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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광야에서 국가의 조직을 갖춘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을 향한 첫 번째 행진을 시작한다.
둘째 해 둘째 달 스무날에
구름이 증거의 성막에서 떠오르매
이스라엘 자손이 시내 광야에서 출발하여
자기 길을 가더니 바란 광야에 구름이 머무니라 (11-12절)
시내 광야에서 바란 광야까지의 여정에 대해 본문은 길게 서술한다(13-28절). 그런데 그 모든 서술이 지향하는 바는 시내 광야에서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규율과 원칙이 정확히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행의 순서와 위치, 성막과 성물을 관리하는 레위인의 역할, 그리고 그들의 발걸음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구름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 등.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이끄심 안에서 질서 정연하게 행진을 시작했다.
호밥에 대한 모세의 요청
모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음성을 듣고 그 말씀에 따라 행동했지만, 때로는 사람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장인 이드로의 조언에 따라 십부장, 오십부장, 백부장, 천부장을 세운 장면이다(출 18장).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르우엘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었는데(출 2:18), 본문에서 모세는 르우엘의 아들인 호밥에게 다시 한번 조언을 구한다.
모세가 모세의 장인 미디안 사람 르우엘의 아들 호밥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주마 하신 곳으로 우리가 행진하나니 우리와 동행하자
그리하면 선대하리라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복을 내리리라 하셨느니라 (29절)
모세가 이르되 청하건대 우리를 떠나지 마소서
당신은 우리가 광야에서 어떻게 진 칠지를 아나니
우리의 눈이 되리이다 (31절)
모세의 처가는 미디안 사람들이었다. 미디안 사람들은 가나안 주변의 광야에서 생활했던 종족이다. 이스라엘이 가나안까지 가는 길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모세는 호밥에게 "우리의 눈이 되리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광야에서 길을 안내할 수도 있고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세는 하나님께서 약속의 땅으로 이스라엘을 인도하실 것을 확신한다. 그는 자신의 확신을 호밥에게 분명히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그의 아버지 르우엘에게 조언을 들었던 것처럼, 르우엘의 아들 호밥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호밥은 모세의 요청에 응답했을까? 모세가 처음 동행을 요청했을 때 호밥은 거절한다(29-30절). 모세는 한번 더 요청했고(31절), 호밥이 어떻게 답했는지에 대해 본문은 침묵한다. 그러나 호밥의 대답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사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모세의 장인은 겐 사람이라
그의 자손이 유다 자손과 함께 종려나무 성읍에서 올라가서
아랏 남방의 유다 황무지에 이르러 그 백성 중에 거주하니라 (삿 1:16)
모세의 장인이 '겐'이라는 종족의 이름으로 유다 지파와 함께 거주하였다. 그러니 그의 아들 호밥이 모세의 청을 받아들여 가나안을 함께 정복하였다고 유추할 수 있다.
모세의 부르짖음
시내 광야를 출발하여 바란 광야에 이르기까지 3일의 여정이었다(33절). 마침내 첫 번째 행진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모세는 기쁨으로 소리친다.
궤가 떠날 때에는 모세가 말하되
여호와여 일어나사 주의 대적들을 흩으시고
주를 미워하는 자가 주 앞에서 도망하게 하소서 하였고
궤가 쉴 때에는 말하되
여호와여 이스라엘 종족들에게로 돌아오소서 하였더라 (35-36절)
법궤를 중심에 모시고 이스라엘이 행진을 시작할 때 그리고 행진을 멈추고 다시 진형을 짤 때 모세는 하나님을 향해 외쳤다. 모세의 외침은 하나님을 향한 간구와 기도였다. 그러나 호밥에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면(29절), 모세의 이 외침은 믿음의 확신이요 또한 감사와 찬양이다. 가나안 땅을 향해 이제 행진을 시작한 이스라엘 백성 모두에게 모세가 간직한 믿음과 확신이 필요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스라엘 백성은 그 믿음을 잃어버린 채 하나님께 불평하고(민 11-12장), 급기야 약속의 땅을 포기하는 신앙의 배신자가 된다(민 13-14절). 이와 같은 민수기의 비극이 이제 곧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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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광야를 지나 약속의 땅까지 행진할 때 그들은 구름 기둥과 불 기둥으로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았다(민 9:15-23). 그러나 이스라엘 열두 지파가 잘 짜인 진형을 유지하면서 행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하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하나님은 은 나팔을 두 개 만들라고 명령하신다.
