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성경공부2022. 9. 16. 20:50

이삭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창세기 26장의 앞장(25장)과 뒷장(27절)은 모두 야곱과 에서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야곱과 에서는 어머니의 배속에서부터 서로 다투었고 어린 시절에는 야곱이 에서의 약점을 이용하여 장자의 권한을 팔게 하였다(창 25장). 이렇게 시작된 야곱과 에서의 갈등은 창세기 27장에 이르면 더욱 노골적으로 표출되어 야곱이 에서를 피해 멀리 도망가기에 이른다. 이처럼 야곱과 에서의 갈등을 그리는 창세기 25장과 27장 사이에, 창세기 26장은 평화의 사람이었던 이삭의 생애를 보여준다. 


이삭 _ 언약과 평화의 사람

이삭은 흉년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약속의 땅을 떠나지 않았다. 하나님은 "이 땅에 거류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고"(창 26:3-4)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삭은 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믿음을 보여주자,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언약을 이제 이삭과 체결하신다. 

그 밤에 여호와께서 그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이 번성하게 하리라 하신지라 (24절) 

이삭의 삶에도 갈등이 있었다. 블레셋의 왕 아비멜렉은 이삭을 시기하여 우물을 막고 그들의 땅에서 이삭을 쫓아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사랑했던 이삭은 그들과 다투기보다는 인내와 양보를 선택한다. 그렇게 갈등을 회피하며 새롭게 우물을 파기를 반복하던 중 마침내 이삭은 아비멜렉으로부터 평화조약을 제안받는다. 

그들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았으므로
우리의 사이 곧 우리와 너 사이에 맹세하여 
너와 계약을 맺으리라 말하였노라 (28절) 

본문에는 이삭이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나아가 블레셋 왕 아비멜렉과 평화의 계약을 맺는 장면이 함께 등장한다. 이삭은 수직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수평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언약과 평화를 맺으며 화평을 추구하였던 사람이다. 

용어 해설 (26절) 

  • 아비멜렉: 창세기 20장 2절에도 아비멜렉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그러나 창세기 26장의 아비멜렉은 본문의 아비멜렉과 다른 사람이다. 아비멜렉은 인명이라기보다 블레셋 왕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였기 때문이다.
  • 친구 아훗삿: 친구라는 의미의 히브리어는 "메레에후"인데, 문자적으로는 '그의 친구' 혹은 '왕의 친구'라는 의미다. 이 용어는 단순히 왕과 우정을 나누는 사람이라기보다 왕에게 조언을 하는 직위를 가리킨다. (Cf. 삼하 15:37; 16:16; 왕상 4:5)
  • 군대장관 비골: 비골 역시 개인의 이름이 아닌 군대 장관이라는 직위를 나타내는 일반적 용어다. 비골이 무관의 최고 수장이라면, 아훗삿은 문관의 최고 수장이다. 



이삭의 삶과 시편 37편 

언약과 평화의 삶을 살았던 이삭은 화평한 가운데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복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러한 이삭의 삶을 묵상하면, 시편 37편이 떠오르곤 한다. 시편 37편 가운데 이삭의 인내와 그가 누린 축복을 묘사하는 듯한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불평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시기하지 말지어다 (시 37:1)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며 불평하지 말라 
오히려 악을 만들 뿐이라 (시 37:8) 

그러나 온유한 자들은 땅을 차지하며
풍성한 화평으로 즐거워하리로다 (시 37:11) 

그들은 환난 때에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며 
기근의 날에도 풍족할 것이나 (시 37:19) 

온전한 사람을 살피고 정직한 자를 볼지어다
모든 화평한 자의 미래는 평안이로다 (시 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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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창세기 성경공부2022. 9. 16. 20:38

구약성경에서 "복"이라는 주제가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본문은 모세오경, 특별히 창세기다. "복"이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구약에서 모두 444회 사용되었는데, 시편(86회)을 제외하면 모세오경에 163회가 등장하면서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를 기록한다. 그리고 모세 오경 중에서도 창세기에만 "복"이라는 단어가 84회 등장한다. 이는 창세기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가 복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복의 계승

