 대한 논의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칭의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톰 라이트가 바울의 새 관점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그것도 괄호 안에 언급한 정도이다(101). 물론, 바울의 새 관점이 이 책의 중심 주제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티븐 커트 자신이 톰 라이트의 신학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톰 라이트의 신학이 자신의 목회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그 전 과정을 보여주는 책에서 바울의 새 관점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밝히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항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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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