은 나팔 둘을 만들되 두들겨 만들어서
그것으로 회중을 소집하며 진영을 출발하게 할 것이라 (2절)
은 나팔 두 개를 만들어 신호 체계를 완성하면서 이스라엘은 시내 광야를 떠나 가나안으로 출발할 태세를 갖추게 된다.
은 나팔의 신호 체계
로마에 있는 티투스 개선문(The arch of Titus)에는 로마 군인이 예루살렘 성전의 여러 기구를 옮기는 장면이 부조되어 있다(오른쪽 그림). 여기에 나팔도 조각되어 있어 우리는 이스라엘이 제작한 은 나팔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길쭉한 파이프로 그 끝이 넓게 펼쳐진 형태다. 길이는 약 50cm 이내로 추정되다.
제사장이 나팔을 부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 신호를 전달한다. 먼저 나팔을 길게 불면 이스라엘 회중을 소집하는 신호다(3-4절). 하나님은 모세에게 나팔을 두 개 만들도록 명령하셨다. 만일 하나만 길게 불면 이스라엘의 지휘관들을 소집하는 신호요 두 개를 모두 길게 불면 온 회중을 소집하는 신호다. 반면, 나팔을 짧고 급하게 부는 것은 진이 출발하거나 전쟁에 나가는 신호다.
너희가 그것을 크게 불 때에는 동쪽 진영들이 행진할 것이며
두 번째로 크게 불 때에는 남쪽 진영들이 행진할 것이라
떠나려 할 때에는 나팔 소리를 크게 불 것이며 (5-6절)
위의 구절에서 "크게 불 때"라고 번역한 구절은 짧고 급하게 부는 것을 말한다. 현대 음악 용어로 스타카토(staccato)에 해당한다. 첫째로 짧고 급하게 불면 동쪽 진영이 행진하고, 둘째로 짧고 급하게 불면 남쪽 진영이 행진한다. 본문은 더 이상 명시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의 진형을 설명하는 민수기 2장을 기억한다면 그 다음에 짧고 급하게 나팔을 불면 서쪽 진영과 북쪽 진영이 순서대로 진행하였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나팔 소리의 또 다른 의미
나팔을 부는 방식을 두 가지로 구분하듯, 그 용도도 소집(예배)과 행진(전쟁)이라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두 가지 용도는 고대 이집트에서도 발견되는 나팔의 쓰임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은 나팔과 이집트를 비롯한 이방민족의 나팔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쟁]
또 너희 땅에서 너희가 자기를 압박하는 대적을 치러 나갈 때에는
나팔을 크게 불지니
그리하면 너희 하나님 여호와가 너희를 기억하고
너희를 너희의 대적에게서 구원하시리라 (9절)
[예배]
또 너희의 희락의 날과 너희가 정한 절기와 초하루에는
번제물을 드리고 화목제물을 드리며 나팔을 불라
그로 말미암아 너희의 하나님이 너희를 기억하시리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니라 (10절)
이스라엘이 제작한 은 나팔은 일차적으로 백성들에게 신호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나팔 소리에 하나님도 귀를 기울이신다. 이스라엘이 짧고 급하게 나팔을 불며 전쟁에 임할 때, 하나님은 그들을 지켜주신다. 이스라엘이 길게 나팔을 불며 함께 모일 때, 하나님은 그들의 하나님이 되어 주신다. 나팔 소리에는 이러한 하나님의 약속이 담겨 있다. 그래서 구약성경에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에 나팔 소리가 자주 들리곤 한다(시 98:6; 스 3:10 등)
신약성경으로 넘어오면, 하나님께서 직접 나팔 소리를 울리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제사장의 긴 나팔 소리가 이스라엘 온 회중을 소집하듯, 하나님은 천상의 나팔 소리를 통해 모든 성도들을 불러 모으신다. 곧, 최후 심판의 현장에서 들리는 나팔소리다(마 24:3; 고전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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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는 지금까지 시내 광야에서 있었던 사건을 묘사했다. 이스라엘은 시내 광야에 도착한 지 약 10개월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cf. 출 19:1). 본문은 이제 곧 시작할 '행진'의 원칙을 말씀한다. 그 원칙은 매우 단순하다.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구름이 떠오르면 행진하고, 구름이 성막 위에 머무르면 이스라엘 백성도 행진을 멈춘다. 이는 여호와의 명령이 이스라엘의 행진과 멈춤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요, 곧 시내산을 출발한 이스라엘을 약속의 땅 가나안까지 이끄시는 분이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심을 분명히 보여준다.