믿음의 조상이라 불리는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은 "복"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큰 복을 약속해 주셨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아브라함이 복이 되어, 그로 말미암아 모든 족속이 큰 복을 받게 되는 비전을 주셨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창 12:2-3)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길을 떠났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살았다. 그의 순종이 최고의 빛을 발한 순간은 모리아 산에서 아들 이삭까지도 하나님께 바치는 장면이다. 창세기에서 아브라함 이야기의 절정에 해당하는 이 대목에서 하나님은 다시 한번 아브라함에게 복을 선포하신다. 이번에도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실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만민이 복을 받게 되리라고 선언하신다. 

또 네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니
이는 네가 나의 말을 준행하였음이니라 하셨다 하니라 (창 22:18)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하나님의 복은 이제 그의 아들 이삭에게로 이어진다. 하나님은 이번에도 이삭에게 복을 주실 뿐만 아니라 이삭을 통해 만민이 복을 받게 하시겠다고 선언하신다. 

네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번성하게 하며
이 모든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라 (창 26:4) 


복의 실현 

"복"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의 핵심이다. 그러나 복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아브라함과 이삭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곧, 아브라함에게 복이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비전이라면, 이삭에게 복이란 그의 삶에 실현된 현실이기 때문이다. 본문은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복이 그의 아들 이삭의 삶에 어떻게 실제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삭에게 찾아온 축복은 두 가지 모습으로 찾아오는데, 그 첫 번째는 백배의 결실이다.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 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시므로
그 사람이 창대하고 왕성하여 마침내 거부가 되어 (12-13절) 

이삭의 시대는 아직 농경사회가 아니다. 당시의 가장 중요한 경제수단은 목축으로 농사는 부수적 활동이었다. 당연히 농사의 생산성도 높지 못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니 이삭은 농사를 통해 백배의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이삭에게 주어진 축복의 또 다른 모습은 넓은 장소다. 이삭이 백배의 결실을 얻으니 그의 풍부한 재산은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촉발하였다. 블레셋 사람들은 이삭을 시기하여 일상생활과 목축의 핵심인 우물을 막아버렸고, 자신들의 영역에서 이삭을 내쫓기도 하였다. 이삭은 쫓겨다니며 가는 곳마다 우물을 새로 파야했는데, 본문에는 그가 팠던 우물의 이름이 세 개가 등장한다. 

  • 에섹 - '다툼'이라는 뜻.
  • 싯나 - '대적함' 혹은 '반대'라는 뜻
  • 르호봇 - '장소가 넓음'이라는 뜻, 브엘세바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30km 지점. 


평화의 사람 이삭의 삶에도 잠시 다툼이 일어났지만, 그는 마침내 넓은 장소(르호봇)를 확보하게 되었다. 삶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복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우물(물) 역시 이삭에게 찾아온 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음은 성경에서 물이라는 상징이 사용된 대표적인 본문들이다. 

  • 아모스 4장 7-8절. 물의 부족은 하나님의 복이 끊어진 상태를 나타낸다.
  • 예레미야 2장 13절. 하나님은 생수의 근원이시다. 그러나 범죄 한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버리고 다른 곳에서 물을 얻으려 노력하니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 요한복음 4장. 예수님은 영원히 목 마르지 않는 샘물을 주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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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성경공부2022. 9. 15. 16:15

창세기 26장의 주인공은 이삭이다. 이삭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언약을 야곱에게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이스라엘의 족장이지만, 성경 전체에서 이삭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본문은 창세기 26장이 유일하다. 그런 만큼 창세기 26장은 이삭의 삶과 신앙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본문이다. 

