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문2022. 9. 2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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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장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본문은 야곱이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장면입니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하나님에서 야곱의 하나님으로 

야곱에게 하나님이란 아버지 이삭이 섬기는 하나님이었고,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섬기는 하나님이었습니다. 야곱에게 하나님이란 할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에게 복을 주셔서 할아버지를 이어 아버지의 집을 부유하게 만들어주신 하나님이었습니다. 야곱은 부유한 아버지의 재산 가운데 더 많은 것을 유산으로 받고 싶은 마음에 형의 장자권을 빼앗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지도 모릅니다. 당시 문화에서는 장자에게 다른 아들보다 두배의 유산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다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것처럼, 아버지를 속여 장자의 축복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야곱은 형 에서의 위협을 피해 멀리 도망쳐야 했지요. 얼마나 달렸을까요? 해가 기울어질 때까지 그는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그의 손에는 핸드폰 GPS도 없고 지도 한 장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밤이 되니 앞뒤 좌우를 도저히 분간할 수 없었던 야곱은 노상에서 잠을 청합니다.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 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11절) 

그런데 바로 그날 밤, 하나님께서 꿈으로 야곱에게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야곱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십니다.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13a절)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 그리고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은 지금까지 야곱이 익숙하게 알고 있던 하나님입니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하나님과 아버지의 하나님이 지금 야곱 자신에게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할아버지나 아버지에 대해 말씀하시지 않고 야곱 자신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13b-15절) 

바로 이 장면에서 야곱은 할아버지의 하나님과 아버지의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하나님이 아들의 하나님이 되는 순간 

하나님을 만난 야곱은 잠에서 깨어 이렇게 소리칩니다. 

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이에 두려워하여 이르되
두렵도다 이곳이여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 하고 (16-17절) 

야곱은 날이 밝자 그곳에 기름을 붓고 이름을 벧엘(하나님의 집)이라고 붙였습니다. 지금까지 야곱은 하나님께서 아버지 이삭의 집에만 계신 분으로 알았지요. 그런데 정처 없이 달려온 자신을 찾아와 바로 그 자리를 하나님의 집으로 만들어 주시는 하나님을 체험했습니다. 곧 아버지의 집에만 계신 하나님이 아니라 벧엘의 하나님을 발견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창세기에서 아버지의 하나님이 자녀의 하나님으로 변화되는 장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 그의 아들 이삭의 하나님이 되는 결정적인 장면은 언제였을까요? 아마 모리아 산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품 안의 자식으로 양육하던 단계를 넘어 아버지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하나님의 손에 전적으로 내어 드릴 때 아버지의 하나님이 아들의 하나님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이 그의 아들 야곱의 하나님이 되는 오늘 본문도 동일합니다. 에서와 야곱의 다툼으로 이삭은 어쩔 수 없이 야곱을 하란으로 내보내었지요. 더 이상 자신의 집에서 양육하지 못하고 저 멀리 떠나보내며 하나님의 손에 아들을 맡겨 놓을 때 하나님은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에서 그의 아들 야곱의 하나님, 곧 벧엘의 하나님이 되셨습니다. 이후 아버지 야곱의 하나님이 그의 아들 요셉의 하나님이 되는 과정도 동일합니다. 야곱이 가장 사랑하였던 아들 요셉을 그의 집에서 양육할 때까지 요셉에게 하나님은 아버지 야곱의 하나님이었겠지요. 그러나 형들의 미움과 폭행으로 아버지의 집을 떠나 애굽으로 팔려가면서 비로소 아버지 야곱의 하나님은 그의 아들 요셉의 하나님이 되십니다. 

모든 부모는 최선을 다해 자녀를 양육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는 바로 그때, 그리하여 자녀들을 하나님의 손에 온전히 내어 맡기는 그때 하나님께서 벧엘의 하나님으로 우리 자녀들에게 나타나십니다. 그리하여 아버지의 하나님이 이제 아들의 하나님이 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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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v. Han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