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성경공부2022. 12. 1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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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 성경에서 민수기의 제목은 이 책의 첫 번째 단어인 "베미드바르"(bemidbar)로, 그 뜻은 "광야에서"이다. "베미드바르"는 각 책의 첫 번째 단어를 제목으로 잡는 히브리 성경의 전통을 따른 것이지만, 그 의미는 민수기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제시해준다. 민수기의 주된 내용이 시내산에서 모압 평지에 이르는 광야 40년 동안의 사건을 다루기 때문이다.


민수기의 내용 및 구조

민수기는 모세오경의 네번째 책으로, 민수기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모세오경에서 민수기가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세 오경에서 족장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창세기는 서론, 지금까지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신명기는 결론의 역할을 한다. 그러면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는 모세 오경의 본론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는 그 내용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 하나의 예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다. 출애굽기부터 민수기는 크게 네 개의 장소(애굽, 시내산, 가데스, 모압 평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그 사이사이에 장소에 대한 이동을 묘사한다. 이를 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위의 표에서 민수기는 네 개의 지역 가운데 시내산을 시작으로 가데스를 지나 모압 평지까지 이르는 세 곳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위의 표에서 민수기에 해당하는 부분만 떼어내면 이동 경로에 따른 민수기의 구조가 된다.


저자와 저술 연대

전통적으로 민수기를 포함한 모세 오경은 모세의 저작으로 알려졌다. 모세가 민수기의 저자라면, 저술 연대는 BC 13세기 중반부터 15세기 후반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성경에는 모세가 직접 기록을 남겼다는 구절도 있다.

[출 24:4a] 모세가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기록하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산 아래에 제단을 쌓고
[민 33:2] 모세가 여호와의 명령대로 그 노정을 따라 그들이 행진한 것을 기록하였으니
[신 31:9] 또 모세가 이 율법을 써서 여호와의 언약궤를 메는 레위 자손 제사장들과 이스라엘 모든 장로에게 주고
[신 31:22] 그러므로 모세가 그 날 이 노래를 써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가르쳤더라

위의 구절을 살펴보면, 모세가 많은 기록을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모세가 민수기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기록했다고 이해할 성경의 내용은 없다. 그래서 또 다른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수기의 저자와 저술 연대를 추정하기 위해 학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였다. 민수기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사건에 대한 서술이요(Narrative), 또 하나는 제사 제도를 비롯한 예전이다(Ritual). 민수기는 시내산에서 출발하여 가데스를 지나 모압 평지에 이르는 이스라엘 자손의 여정을 그려준다. 그런데 약 40년 정도의 여정을 묘사하는 민수기에는 사건에 대한 내러티브 외에도 율법과 제사 제도에 대한 서술이 매우 많다. 이는 모세 오경 안에서 출애굽기와 민수기, 그리고 레위기와 민수기가 그 내용에 있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출애굽기는 이야기(narrative)가 큰 뼈대를 이루고 레위기는 율법(ritual)이 중심인 반면, 민수기는 이 두 가지의 병행이 특징이다. 민수기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드 볼스(De Vaulx)는 민수기 안에 병행하여 배치된 내러티브와 율법이 약속의 땅을 향한 여정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시내산에서 모압 평지까지의 여정을 '이야기'로 서술하는 민수기가 그 사이사이에 율법과 제사법을 제시하면서 약속의 땅에 들어갈 하나님 백성의 모습은 무엇이며, 그들이 약속의 땅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민수기는 출애굽기와 레위기의 핵심 관심사인 율법과 제사 제도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자료 비평학은 이를 근거로 민수기가 세 가지 자료의 편집물이라고 주장한다.

민수기의 세 가지 자료란 J(야웨) 문서, E(엘로힘) 문서, 그리고 P(제사장) 문서다. 이 가운데 J문서와 E문서의 구분은 자료 비평학이 창세기를 분석할 때 사용한 도구다. 창세기에는 동일한 내용에 대한 두 가지 기사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구분하기 위해 J문서와 E문서로 칭하였다. 민수기는 창세기와 달리 동일한 내용에 대한 두 가지 기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민수기는 J문서와 E문서의 정확한 구분이 어렵고, 학자들은 JE문서로 통칭하기도 한다. 민수기의 이야기(narrative)는 JE문서에서, 민수기의 율법과 제사법은 P문서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다. 자료 비평학은 J문서의 형성 시기를 BC 10세기경으로, E문서의 연대는 BC 9세기경으로, 그리고 P문서의 시기는 BC 6세기 이후라고 추정한다. 그러므로 자료 비평학의 설명을 받아들인다면 민수기는 BC 6세기 이후에 누군가 이러한 자료를 모아 편집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구약학자들이 민수기의 최종 편집 시기를 BC 5세기로 보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 역시 빈약한 자료에 근거한 추정이기에 시간이 흐르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얼마든지 새로운 가설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민수기의 율법과 제사법

민수기에서 율법을 말씀하는 본문은 상당수가 제사 예법을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모세오경 가운데 레위기는 물론이요, 시내산에서 모압평지까지의 여정을 서술하는 민수기도 제사를 비롯한 구약의 예전(ritual)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구약의 예전(ritual)은 현대인들이 그 의미를 알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구약성경은 제사의 절차는 상세히 기록하고 있지만 그 각각의 의미에 대해서는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예법의 중요성과 의미가 너무도 분명했기에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구약의 예전에는 하나의 순서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상징 언어의 하나인 예전의 일반적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리스도인들은 구약의 모든 제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으로 폐기되었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구약 성경을 읽을 때 제사를 비롯한 구약의 예법에 무관심하고 나아가 구약 성경의 많은 분량을 단지 지루한 서술로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민수기 자체의 의미를 충분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제사법을 비롯한 민수기의 율법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민수기는 이야기와 함께 율법을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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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