하나님의 보호와 이스라엘의 순종
성막을 세우니 하나님께서 그 위에 구름과 불의 모양으로 임재하신다.
성막을 세운 날에 구름이 성막 곧 증거의 성막을 덮었고
저녁이 되면 성막 위에 불 모양 같은 것이 나타나서 아침까지 이르렀으되
항상 그러하여 낮에는 구름이 그것을 덮었고 밤이면 불 모양이 있었는데 (15-16절)
위의 16절에서 "항상 그러하여"라는 말씀은 광야 40년 동안 변함이 없었다는 의미다. 하나님은 신실하게 구름 기둥과 불 기둥으로 이스라엘의 발걸음을 인도하여 주셨다. 구름과 불의 모양은 한편으로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보호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절대 순종을 요구한다. 구름과 불의 모양으로 하나님은 그들에게 자신의 뜻을 명확히 보여주시기 때문이다. 본문은 그와 같은 사실을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라는 구절의 반복으로 강조한다.
이스라엘 자손이 (1)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행진하였고
(2)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진을 쳤으며 (18a절)
그들이 다만 (1)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진영에 머물고
(2)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행진하였으며 (20b절)
곧 그들이 (1)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진을 치며
(2)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행진하고
또 모세를 통하여 이르신 (3)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여호와의 직임을 지켰더라 (23절)
이스라엘 백성의 입장에서 광야 40년 동안 한결같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장소에 하룻밤만 매우 짧게 머무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20, 21절), 한 달 혹은 일 년 동안 오래 머무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19, 22절). 어젯밤에 장막을 치고 이제는 조금 쉬었다 가리라 생각했는데 그다음 날 아침 구름이 떠오르면 이스라엘 백성도 무거운 몸을 일으켜야 한다. 한 달 혹은 일 년이라는 긴 시간 구름이 떠오르지 않으면 출발 시간을 알 수 없는 이스라엘은 마냥 하나님의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발걸음을 최적의 시간에 최선의 방향으로 인도하신다는 믿음이 없다면 순종하기 어려운 과정이었다.
유월절을 지키는 모든 날 동안
하나님은 성막을 세운 날에 구름과 불 모양으로 임재하셨다(15절). 그런데 출애굽기를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이끌어 내셨던 출애굽 사건 직후부터 하나님은 구름 기둥과 불 기둥으로 이스라엘을 인도하셨다(출 13:21-22). 그리고 민수기는 출애굽기가 묘사하는 이 장면을 기억해 내기라도 하듯 이스라엘이 시내 광야에서 유월절 - 출애굽의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 - 을 지킨 이야기(민 9:1-14) 직후에 구름으로 이스라엘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묘사한다. 이것은 광야에서는 물론이요, 이후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후에도 매년 유월절을 지키며 출애굽의 하나님을 기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이 영원히 지속될 것임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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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온 지 일 년이 되었다. 출애굽이라는 위대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매년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 애굽에서 나온 지 일 년이 되었으니, 이제 광야에서 행하는 첫 번째 유월절을 지킬 때가 되었다.
