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1장 12-18절 "지혜를 추구하는 어리석음"

전도서의 서론이 마치고(전 1:1-11), 전도자(코헬렛)가 직접 화자로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도자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지혜를 얻으려는 모든 노력이 헛되다고 주장한다. 


지혜를 찾으려는 노력

전도자는 지혜를 찾아다녔던 사람이다. 본문은 물론이요, 전도서의 마지막 결론에도 전도자는 지혜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마음을 다하며 지혜를 써서 
하늘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연구하며 살핀즉 (13a절) 

내가 크게 되고 지혜를 더 많이 얻었으므로 
나보다 먼저 예루살렘에 있던 모든 사람들보다 낫다 하였나니 
내 마음이 지혜와 지식을 많이 만나 보았음이로다 (16절) 

전도자는 힘써 아름다운 말들을 구하였나니 
진리의 말씀들을 정직하게 기록하였느니라 (전 12:10) 

이스라엘의 전통에는 지혜의 말씀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자신이 발견한 지혜의 말씀을 기록하고 편집하였다. 흔히 지혜자로 불리는(cf. 잠언 22:17) 이들의 활동은 구약 성경의 지혜 문학인 잠언과 전도서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전도서의 저자인 전도자 역시 이스라엘의 지혜 전통에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지혜자들보다 더 지혜로웠던 전도자는 지혜를 찾으려는 노력 역시 헛되다고 주장한다. 

내가 다시 지혜를 알고자 하며 
미친 것들과 미련한 것들을 알고자 하여 마음을 썼으나 
이것도 바람을 잡으려는 것인 줄을 깨달았도다 (17절) 


지혜의 한계

전도자는 지혜가 헛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구부러진 것도 곧게 할 수 없고 
모자란 것도 셀 수 없도다 (15절) 

인간의 지혜는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깊은 진리를 깨달았다는 사실이 곧 나의 삶을 바꾸거나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전도서의 서론에서 밝혔듯(전 1:1-11), 해 아래에 새것은 없으며 인간의 모든 수고는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한다. 지혜도 마찬가지다. 특정 분야의 지식을 쌓은 소위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전문 지식을 존중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지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성경은 인간의 지식이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분명히 선언하기 때문이다.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으니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니라 (18절) 

지혜와 지식을 향한 갈망의 끝은 변화가 아닌 근심이다.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삶의 태도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지혜와 지식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은 헛되이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은 또 하나의 어리석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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