창세기의 족장들은 농사도 지었지만 주로 목축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식량을 얻기 위해 쉬지 않고 이동하였다. 그런데 본문 1절은 이삭이 거주하던 곳에 흉년이 들었다고 보도한다. 그러니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는 것은 나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아브라함 때에 첫 흉년이 들었더니 그 땅에 또 흉년이 들매
이삭이 그랄도 가서 블레셋 왕 아비멜렉에게 이르렀더니 (1절) 

이삭은 그랄 지역을 떠나 남쪽의 애굽(이집트)으로 이동하려는 마음을 품었던 것 같다. 오래전 아브라함도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창 12:10). 당시 애굽은 가뭄이나 하천의 범람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기술이 있었고, 기근을 만난 사람들은 애굽으로 가는 것은 상식이었다. 이삭도 그 시대의 상식을 따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신다. 

여호와께서 이삭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고 
내가 네게 지시하는 땅에 거주하라 (2절) 

기근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 자리에 "거주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이삭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삭의 아버지 아브라함은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다.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을 향해 길을 나서는 사람의 전형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언약을 주시며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명령하셨다(창 12:1). 아브라함에게 필요한 믿음은 머무르는 믿음이 아니라 떠나는 믿음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이삭에게 "머무르라"고 명령하신다. 아버지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언약의 땅을 향해 나아가야 했다면, 그의 아들 이삭에게 필요한 믿음은 큰 기근이 찾아왔더라도 끝까지 언약의 땅에 머무르는 인내다. 

이 땅에 거류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고
내가 이 모든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라 (3a절) 

이삭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랄에 정착하였다(6절). 그리고 그는 그곳에 "오래" 거주하였다(8절).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믿음은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로 우리에게 그 자리에 머무르라고 명령하신다. 그 말씀에 순종하는 것 역시 귀한 믿음이다. 


참고자료: 이삭의 활동무대 

창세기에서 이삭의 활동 무대로 등장하는 곳이 여럿 있다. 

  • 헤브론: 사라와 아브라함의 매장지
  • 브엘세바: 아브라함과 이삭 각각의 우물이 있던 곳. 헤브론에서 남서쪽으로 약 30Km 지점
  • 브엘라해로이: 이삭이 잠시 거주하였던 곳(창 24:62). 브엘세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80km 지점. 

 

그러나 이삭이 가장 오랜 기간 거주하였던 곳은 "그랄"이다. 그랄은 브엘세바에서 서북쪽으로 약 30km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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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창세기 성경공부2022. 9. 15. 16:05

이삭에게 쌍둥이 아들이 태어난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언약이 그의 아들 이삭을 가교로 또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첫 번째 단추였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리브가는 난임으로 고생하였고 결혼 후 20년이 지난 뒤에야 기도의 응답으로 쌍둥이 아들을 얻을 수 있었다. "언약"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창조" 역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갈등의 시작 

이삭의 쌍둥이 아들인 야곱과 에서는 태어나기 전부터 다투기 시작했다. 마치 서로 싸우는 것이 이들의 운명으로 이미 정해진 듯하다. 

갈등 1. 리브가의 배속에서부터 싸운다. (22절) 

갈등 2. 이들은 이후 민족이 되어서도 서로 다툴 운명이다. 
하나님께서 야곱과 에서에 대해 말씀하셨다. "두 국민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23절)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 다윗 시대에 야곱의 후손인 이스라엘이 에서의 자손인 에돔을 정복하였다. (삼하 8:13-14) 

갈등 3. 이삭과 리브가는 두 아들을 다르게 편애하였다. 
이삭은 에서를, 리브가는 야곱을 더 사랑하였다. 본문은 이삭이 에서를 편애한 이유가 그가 사냥한 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리브가가 야곱을 편애한 이유는 등장하지 않는다. (28절) 

갈등 4. 야곱은 에서의 약점을 이용하여 장자권을 구매한다. (29-34절) 


장자권 다툼

야곱은 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의 장자권을 차지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에서의 약점을 파악하고 치밀한 계획 속에서 형의 장자권을 구매하고 만다. 그러면 야곱은 무엇 때문에 장자권을 이토록 원했을까? 당시 문화에서 장자는 여러 가지 특권이 있었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을 때, 장자는 다른 아들에 비해 두배를 받았다(신 21:17). 그리고 장자는 가문을 계승할 권리도 가지고 있었다(대하 21:3). 야곱이 장자권을 탐했던 이유는 거부가 된 아버지 이삭의 재산을 더 많이 얻기 위함이었을 수 있다. 창세기를 계속 읽어가면, 재물을 얻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야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아브라함과 이삭의 뒤를 이어 하나님의 언약을 계승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도 거부할 수 없다. 반면, 에서가 장자의 권리를 소홀히 여겼다. 