정한 기일에, 정한 규례대로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자손에게 유월절을 지키라 명령하신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유월절을 그 정한 기일에 지키게 하라
그 정한 기일 곧 이 달 열넷째 날 해 질 때에 너희는 그것을 지키되
그 모든 율례와 그 모든 규례대로 지킬지니라 (2-3절)
여기에는 두 가지가 강조되어 있다. (1) 하나님께서 정하신 날짜에 (2) 하나님께서 가르치신 율례와 규래대로 지켜야 한다. 정한 날짜는 1월 14일이다. 그리고 정한 율례와 규례에 대해 본문은 묘사하지 않지만 이미 출애굽기 12장에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스라엘은 날짜도 지켜야 하고 규례도 지켜야 한다.
그들이 첫째 달 열넷째 날 해 질 때에
시내 광야에서 유월절을 지켰으되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것을
다 따라 행하였더라 (5절)
유월절 규례에 의하면 어린 양의 피를 문인방과 좌우 설주에 뿌려야 한다(출 12:7). 그런데 이스라엘이 유월절을 지켰던 장소는 시내 광야다. 광야에 거주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문인방과 좌우 설주가 설치된 건물이 아니라 장막에 거주하고 있었다. 추축 하건대, 그들이 거주하는 장막에는 어린양의 피가 새어 들어왔을 것이다. 그래도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 유월절을 지켰다.
부정하게 된 사람들
정한 날짜에 정한 규례대로 유월절을 지켜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의 시체로 말미암아 부정하게" 된 사람들이다(6절).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린 양을 잡아 유월절 제사를 드리고 그 고기는 가족들이 함께 먹어야 한다(출 12:8). 그런데 율법에 의하면 유출이나 나병 혹은 주검에 접촉하면 부정하게 된다. 그리고 부정하게 된 사람이 제물의 고기를 먹으면 그는 백성 중에서 끊어진다(레 7:20-21). 그러므로 부정하게 된 사람은 제물을 먹을 수 없기에 유월절을 지킬 수가 없다. 모세는 이러한 경우에 대해 하나님께 여쭈어보았고, 하나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너희나 너희 후손 중에 시체로 말미암아 부정하게 되든지
먼 여행 중에 있다 할지라도
다 여호와 앞에 마땅히 유월절을 지키되
둘째 달 열넷째 날 해 질 때에 그것을 지켜서 (10b-11a절)
부정하게 된 사람은 한 달 뒤에 정결한 상태로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 하나님의 대답 가운데 중요한 단어는 "다"와 "마땅히"라는 부사다. 여러 가지 이유로 유월절을 정해진 날짜에 지키지 못하더라도 이스라엘 백성은 "다" 그리고 "마땅히"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이다.
본문의 사건은 1월 14일이 아닌 2월 14일에 유월절을 지키는 예외 규정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취지는 이것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매년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 심지어 이스라엘 가운데 거류하는 타국인도 원한다면 동참시켜야 한다(14절). 출애굽이라는 위대한 구원 역사를 기념하는 일에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 유월절 어린 양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소개한다(요 1:29). 유월절 규례는 어린양의 뼈를 하나도 꺽지 말아야 한다(12절). 요한복음은 이 규정이 예수님을 통해 성취되었다고 선언한다(요 19:36).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든 이스라엘 백성이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10절), 예수님은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고 말씀하신다(요 6:53). 한편, 부정한 사람은 한 달을 기다리더라도 그 부정을 씻고 유월절에 참여해야 했는데(10-11절), 사도 바울은 "주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자는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니라"고 말씀한다(고전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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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 8장은 등잔대가 빛을 비추는 방향, 레위인 봉헌식, 그리고 레위인의 은퇴에 대해 말씀한다.
