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22. 7. 14. 15:34
반응형

구약성경 전도서의 주제는 전도서 1장부터 명백히 드러난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 삶의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허무주의자의 외침처럼 들리는 이 구절은 계속되는 예증을 통해 전도서의 분명한 주제로 자리 잡는다. 그러니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들 중에도 전도서의 말씀을 거북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다른 한편으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전도서를 읽으며 애써 “은혜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해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헛되기에, 해 아래의 현세적인 것들을 추구하지 말고 영원한 것을 추구하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강조하는 전도서의 전체 주제를 ‘영원’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전도서를 어떠한 관점으로 읽어야 할지 어려워하는 성도들에게 데이비드 깁슨은 그의 책 <인생, 전도서를 읽다>에서 명쾌한 대답을 내어 놓는다.

전도서의 간결한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다.
곧 하나님의 세상에서 삶은 성취(gain)가 아니라 선물(gift)이다.(p. 51) [각주:1]

먼저, 삶은 성취가 아니다. 연약한 인간은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내일의 성공을 위하여 오늘 수고해보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내일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모든 것이 헛되다’(히브리어. 헤벨)고 반복하며 강조하는 전도서의 의도다. 삶은 성취가 아니기에, 곧 우리 인간은 그 무엇도 스스로 성취할 수 없기에 내일의 성취를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삶을 멈추라는 권면이다. 전도서는 하나님의 세상에서 삶은 선물이라고 가르친다. 전도서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본다면, 지금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선물이요 나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든 요소가 다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러므로 지금 나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을 누리는 것이 지혜요, 내일의 성취를 위해 오늘의 선물을 포기하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데이비드 깁슨이 전도서의 주제로 제시한 “삶은 성취가 아니라 선물이다”라는 명제는 기독교의 복음을 핵심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기독교의 복음이 무엇인가? 인간은 하나님 앞에 구원받을 자격이나 조건이 전혀 없다는 사실로부터 시작한다. 하나님께 축복은 커녕 저주를 받아 마땅한 인간에게 스스로의 노력을 통한 성취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면 인간의 소망은 어디로부터 임하는가? 하나님의 세상에서 삶은 성취가 아니라 선물이라는 사실로부터 희망적인 전망이 가능하다. 인간에게는 구원의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구원이 선물로 주어졌다. 우리의 모든 죄악이 용서받았다는 사실, 죄악으로 말미암은 모든 저주와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는 사실, 이제는 하나님을 향하여 아빠 아버지라 부르며 하나님의 자녀 된 권세를 누리며 살아간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은 나의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리스도인 가운데 “삶은 성취가 아니라 선물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기독교의 복음을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구원을 받는 것은 성취가 아니라 선물이지만, 공짜 점심을 제공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오늘의 수고만이 내일의 성취를 보장한다는 오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결코 성경적인 가르침이 아니다. 성경, 특별히 신약성경은 구원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성취가 아니라 선물이라고 가르친다. 내가 노력하고 수고하여 성취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것 역시 성취가 아니라 선물임을 깨닫게 된다. 전도서가 ‘헛되다’를 연발하며 성취의 가능성을 그토록 부정하였던 이유도 성취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선물이라는 깨달음을 얻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삶이 성취가 아니라 선물이라는 관점의 변화가 일어나야 비로소 선물로 주어진 오늘의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밤낮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목적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성취’가 된다. 그러나 내일의 성취를 위해 오늘의 만족과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마치 헛된 바람을 잡기 위해 이미 나에게 주어진 선물을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전도서는, 그리고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한다.

삶은 성취가 아니라 선물이다.
수고를 통해 성취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하나님이 당신에게 주신 선물을 그대로 누리려고 애써보라.
그렇게 할 때, 당신은 상당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p. 191)


https://m.blog.naver.com/practicaltheologian/223222250639

 

도서 리뷰 (Book Review) 목록

제가 작성한 도서 리뷰가 <목회 아카이브>와 네이버 블로그에 산제되어 있습니다. 주로 단행본 중심...

blog.naver.com

 

  1. 번역과 관련하여 한 가지 사실을 언급하면 이렇다. 이 책의 역자인 이철민은 ‘gain’이라는 단어를 이 책 전반에서 ‘유익’ 혹은 ‘수익’으로 번역하였다. 그러나 나는 ‘성취’라는 단어로 통일성 있게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데이비드 깁슨은 ‘gain’과 ‘gift’를 대조적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 두 개의 단어를 하나의 쌍으로 묶어 주제 문장을 완성했다. 그리고 알파벳 ‘g’로 시작하는 두 개의 단어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한글 번역에서도 ‘ㅅ’이라는 동일한 자음으로 시작하는 ‘성취’와 ‘선물’을 사용하는 것이 보다 적절해 보인다. 또한 ‘성취’라는 단어는 현대인들의 삶을 요약할 수 있는 개념으로 유익이나 수익보다는 삶의 방향과 태도를 나타내기에 적합한데, 이것이 데이비드 깁슨의 의도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반응형
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