야곱이 떡과 팥죽을 에서에게 주매
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 갔으니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김이었더라 (34절) 

구약학자 월터 브루거만은 이 구절을 해석하면서, 에서가 '지금 당장의 복'을 위해 '장차 얻게 될 복'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경은 지금 당장의 복을 포기하더라도 장차 얻게 될 더 큰 상급을 바라보라고 가르치는데, 이것이 기독교인들이 추구해야 하는 인내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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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창세기 성경공부2022. 9. 7. 15:32

리브가의 소개로 아브라함의 종은 리브가의 가족을 만난다. 아브라함의 종은 리브가의 가족과 본격적으로 혼사에 대해 의논한다. 이때 리브가의 가족 가운데 그녀의 오빠인 라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는 당시 문화에서 오빠가 여동생의 혼사에 중요한 주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인자와 성실

아브라함의 종은 리브가의 가족들에게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상세히 설명한다. 꽤 긴 구절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한걸음 뒤에서 조망해보면, 이야기의 시작과 마지막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베풀어주신 복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야기의 시작] "여호와께서 나의 주인에게 크게 복을 주시어 창성하게 하시되" (35절])
  • [이야기의 결론] "내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하사 나의 주인의 동생의 딸을 그의 아들을 위하여 택하게 하셨으므로 내가 머리를 숙여 그에게 경배하고 찬송하였나이다" (48절) 


아브라함의 종은 리브가의 가족들에게 협상하듯 혼사를 제안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으며 이삭과 리브가의 혼사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브라함의 종은 이제 가족들의 결단을 촉구한다. 

이제 당신들이 인자함과 진실함으로 내 주인을 대접하려거든 
내게 알게 해 주시고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내게 알게 해 주셔서 
내가 우로든지 좌로든지 행하게 하소서 (49절) 

위의 구절에는 구약 성경 전체에서 매우 중요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곧, 인자(히. 헤쎄드)와 성실[진실](히. 에메트)이다. 인자와 성실은 구약 성경에서 하나님의 성품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다. 창세기 24장에서는 이미 이 단어가 등장하였는데, 아브라함의 종은 나홀의 성에 도착하여 아브라함에게 인자와 성실을 베풀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였다(12-14절). 그리고 리브가를 만나는 장면에서 아브라함의 종은 하나님의 '인자와 성실'을 이미 확인하였다(48절). 이제는 하나님의 성품에 해당하는 '인자와 성실'을 리브가의 가족들이 보여달라고 요청한다. 


결혼이 성사되다

리브가의 가족은 아브라함의 종이 제시하는 혼사를 받아들인다. 

라반과 브두엘이 대답하여 이르되 
이 일이 여호와께로 말미암았으니 우리는 가부를 말할 수 없노라
리브가가 당신 앞에 있으니 데리고 가서 
여호와의 명령대로 그를 당신의 주인의 아들의 아내가 되게 하라 (50-51절) 

"여호와께로 말미암았으니"와 "여호와의 명령대로"라는 표현이 잘 드러내듯 이들이 언급한 혼인의 이유는  하나님이다. 