등불의 방향
회막의 안쪽에 위치한 성소에는 정면에 분향단이 위치하고 그 양편에 등잔대와 진설상을 놓았다. 대제사장인 아론은 매일 아침과 저녁에 성소에 들어가 향을 피우고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출 30:7-8). 본문에서 하나님은 아론이 등불을 밝히는 방향을 지시하신다.
아론에게 말하여 이르라
등불을 켤 때에는 일곱 등잔을
등잔대 앞으로 비추게 할지니라 하시매 (2절)
등불의 방향이 앞을 향하도록 명령하신 이유는 성소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등잔대와 진설상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빛을 내는 등잔대는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권능을 상징하고, 상 위에 진설한 열두 덩어리의 빵(진설병)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한다. 제사장은 등잔의 빛이 언제나 앞으로 향하여 진설병을 비추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이스라엘이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의 빛 안에 살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라는 제사장 축복문(민 6:25)의 시각적 상징이다.
레위인 봉헌식
제사장의 위임식은 제물을 드리고 기름과 피를 붓고 제사장 의복을 입는 등의 특별한 의식이 많았다(레 8장). 반면 레위인의 봉헌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레위인들을 정결하게 하는 절차만 밟았다(6절). 레위인이 아닌 열두 지파의 사람들이 부정을 씻는 과정과 유사할 정도다. 그러나 레위인의 봉헌식에는 매우 중요한 순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레위인을 요제로 하나님께 드리는 과정이다.
아론이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레위인을 흔들어 바치는 제물로 여호와 앞에 드릴지니
이는 그들에게 여호와께 봉사하게 하기 위함이라 (11절)
하나님은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의 장자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시고, 모든 장자를 대신하여 레위인을 하나님의 것으로 삼으셨다(17절). 이스라엘은 레위인을 하나님의 것으로 바쳐야 했고 그 방식이 흔들어 바치는 제물, 곧 요제였다. 레위기에서 요제는 짐승이나 곡식을 하나님께 드릴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제물은 가축을 죽여 하나님께 바치는데, 본문은 살아있는 레위인을 제물로 드리고 있다. 신약성경으로 넘어가면, 사도 바울은 모든 성도들에게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살아있는) 제물로 드리라"고 권면한다(롬 12:2).
레위인의 은퇴
본문 24절은 레위인이 회막 봉사에 복무하는 나이를 25세에서 50세로 규정한다. 민수기 4장이 레위인의 복무 나이를 30세에서 50세로 규정한 것과 차이가 있다(민 4:3). 이러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인 칠십인역은 민수기 4장의 '30'이라는 숫자를 '25'로 수정했다. 유대교 주석가들은 25세부터 처음 5년은 수습기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 주석가 중에는 레위인이 복무를 시작하는 나이가 처음에는 25세였는데 시간이 지나며 30세로 늦춰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러 가지 설명이 제시되는 이유는 아직 25세와 30세의 차이를 설명하는 확실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강조점은 레위인이 복무를 시작하는 나이가 아니라 은퇴하는 시점이다.
오십 세부터는 그 일을 쉬어 봉사하지 아니할 것이나
그의 형제와 함께 회막에서 돕는 직무를 지킬 것이요
일하지 아니할 것이라
너는 레위인의 직무에 대하여 이같이 할지니라 (25-26절)
레위인이 50세가 되어 은퇴하면 그는 회막의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을 멈춘다. 그러나 "형제와 함께 회막을 돕는 직무"는 계속한다. 은퇴 이후에도 회막 주변에 거하면서 젊은 레위인들의 봉사를 돕는 역할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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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의 각 지파 지휘관들이 매일 한 사람씩 헌물을 드린다. 이들은 모두 동일한 헌물을 드리지만, 본문은 같은 내용을 열두 번 반복하여 기록한다. 이러한 반복은 수입과 지출을 정확히 기록하였던 성전의 장부에서 기인한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독자의 입장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민수기가 축약보다는 반복을 선택한 데는 중요한 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누구든지, 모든 지파의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향한 예배에 차별 없이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지휘관들이 드린 헌물
열두 지파의 지휘관들은 모두 동일한 헌물을 드렸다. 그 헌물은 먼저 성전의 기구다.
