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성경공부2021. 10. 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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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는 처음(1장 2절)과 마지막(12장 8절)에 히브리어 ‘헤벨’이라는 단어를 다섯 번과 세 번씩 사용하며, 전도자(코헬렛)의 사상을 ‘헤벨’로 요약한다. 의성어로 시작된 이 단어는 추상적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헛됨’(vanity)과 ‘부조리’(absurd)다. 전도서가 관찰한 해 아래에서의 삶은 헛됨이 가득한 세상이요, 부조리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그러면 헛됨과 부조리가 넘치는 이 세상에서 성도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곧, 전도자가 가르치는 지혜로운 삶은 무엇인가? 


때를 따라 지으셨다

전도서의 매우 유명한 구절 중의 하나는 전도서 3장 1절이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전 3:1) 

전도자가 때와 기한을 강조하는 이유는 절대적인 선(善)이나 절대적인 악(惡)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이다. 지금 선하게 보이는 것도 때와 기한이 적절하지 않으면 악한 것이 될 수 있다. 곧 선과 악에 대한 결정은 그 일 자체가 아니라 상황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만사에 때가 있다는 전도자의 선언은 때를 분별하는 지혜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도서의 지혜는 때를 분별하는 지혜가 아니다. 인간에게는 때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전 3:11)

하나님은 때를 따라 이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하셨다. 인간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도 주셨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세상은 아름다운 피조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하나님의 때를 측량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지혜와 지식을 동원하여 때를 분별하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시기와 때를 정하여 그에 따라 운행하시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전도자의 지혜가 시작된다. 곧,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혜다.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모든 것은 영원히 있을 것이라
그 위에 더 할 수도 없고 그것에서 덜 할 수도 없나니
하나님이 이 같이 행하심은 사람들이 
그의 앞에서 경외하게 하려 하심인 줄을 내가 알았도다 (전 3:14) 


예배자의 자세

전도자의 지혜는 하나님을 향한 경외심이다. 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전도서의 본문은 예배자의 자세를 가르치는 전도서 5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너는 하나님의 집에 들어갈 때에 네 발을 삼갈지어다
가까이 하여 말씀을 듣는 것이 우매한 자들이 제물 드리는 것보다 나으니
그들은 악을 행하면서도 깨닫지 못함이니라 (전 5:1) 

하나님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예배를 위한 행위다. 비록 하나님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예배의 대상이신 하나님을 인식하여 발걸음을 삼가 조심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배자는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 여기에서 ‘듣는다’는 표현은 당연히 순종을 의미한다. 말씀에 대한 진실한 순종이 우선이요, 제물을 드리는 것은 그 나중이다. 계속해서 전도자는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에 대해 교훈한다. 

너는 하나님 앞에서 함부로 입을 열지 말며
급한 마음으로 말을 내지 말라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에 있음이니라 
그런즉 마땅히 말을 적게 할 것이라 (전 5:2)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인간은 땅에 있다는 표현이 강렬하다. 해 아래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한계를 표현하고 있다. 모든 것의 기한과 때를 정하시는 하나님과 그 정해진 시간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차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니, 하나님을 향한 기도 역시 경외의 마음을 품고 행해야 한다. 기도에 대한 전도자의 교훈은 단순하다. 함부로 말하지 말고, 급한 마음으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을 적게 하라고 권면한다. 이는 예수님께서 중언부언 기도하지 말라고 교훈하셨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마 6:7).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말이 많으면 실수가 생기듯(전 5:3), 하나님께 기도할 때에도 중언부언하면 어리석은 기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도자는 서원한 것을 반드시 준행하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지혜와 대조되는 어리석음의 구체적인 예가 등장한다. 하나님께 서원하였다가 갚기를 더디 하는 경우다(전 5:4). 서원을 지키지 않는 것이 어리석은 이유는 하나님을 향한 경외가 없기 때문이다. 

전도자는 이 세상이 헛되고 부조리함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헛됨과 부조리가 발생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인간들의 세상이 해 아래의 삶이기 때문이다.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기와 때를 알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우리는 더욱 하나님을 경외해야 한다. 이것이 전도자가 역설하는 지혜요, 구약의 지혜문학이 가르치는 지혜의 핵심이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전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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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