아브라함의 종이 열 필의 나귀에 가득 싣고 온 큰 재물에 라반의 마음이 흔들렸을 수도 있다. 창세기 24장에는 아브라함의 종이 가나안에서 가져온 재물을 사용하는 대목이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 장면은 리브가에게 반 세겔 무게의 금 코걸이와 열 세겔 무게의 금 손목고리 한 쌍을 준 것이다(22절). 이것은 일차적으로 아브라함의 종과 그의 나귀에게 물을 마시게 한 리브가의 환대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그러나 금 한 세겔의 무게가 약 12그램(0.4온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예물을 선물한 행동은 리브가와 그의 가족들로 하여금 아브라함의 종이 매우 부자이며 또한 재물에 대해 관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아브라함의 종은 결혼이 성사되자, 리브가는 물론이요 그의 오빠와 어머니에게 많은 예물을 주었다(53절). 그리고 독자들은 창세기를 계속 읽으며 재물을 위해서라면 앞뒤를 돌아보지 않는 라반의 인물 됨을 알 수도 있다. 그러나 창세기 24장에서 굳이 라반의 숨은 의도를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라반이 혼사를 허락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아브라함의 뒤를 이어 하나님의 언약을 이을 이삭에게 가장 적합한 배필이 짝지어진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브라함의 종은 다시 한번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신하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아브라함의 종이 그들의 말을 듣고 

땅에 엎드려 여호와께 절하고 (5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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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창세기 성경공부2022. 9. 7. 14:24

길을 떠난 아브라함의 종이 리브가를 만나는 장면이다. 아브라함의 종이 도착한 곳에 대해 본문은 "메소보다미아로 가서 나홀의 성에 이르러"라고 표현한다(10절). "나홀"은 인명으로 "나홀의 성"은 하란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만일 아브라함이 종을 보낸 장소가 가나안의 헤브론이라면, 나귀를 끌고 도보로 이동하던 당시의 교통수단으로는 하란까지 최소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아브라함의 종은 저녁에 그 성에 도착하였고 우물가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당시 장거리 여행객들이 어느 마을에 들어갔을 때 우물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우물에서 마실 물을 얻기도 하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정보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홀 성의 우물가에서 일어난 사건을 묘사하는 본문은 기도로 시작하여 찬양으로 마친다. 

  • [기도] "원하건대 오늘 나에게 순조롭게 만나게 하사 내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12-14절)
  • [찬양] "나의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나이다" (27절) 

아브라함의 종은 하나님께 기도하며 이삭의 아내감을 찾기 위한 하나의 기준을 세운다. 다음은 그의 기도 내용이다. 

성 중 사람의 딸들이 물 길으러 나오겠사오니 내가 우물 곁에 서 있다가
한 소녀에게 이르기를 청하건대 
너는 물동이를 기울여 나로 마시게 하라 하리니 
그의 대답이 마시라 내가 당신의 낙타에게도 마시게 하리라 하면 
그는 주께서 주의 종 이삭을 위하여 정하신 자라 
이로 말미암아 주께서 내 주인에게 은혜 베푸심을 내가 알겠나이다 (13-14절) 

고대 근동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소녀가 가족과 가축을 위해 물을 긷곤 하였다. 그러므로 우물가에 신부감이 될 만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시의 풍속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판단이었다. 다만, 이 종은 우물가에 나타날 소녀의 성품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한 소녀에게 "나로 마시게 하라"고 요청하며 그의 행동을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소녀의 행동이 자신의 요청사항을 넘어 "내가 당신의 낙타에게도" 마실 물을 주겠다고 반응하면, 이삭의 신붓감으로 부족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아브라함의 종이 끌고 온 나귀는 모두 열 필이다(10절). 오랜 여정으로 목이 마른 열 필의 나귀에게 모두 물을 먹인다는 것은 여간 고된 노동이 아니다. 그 모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손님을 대접하는 소녀가 기준이었다. 

아브라함의 종은 한달 이상을 이동하였고, 하란에 도착하여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 이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렇게 리브가와 첫 번째 만남이 이루어졌고, 리브가는 아브라함의 종이 원했던 행동을 그대로 보여준다(15-20절). 그런데 그 결정적인 순간, 지금까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였던 이 종이 모든 것을 멈춘다. 

그 사람이 그를 묵묵히 주목하며 
여호와께서 과연 평탄한 길을 주신 여부를 알고자 하더니 (21절) 

이 장면에서 아브라함의 종은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손 안에 있음으로 깨닫게 되었고, 그의 기도는 찬양이 되었다. 

