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언약을 맺는 장면이 여러 곳에 등장합니다. 오늘 본문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본문 12절을 보시면 '여호와의 언약'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요. 오늘 본문이 묘사하는 언약은 그 장소가 세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후 학자들은 '세겜 언약'이라고 부릅니다.
언약의 내용 _ 이스라엘의 하나님, 하나님의 백성
오늘 본문이 소개하는 세겜 언약의 내용이 13절에 등장합니다.
여호와께서 네게 말씀하신 대로
또 네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신 대로
오늘 너를 세워 자기 백성을 삼으시고
그는 친히 네 하나님이 되시려 함이니라
세겜 언약의 핵심이 이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백성이 되게 하는 것,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시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온 세상의 창조주이신 하나님과 피조물 가운데 하나인 이스라엘 백성이 서로 약속을 맺는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시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고 말씀하시니, 이러한 언약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자신의 백성으로 삼아주셨고, 하나님께서 친히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어주셨습니다.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언약은 신약 시대로 넘어오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성도들과 맺으시는 언약이 됩니다(cf. 눅 22:20). 하나님 앞에 전적으로 타락한 죄인인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용서하여 주셨습니다. 죄악의 형벌을 벗겨주신 것만으로도 놀라운 은혜인데 하나님은 이제 구속받은 성도들과 언약을 맺으십니다. 성도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주시고, 하나님은 친히 모든 성도들의 하늘 아버지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러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하나님의 언약은 위대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시내산 언약과 세겜 언약
세겜 언약의 핵심 내용을 묵상하다보면 구약성경에서 크게 부각되어 있는 또 하나의 언약이 생각납니다. 바로 시내산 언약이지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습니다. 그리고 시내산으로 인도하셨지요. 모든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 모여있을 때, 하나님께서 임재하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애굽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였음과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출 19:4-6)
오늘 본문을 기준으로 약 40년 전,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과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는 것이요,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오늘 본문이 기록하는 세겜 언약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시내산 언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하나님은 또다시 세겜 언약을 채결하셨던 것일까요?
언뜻 보면 40년 전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었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광야에서 죽었고, 그의 자녀들은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을 때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일면 옳지만 충분한 대답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으실 때, 그 언약은 단지 시내산에 모여있었던 사람들만 유효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cf. 신 5:2-3). 언약의 이러한 특징은 오늘 본문이 묘사하는 세겜 언약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문 14절과 15절입니다.
내가 이 언약과 맹세를 너희에게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우리와 함께 여기 서 있는 자와
오늘 우리와 함께 여기 있지 아니한 자에게까지이니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하나님의 언약은 처음 아브라함과 맺으실 때부터 그의 모든 자손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러니 시내산 언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40년이 흘렀다는 이유로 굳이 새롭게 언약을 맺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하나님은 세겜 언약을 맺으셔야 했을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내산 언약을 이스라엘 백성이 어겼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신실하게 아브라함과의 언약, 시내산에서의 언약을 지키셨습니다. 반면,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을 그들의 하나님을 섬기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시내산에서부터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겼지요. 시내산 언약이 실패하여, 그 자리에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이 모두 광야에서 죽었기에 하나님은 또다시 세겜 언약을 세우셨던 것입니다.
여기에 성경이 이야기하는 언약의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과 언약, 곧 약속을 채결하십니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이러한 은혜를 망각한 채 언약을 어기고 맙니다. 시내산 언약만이 아니라,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세겜 언약도 구약의 전체 역사에서 본다면 이스라엘 백성의 배신으로 파기되고 맙니다. 그런데 여러분, 여기에 더욱 위대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놓여 있으니,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언약을 어기고 우상을 섬겼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은 새로운 언약으로 이스라엘의 하나님 되시기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이 언약에 담긴 그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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