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성경공부2021. 10. 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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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의 가장 유명한 문장은 아마도 전도서 1장 2절의 말씀일 것이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 이 문장은 전도자(코헬렛)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내레이터가 전도자의 교훈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으로, 내레이터는 전도서의 가장 처음(1장 2절)과 마지막(12장 8절)에 이 문장을 배치하였다. 마치 전도서의 모든 말씀을 이 두 문장이 감싸고 있는 듯한 형태다. 


“헛되다”(헤벨)

전도서의 핵심 개념인 ‘헛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헤벨’이다. 헤벨은 숨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로 시작된 낱말이다. 그러므로 헤벨의 1차적인 의미는 ‘입김’이다. 동시에 안개, 수증기, 연기와 같은 가시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이것이 보다 추상적인 개념을 나타내면서 무상, 덧없음 등의 뜻을 지니게 되었다. 구약성경에서 헤벨이 사용된 용례를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 슬프도다 사람은 입김(헤벨)이며 인생도 속임수이니 
저울에 달면 그들은 입김(헤벨)보다 가벼우리로다 (시편 62편 9절)

사람은 헛것(헤벨)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 (시편 144편 4절) 

속이는 말로 재물을 모으는 것은 죽음을 구하는 것이라 
곧 불려다니는 안개(헤벨)니라 (잠언 21장 6절) 

‘헤벨’에 대한 구약성경의 용례에서 주목할 점은 이방 우상을 ‘헤벨’에 비유한다는 점이다. 

네가 부르짖을 때에 네가 모은 우상들에게 너를 구원하게 하라 
그것들은 다 바람에 날려 가겠고 기운에 불려갈 것이로되 
나를 의뢰하는 자는 땅을 차지하겠고 나의 거룩한 산을 기업으로 얻으리라(사 57:13) 

사람마다 어리석고 무식하도다 금장색마다 자기가 만든 신상으로 말미암아 수치를 당하나니 
이는 그 부어 만든 우상은 거짓이요 그 속에 생기가 없음이라
그것들은 헛된 것이요 조롱거리이니 징벌하시는 때에 멸망할 것이나 (렘 51:17-18) 

전도자는 인생의 모든 것이 헛되다(헤벨)고 선언한다. 이방 우상을 섬기는 것이 헛되듯 인간들의 모든 노력이 헛되다는 뜻이다. 전도서 1장 2절은 ‘헤벨’을 다섯 번이나 반복한다. 성경에서 다섯이라는 숫자는 강인함을 상징한다. 미국 국방부의 건물도 오각형이라는 점을 기억해보라(Pentagon). 전도자는 이처럼 강한 어조로 모든 것이 헛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인간의 수고가 무엇이 유익한가

모든 것이 헛되다는 선언(1장 2절) 이후, 전도자는 모든 것이 헛된 근거를 제시한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전 1:3) 

여기에 전도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3가지 개념이 등장한다. 

  • ‘해 아래’는 창조주와 구별되는 피조물의 삶과 운명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인간은 ‘해 아래’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해 아래’는 헛됨(헤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 ‘수고’는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모든 노력이다. 전통적인 지혜는 수고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가르친다. 만일 충분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면 수고는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도자의 주장이다.
  • ‘유익’(이트론)은 ‘헛됨(헤벨)의 반대개념이다. 전도자가 인간의 수고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수고가 유익한가? 아니면 헛된가? 

 

전도자는 위의 몇 가지 개념을 가지고 인간의 삶을 평가하기 시작한다. 그는 먼저 지혜를 얻으려는 수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지혜를 많이 얻어보았고(1:16), 지혜를 얻기 위해 많이 수고하였다(1:17a). 그러나 그 모든 수고는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었다(1:17b). 바람을 잡으려 한다는 것은 ‘헛됨’(헤벨)의 또 다른 표현이다. 전도자는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즐거움과 쾌락도 살펴보았다(2:10). 그러나 전도자의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2:11). 이제 전도자는 자신의 탐구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사람이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수고와 마음에 애쓰는 것이 무슨 소득이 있으랴
일평생에 근심하며 수고하는 것이 슬픔뿐이라 
그의 마음이 밤에도 쉬지 못하나니 이것도 헛되도다 (전 2:22-23)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은혜

모든 것이 헛되다는 전도서의 주장은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르침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신앙인들이 전도자의 주장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오래전 랍비들 중에는 모든 수고가 헛되다는 전도자의 주장에는 예외가 존재한다고 설명하였다. 곧,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을 배우는 수고는 예외가 된다는 생각이었다. 기독교인들 중에도 이와 유사한 해법을 제시하는 분들이 있다. ‘해 아래’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해 아래의 모든 것은 헛되지만 하늘 위의 것은 영원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전도서의 말씀은 해 아래의 헛된 것에 집착하지 말고 하늘 위의 것을 바라보라는 교훈이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헛되다고 강조하는 전도서의 말씀을 헛되지 않은 영원한 것을 추구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기에는 논리의 비약이 크다. 

전도자가 강력하게 비판하는 태도는 근거가 희박한 낙관주의다. 지금 열심히 수고하면 내일은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신념에 대한 공격이다. 물론, 오늘의 수고가 내일의 유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전도자는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신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전도자가 내어놓는 중간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나니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로다 (2:24) 

모든 것이 헛되다. 그러나 지금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있다.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다는 것이요, 기쁜 마음으로 수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고’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전도자가 헛되다고 설파하였던 수고와 다르다. 2장 24절에 등장하는 ‘수고’는 즐겁게 일하는 것, 나의 일에서 지금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전도서가 가르치는 지혜는 저 멀리 있을 것만 같은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하나님께서 지금 나에게 주신 것을 누리는 행복이다.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이야말로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는 것,” 곧 가장 확실한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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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