 

 

 

창세기 24장 21절 "묵묵히 주목하며"

아브라함 가정에는 식솔도 많았고, 아브라함이 부리는 종들도 매우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아브라함은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일솜씨도 똑 부러지는 종을 고르고 골랐습니

hanjin0207.tistory.com


창세기 24장을 읽다보면, 아브라함의 종은 일처리가 깔끔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과연 아브라함이 그의 모든 재산을 이 종에게 맡길만하다. 그런데  이삭의 아내를 찾아오는 책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브라함의 종이 아브라함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의 일처리 솜씨가 아니었다. 아브라함의 신앙을 본받아,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며 중요한 순간에 하나님의 일하심을 바라보았고 마침내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분의 역사에 동참한 대목이다. 

하나님의 일꾼으로 부름받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실력이나 솜씨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민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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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
창세기 성경공부2022. 9. 7. 11:17

창세기 24장은 이삭이 아내를 맞이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이삭의 아내를 선택하는 이 장면은 단지 한 가정의 결혼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아브라함을 통해 시작된 하나님의 구원 섭리가 그의 아들 이삭을 통해 이어지는 가교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조금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는 세대를 초월하고 공간을 초월한다. 아브라함을 통해 인류 구원의 계획을 시작하신 하나님의 섭리는 이제 그의 아들 이삭의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구약학자 폰 라드는 등장인물을 기준으로 창세기 24장을 네 개의 장면으로 구분한다. 


1. 아브라함과 무명의 종 (1-9절) 
2. 종과 리브가 (10-27절) 
3. 종과 리브가의 친지들 (28-61절) 
4. 이삭과 리브가 (62-67절) 

지금까지 창세기의 주인공이었던 아브라함은 첫 번째 장면(1-9절)을 끝으로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이삭의 아내를 찾는 일은 아브라함에 의해 시작된 듯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아브라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로 완성된다. 아브라함은 한때 하나님의 구원 섭리를 위해 사용되었지만, 그는 남겨진 모든 것을 하나님의 손에 위탁할 수밖에 없었다. 


정체성과 비전 

아브라함은 자신의 모든 소유를 맡아 관리하는 종에게 이삭의 아내감을 찾는 일을 맡기면서 이렇게 강조한다. 

내가 너에게 하늘의 하나님, 땅의 하나님이신 여호와를 가리켜 맹세하게 하노니 
너는 내가 거주하는 이 지방 가나안 족속의 딸 중에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지 말고
내 고향 내 족속에게로 가서 내 아들 이삭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라 (3-4절)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통해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신다고 약속하셨다. 지금은 이삭이라는 아들 한 명뿐이지만,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민족의 정체성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방 민족인 가나안의 여인이 아니라 아브라함 자신의 친족 중에서 여인을 선택하라고 당부한다. 

문제는 아브라함이 지금 고향을 떠나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가나안 땅으로 이주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점이다. 아브라함이 여전히 고향 땅에 살고 있다면 자신의 친족 중에서 며느리를 찾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거하는 가나안과 그의 고향 하란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아브라함의 명령을 받은 종이 이렇게 질문한다. "여자가 나를 따라 이 땅으로 오려고 하지 아니하거든 내가 주인의 아들을 주인이 나오신 땅으로 인도하여 돌아가리이까?" (5절) 이에 대한 아브라함의 답변은 단호하다. 

아브라함이 그에게 이르되 
내 아들을 그리로 데리고 돌아가지 아니하도록 하라 (6절) 

민족의 정체성을 위해 가나안 여인은 배제하였던 아브라함이지만, 이삭이 자신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고향 땅을 떠나 가나안으로 가라는 분명한 비전을 주셨기 때문이다.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내 아버지의 집과 내 고향 땅에서 떠나게 하시고 
내게 말씀하시며 내게 맹세하여 이르시기를 
이 땅을 네 씨에게 주리라 하셨으니 (7a절) 

그리스도인의 삶에는 지키며 보존해야 하는 정체성과 내일을 향한 비전이 동시에 주어졌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신앙인들과 함께 예배하며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떠나라'는 비전도 주신다. 우리 각자에게는 다양한 삶의 자리가 있고, 그리스도인은 바로 그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길,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해야 하는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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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