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2. 9. 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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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의학의 관점에서 음식을 바라본다. 근대 서구적 관점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이색적인 관점이다. 그러나 조금만 돌이켜보면 한의학적 접근이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매우 강력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급작스러운 질병이 찾아오면 양방 병원을 찾지만, 기력이 약해지거나 체질의 변화를 원할 때는 한방병원을 찾는다. 음식의 화학적 성분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이른바 과학적 분석보다 자신과 궁합이 맞는 음식이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한국사람들은 한의학적 접근을 여전히 신뢰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음식이나 약재에 대한 한의학적 설명을 체계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배운 과학적 지식은 대부분 한의학적 관점이 아닌 서양의학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박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박석준 지음)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음식에 대한 한의학적 설명을 조금은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첫걸음을 제공해준다. 

음식에는 기와 미가 있다. 기는 음과 양의 기운을 말하고 미는 신고감신함(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맛)이라는 다섯 가지 맛을 뜻한다. 음과 양은 뜨거움과 차가움이지만 이는 상대적인 것으로 사물과 사물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양과 음이다. 미는 맛을 뜻하지만 혀에서 느끼는 맛을 넘어 그 음식이 어느 장부에 어떠한 작용하는 지를 말한다. 오행에 따라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성질을 이야기하는데, 한의학에서 오장을 이야기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마치 동서남북과 그 중심이라는 방위를 나타내는 것과 유사하다. 모든 음식에는 기미가 있다. 기와 미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것을 평(平)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음식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 다만 사람이 먹는 음식은 그러한 치우침이 적어 한두 번의 식사로 기미의 치우침이 사람의 몸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그런데 사람이 먹는 음식 가운데 기가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것을 독이라고 부른다. 한의학에서 독의 일차적 의미는 해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기가 세다 혹은 기가 두텁다는 것이다. 독은 인간의 몸에 작용하여 기가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가 흔히 생각하는 독의 영향이다. 그러나 음식을 치우치게 섭취하여 몸의 기가 한쪽으로 기울면 병이 든다. 이때 독을 적절히 사용하여 몸의 기를 다시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독은 동시에 약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용>의 구절을 여러 차례 인용한다. "사람들이 마시고 먹지 않은 이가 없지만 맛을 아는 이는 드물다" 여기에서 맛을 안다는 것은 단지 미각을 통해 들어오는 느낌을 안다는 뜻이 아니다. 음식에 담겨 있는 기미를 알고 그것의 조화를 실천한다는 의미로 음식의 참된 맛을 아는 것을 "허무한 입맛"이라고 부른다. "허무한 입맛이란 어느 하나에 지착하지 않는 입맛을 말한다. 혀에서의 맛이 아니라 음식이 본래 갖고 있는 음식 고유의 기를 알아내고 내 몸에서 필요로 하는 기를 알아내는 입맛이다." (p. 165) 문제는 근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단짠단짠 이나 매콤달콤을 추구하지 허무한 입맛을 따라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우리는 어떻게 음식의 참된 기미를 알고, 음식과 내 몸의 연관성을 알아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 하나는 근대화된 식생활로부터 역행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식재료나 퓨전을 따라가기보다 전통적인 식습관을 계승하려는 노력이다.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음식이 광풍처럼 휩쓸고 있지만 공동체가 먹어야 할 음식은 다행히 오랜 역사를 지닌 가족이나 지역 공동체가 먹고 있는 음식 속에 지금도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저 전통적인 음식과 방식을 따라 먹으면 된다. 그러면 그 속에서 또 새로운 창조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p.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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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