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예수님이다. 예수님께 세례를 베푼 이후 세례 요한의 행적에 대해 마태복음이 대체로 침묵하는 이유다. 다만, 세례 요한은 감옥에 갇힌 채 제자들을 보내 예수님께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마 11:2-6), 본문은 요한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를 설명한다.
헤롯 왕과 세례 요한
분봉 왕 헤롯은 예수님의 사역에 대한 소문을 듣고 두려워한다. 그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예수님을 요한이 다시 살아난 사람이라고 단언한다(1-2절). 이러한 반응은 세례 요한을 죽인 죄책감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전에 헤롯이 그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의 일로
요한을 잡아 결박하여 옥에 가두었으니
이는 요한이 헤롯에게 말하되
당신이 그 여자를 차지한 것이 옳지 않다 하였음이라 (3-4절)
본문의 헤롯은 헤롯 안티파스(Herod Antipas)로,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때 동방의 박사들을 맞이했던 헤롯 대왕이 말타케(Malthace)라는 아내를 통해 얻은 아들이다. 헤롯 안티파스는 BC 4년에 갈릴리와 베뢰아를 다스리는 분봉왕으로 임명을 받았고 AD 39까지 통치하였다. 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지만, 성경에는 세례 요한을 죽이고 예수님을 희롱한 악인으로 등장한다(눅 23:8-12).
위의 구절은 헤롯 안티파스가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빼앗았다고 증언한다. 그런데 여기서 빌립(Philip)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당시 요단 동편을 다스렸던 크레오파트라(Cleopatra)의 아들 분봉 왕 빌립이라는 의견과 헤롯 대왕이 마리암네(Mariamne II)라는 아내에게서 낳은 아들(그의 이름도 헤롯이다)의 또 다른 이름이 빌립이었다는 의견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헤롯 안티파스는 세례 요한을 감옥에 가두었지만 그를 죽일 수는 없었다. 요한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5절).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헤롯 자신의 결혼식에서 헤로디아의 딸이 춤을 추어 사람들을 즐겁게 하였는데, 헤로디아가 딸을 시켜 요한의 머리를 왕에게 요청했기 때문이다.
왕이 근심하나 자기가 맹세한 것과
그 함께 앉은 사람들 때문에 주라 명하고
사람을 보내어 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그 머리를 소반에 얹어서 그 소녀에게 주니
그가 자기 어머니에게로 가져가니라 (9-11절)
요세푸스의 기록에 의하면, 헤롯 안티파스가 세례 요한을 감옥에 가둔 장소는 사해 동쪽의 마카이루스(Machaerus)였다. 헤롯의 생일파티가 열린 장소가 그 지역의 수도인 티베리아스였다면, 요한이 갇혀있던 곳까지는 약 130km 이상이 된다. 헤롯의 명령을 받은 군인이 요한의 목을 베어 가져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고, 헤로디아는 아마 생일잔치가 모두 마친 이후 요한의 목을 전달받았을 것이다.
세례 요한의 사명과 죽음
세례 요한의 죽음은 분봉 왕 헤롯의 생일 잔치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의 결과였다. 요한의 죽음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예수님의 공생애에 앞서 고작 1년 정도 광야에서 천국 복음을 전하였던 그의 삶이 아침 이슬처럼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삶과 사역 그리고 죽음은 조금도 헛되지 않았다. 세례 요한은 주님의 길을 예비하는 귀한 사명을 충성스럽게 감당하였고, 그 위에 예수님의 사역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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