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3. 2. 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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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많은 질병은 섭취하는 열량만큼 몸의 움직임이 부족하여 발생한다.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부분의 성인병이 그렇다. 그래서 의사들은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대인들 가운데 운동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충분히 걷기만 해도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걷기의 유익을 알지만 걷기를 실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걷는 존재>의 저자 애나벨 스트리츠는 이 책에서 52개의 걷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한글 제목은 <걷는 존재>이지만, 원서의 제목은 <52가지 걷는 방법>(52 Ways to Walk)이다. 그만큼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걷기에 대한 사유보다 실제적인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걷기의 유익에 대해서는 알지만 걷기를 실천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걷는 방법'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아니, 걷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 걸음마를 뗀 이후 우리 모두는 걷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우리는 얼마든지 걸을 수 있다. 그러나 다채롭게 걷는 방법은 모른다. 그래서 걷기를 단조롭고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재미가 없으니 하고 싶지 않고, 걷기의 유익은 인정하지만 실제로 걷지 않게 된다. 애나벨 스트리츠가 제시하는 52가지의 방법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걷기에 다양한 의미와 재미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그녀가 52가지의 방법을 제시한 이유는 매주 하나씩 실천하면 일 년 동안 즐겁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금 나에게 적합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듯하다. 

애나벨 스트리츠가 제시하는 걷는 방법은 때로 서로 상충하는 것도 있다. 제2장은 바른 자세로 빨리 걸으라고 권한다. 반면 4장에서는 천천히 걸으라고 조언한다. 15장에서는 혼자 걸으라고 말하고, 43장은 모두 모여 함께 걷는 유익을 강조한다. 26장은 햇살 아래에서 걷기 위해 정오 시간에 걷는 것이 좋다고 말하면서, 46장은 밤길을 걸으라고 말한다. 이러한 내용을 읽으며 굳이 무엇이 다른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인지 질문할 필요는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심지어 상반된 경우라도 그 나름대로의 방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걷기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으면 천천히 걷는 대로 좋고, 바른 자세로 빠르게 걸으면 그 나름대로 유익하다. 햇살 아래에서 걸으며 경험하는 것과 밤길을 걷는 경험은 서로 다른 감정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들은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다채로운 걷기를 위한 조언이다. 

걷는 방법은 다채롭기에 이것이 정답이고 저것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으며 누리는 즐거움을 증가시키기 위해 피하거나 멀리해야 할 것은 분명히 있다. 바로, 핸드폰 사용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에서 달리는 동안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 GPS 기계 사용을 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러너들이 주로 사용하는 GPS 계기는 핸드폰과 워치다. 걷기도 마찬가지다. 핸드폰을 바라보는 습관은 걸으며 주변을 관찰하거나 냄새를 맡는데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면 변하는 날씨가, 계절이 바뀌는 풍경이 보이고, 새의 목소리가 들린다." (p. 59) 강변이나 공원을 걸을 때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그곳에서조차 핸드폰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사람들의 자세다. 

실외운동인 걷기는 걸으면서 마주치는 생경한 풍경이 신선함을 제공한다. 평소 다니던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색다른 풍경을 맞이할 수 있다. 때로는 걷는 시간만 바꾸어도 된다. 인공조명 아래에서 시곗바늘에 따라 움직이는 현대인들도 거리로 나가 걷기만 해도 자연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걷기는 조금만 정성을 들여도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단, 조건이 있다. 주변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와 열린 마음이 그것이다. 

 

 

현대인을 위한 행복 가이드: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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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