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2. 9. 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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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개념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다. 그런데 '몰입'이라는 개념의 창시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몰입과 달리기의 관계에 대한 책을 썼으니,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큰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달리기를 중심으로 몰입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므로 달리기를 좋아하거나 취미로 갖고 있는 독자라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이야기하는 몰입을 이해하는데 이만한 도서는 없어 보인다. 


몰입의 가능성 높이기 

몰입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예측 불가능성이란 몰입의 선행조건을 모두 갖추어도 몰입이 경험되지 않을 수 있으며, 몰입의 선행 조건이 조금 미비해도 몰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그 누구도 혹은 그 어떠한 조건도 몰입을 보장할 수 없다. 몰입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몰입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몰입의 일반적인 특징은 아홉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몰입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다양한 몰입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몰입을 통해 아홉 가지 요소를 모두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 기억할 것은 아홉 가지 요소 가운데 세 가지는 선행단계에 해당하고 나머지 여섯 가지는 처리 결과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몰입은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몰입 현상을 통제하려 들면 오히려 몰입이 깨어지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선행단계에 해당하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에 집중하며 몰입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1. 명확한 목표 
단기, 중기, 장기로 목표를 정하고 가급적 정량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달리기는 몰입을 경험하기에 매우 유리한 운동인데 정량화된 목표를 세우고 이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2. 해결과제와 기술의 균형 
목표를 세울 때, 해결 과제가 이미 습득한 기술보다 낮으면 지루하고 해결과제가 습득한 기술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불안이 찾아온다. 몰입을 위해서는 자신의 기술보다 약간 어려운 과제를 마주하는 것이 좋다. 얼마든지 예외는 있다. 해결과제가 습득한 기술보다 용이해도 그 과제가 충분히 의미가 있고 중요성을 띤다면 몰입의 가능성이 올라간다. 


3. 정확한 피드백 
피드백은 외적인 피드백과 내적인 피드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달리기의 경우 GPS 기능이 탑재된 시계를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달린 거리와 속도 등 정확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내적 피드백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GPS 세계의 사용을 줄일 것을 권면한다. 


현대인을 위한 행복 가이드

몰입은 한 가지일, 그것도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사로잡히는 경험이다. 몰입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으로, 인간의 뇌는 몰입을 경험하면 주변주에 대한 인식을 최소화한다. 이는 전전두협의 불활성화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과거에 대한 생각에 집착하거나 내일에 대한 목표에 얽매여 오늘을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간다. 몰입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차단하여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다. 꼭 몰입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달리기를 시작하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뇌는 비필수적 영역의 활성을 약화시킨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한 중요한 성품 가운데 하나가 "자기 목적성"(autotelic)이다. 달리기의 경우, 달리기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유익(예컨대, 다이어트나 체력 증진 등)보다 달리기 자체를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 달리기를 통해 얻게 되는 명성, 상금,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자기 목적성을 압도하기 시작하면 몰입이 깨어지기 쉬운 이유도 자기 목적성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자기 목적성을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단어로 옮긴다면 행복이 될 것이다. 오늘도 바쁘게 해야 하는 일들에 쫓기듯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지금 내가 행하는 바로 그것을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기 목적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너무도 어렵지만, 달리는 시간 만큼은 온전히 자기 목적성을 추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을 충만하게 살아갈 비장의 무기를 지닌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선언한다(p. 341). 그것을 러너스 하이라 부르든 아니면 몰입이라고 부르든 중요하지 않다. 속도나 거리와 상관없이 지금 나의 두 다리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열정을 쏟을 만한 일을 찾아라. 
진심을 다해 살아라. 
달리고, 몰입하고, 행복하라! (p.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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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