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인문학2020. 5. 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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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문맥을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 

위의 주장을 반대하는 현대 성서학자나 설교자는 내가 알기로 아무도 없다. 그런데 성경에는 문맥을 찾기가 쉽지 않은 본문이 있다. 이야기체의 본문이라면 내러티브의 흐름을 문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구약의 예언서나 신약의 서신서는 중심 주제가 있고, 그 주제를 전개하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이것이 문맥을 형성한다. 그러나 구약의 성문서 중에는 특정 문맥을 찾아 그것을 해석의 배경으로 삼기 어려울 때가 많다. 

시편은 150개의 독립된 시가 하나로 엮여 있다보니, 적지 않은 설교자들이 시편의 문맥을 찾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등장하는 방법이 표제어를 문맥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시편에는 '다윗'이라는 이름이 포함된 표제어가 73개나 등장한다. 이러한 시를 읽고 해석할 때 다윗의 삶을 그 문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혹은 시편이 암시하는 역사적 사건을 그 시편의 문맥으로 여기는 방법도 있다. 

다윗의 삶을 시편의 문맥으로 받아들인 설교의 예는 아래와 같다. 

 

 

시편 8편 1-9절 “눈을 들어 주님을 바라봅니다”

오래전 어느 부유한 남성이 마차를 타고 어두운 밤 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부유한 남성은 밤의 차가운 바람을 피하기 위해 마차 안에 있었고 그 안에 환하게 등불을 켜 놓고 있었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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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을 시편의 문맥으로 받아들인 설교의 예는 아래와 같다. 

 

 

시편 46편 1-11절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

히스기야 왕이 남 유다를 다스리던 때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북쪽에서 내려온 앗수르 제국의 군대는 이미 북이스라엘을 멸망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더 남쪽으로 내려와 남유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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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개인의 삶이든, 이스라엘의 역사적 사건이든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시편의 문맥으로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150편으로 묶여 있는 시편 안에서 문맥을 찾을 수는 없을까? 모세 오경, 역사서, 예언서는 모두 각 권 안에서 문맥을 발견할 수 있는데 시편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국내 학자의 연구 도서를 두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김창대. <한 권으로 꿰뚫는 시편>. 서울: IVP, 2015. 
  • 방정열. <새로운 시편 연구>.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8. 

<새로운 시편 연구> & <한 권으로 꿰뚫는 시편>


1985년 윌슨(Gerald H. Wilson)이라는 학자가 Editing of the Hebrew Pslter라는 책을 펴내며 시편은 1편부터 150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김창대와 방정열은 그러한 전제 위에 시편 전체의 주제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정경 비평 혹은 구성적 방법이라 부른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시편 1-2편은 시편의 서론이며, 시편 146-150편(할렐루야 시편 모음집)은 시편의 결론이다. 서론(1-2편)과 결론(146-150편)을 제외하면 제1권부터 제5권까지 각각의 잘 짜인 구성이 있고 이러한 배치는 나름의 신학적 주제를 담고 있다. 

김창대와 방정열의 연구 결과는 매우 흡사하여 설교자로서 시편의 문맥을 찾는데 신뢰할만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그러나 시편의 구조 분석에 상당히 유사한 관점을 소유한 두 학자가 시편 150편의 핵심 주제로 내어놓은 결론은 사뭇 다르다. 김창대는 바벨론으로부터의 귀환이라는 고난의 상황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신뢰하며 낙심하지 말고 율법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라'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그래서 그의 책은 "성도의 탄식과 하나님의 응답"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반면, 방정열은 바벨론에서의 귀환한 신앙 공동체에게 '다윗 왕조로 대표되는 실패한 인간-왕을 그리워하지 말고 영원토록 신실하신 하나님-왕을 의지하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그래서 그의 책은 "실패한 인간-왕에서 신실하신 하나님-왕을 향하여"라는 부제가 달렸다. 김창대가 시편 2편(제왕시)보다 시편 1편(토라시)에 더 비중을 두며 국가보다는 개인적 측면에 관심을 두었다면, 방정열은 시편 1편(토라시)보다는 시편2편(제왕시)에 더 비중을 두고 개인보다는 국가적 측면에 관심을 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무튼, 두 학자가 동일한 비평 방법으로 다른 교훈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흥미롭다. 

시편을 본문으로 설교하는 목회자에게 김창대와 방정열의 연구는 본문의 문맥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물론 동일한 방법론과 동일한 연구 자료를 참고할 지라도 해석의 결론은 설교자마다 다양할 것이 명백하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150편으로 구성된 시편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이미 그 안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권으로 꿰뚫는 시편
국내도서
저자 : 김창대
출판 : IVP 20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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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편 연구
국내도서
저자 : 방정열
출판 : 새물결플러스 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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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