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8장은 등잔대가 빛을 비추는 방향, 레위인 봉헌식, 그리고 레위인의 은퇴에 대해 말씀한다.
등불의 방향
회막의 안쪽에 위치한 성소에는 정면에 분향단이 위치하고 그 양편에 등잔대와 진설상을 놓았다. 대제사장인 아론은 매일 아침과 저녁에 성소에 들어가 향을 피우고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출 30:7-8). 본문에서 하나님은 아론이 등불을 밝히는 방향을 지시하신다.
아론에게 말하여 이르라
등불을 켤 때에는 일곱 등잔을
등잔대 앞으로 비추게 할지니라 하시매 (2절)
등불의 방향이 앞을 향하도록 명령하신 이유는 성소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등잔대와 진설상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빛을 내는 등잔대는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권능을 상징하고, 상 위에 진설한 열두 덩어리의 빵(진설병)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한다. 제사장은 등잔의 빛이 언제나 앞으로 향하여 진설병을 비추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이스라엘이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의 빛 안에 살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라는 제사장 축복문(민 6:25)의 시각적 상징이다.
레위인 봉헌식
제사장의 위임식은 제물을 드리고 기름과 피를 붓고 제사장 의복을 입는 등의 특별한 의식이 많았다(레 8장). 반면 레위인의 봉헌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레위인들을 정결하게 하는 절차만 밟았다(6절). 레위인이 아닌 열두 지파의 사람들이 부정을 씻는 과정과 유사할 정도다. 그러나 레위인의 봉헌식에는 매우 중요한 순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레위인을 요제로 하나님께 드리는 과정이다.
아론이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레위인을 흔들어 바치는 제물로 여호와 앞에 드릴지니
이는 그들에게 여호와께 봉사하게 하기 위함이라 (11절)
하나님은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의 장자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시고, 모든 장자를 대신하여 레위인을 하나님의 것으로 삼으셨다(17절). 이스라엘은 레위인을 하나님의 것으로 바쳐야 했고 그 방식이 흔들어 바치는 제물, 곧 요제였다. 레위기에서 요제는 짐승이나 곡식을 하나님께 드릴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제물은 가축을 죽여 하나님께 바치는데, 본문은 살아있는 레위인을 제물로 드리고 있다. 신약성경으로 넘어가면, 사도 바울은 모든 성도들에게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살아있는) 제물로 드리라"고 권면한다(롬 12:2).
레위인의 은퇴
본문 24절은 레위인이 회막 봉사에 복무하는 나이를 25세에서 50세로 규정한다. 민수기 4장이 레위인의 복무 나이를 30세에서 50세로 규정한 것과 차이가 있다(민 4:3). 이러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인 칠십인역은 민수기 4장의 '30'이라는 숫자를 '25'로 수정했다. 유대교 주석가들은 25세부터 처음 5년은 수습기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 주석가 중에는 레위인이 복무를 시작하는 나이가 처음에는 25세였는데 시간이 지나며 30세로 늦춰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러 가지 설명이 제시되는 이유는 아직 25세와 30세의 차이를 설명하는 확실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강조점은 레위인이 복무를 시작하는 나이가 아니라 은퇴하는 시점이다.
오십 세부터는 그 일을 쉬어 봉사하지 아니할 것이나
그의 형제와 함께 회막에서 돕는 직무를 지킬 것이요
일하지 아니할 것이라
너는 레위인의 직무에 대하여 이같이 할지니라 (25-26절)
레위인이 50세가 되어 은퇴하면 그는 회막의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을 멈춘다. 그러나 "형제와 함께 회막을 돕는 직무"는 계속한다. 은퇴 이후에도 회막 주변에 거하면서 젊은 레위인들의 봉사를 돕는 역할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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