성전의 기구 외에도 지휘관들은 제물을 드렸다. 레위기는 다섯 가지 제사의 제도를 가르쳐준다(레 1-7장), 각 지파의 지휘관들은 이 가운데 네 가지 종류의 제물을 드렸다.
속건제 제물을 제외하고 레위기에서 규정한 모든 제사를 위해 제물을 드렸다. 속건제는 특별히 심각한 죄를 씻기 위한 제사였기에 배제되었다. 지휘관이 드린 제물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하는 소제는 제사장들의 주된 수입원이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가 제사장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책임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님과 모세의 친밀한 대화
모세가 성막을 완성하여 세웠을 때 하나님의 영광이 회막에 충만했다. 출애굽기는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하여 모세가 회막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씀한다(출 40:33-35). 그런데 그날부터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지휘관들이 헌물을 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휘관들이 헌물을 드린 이야기의 결론을 본문은 이렇게 서술한다.
모세가 회막에 들어가서 여호와께 말하려 할 때에
증거궤 위 속죄소 위의 두 그룹 사이에서 자기에게 말씀하시는 목소리를 들었으니
여호와께서 그에게 말씀하심이었더라 (89절)
성막에 임재하신 하나님께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대표하여 지휘관들이 헌물을 드리며 예배하였다. 그러자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과 더욱 친밀한 교제를 시작하신다.
하나님의 임재와 이에 감사하며 드리는 예배, 그로 말미암아 더욱 깊어지는 하나님과의 교제. 바로 이것이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 사이의 아름다운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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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막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은 레위인의 역할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 모두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동참하기를 원하셨다. 나실인 서원은 각 개인이 시간을 정하여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는 제도였다(민 6장). 본문은 시간 외에도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가 헌물을 드리며 하나님을 섬기는 방식을 소개한다.
시간의 흐름과 사건의 연관성
민수기 7장 1절부터 9장 15절은 하나의 단락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처음(민 7:1)과 마지막(민 9:15)이 동일한 때를 언급하기 때문이다.
모세가 장막 세우기를 끝내고 그것에 기름을 발라 거룩히 구별하고
또 그 모든 기구와 제단과 그 모든 기물에 기름을 발라 거룩히 구별한 날에 (민 7:1)
성막을 세운 날에
구름이 성막 곧 증거의 성막을 덮었고(민 9:15a)
모세가 성막을 완성하여 세운 사건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출애굽기 40장부터 성경의 서술은 대략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민수기 6장까지). 이를 정확한 날짜로 표시하면, 성막을 세운 날짜는 출애굽을 기준으로 2년 1월 1일이고(출 40:2) 인구를 조사한 같은 2월 1일 이후의 사건까지 약 한두 달의 기간이다. 그런데 민수기 7장부터 9장은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여 다시 성막을 세운 1월 1일로 다시 돌아간다. 이를 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날짜
(출애굽 후 2년) |
주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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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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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사건
|
성경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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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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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막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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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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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막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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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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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막에서 율법을 명령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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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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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제단에 헌물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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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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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장 위임식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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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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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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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장 위임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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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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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과 아비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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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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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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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제단에 헌물하기를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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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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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인 봉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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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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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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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유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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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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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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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조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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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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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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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된 유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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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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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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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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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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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don J. Wenham, Numbers: an introduction and commentary, reprint (Downers Grove, IL: IVP, 2008), 103.
이러한 현상은 민수기가 시간적 흐름보다 사건의 연관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민수기 1장부터 6장까지 회막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진영에 거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강조하였다. 이제 이스라엘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께 각 지파의 지휘관들이 하나님께 헌물을 드리고, 모든 백성이 유월절을 지키는 장면을 서술한다(민 7-9장). 이는 성막과 그곳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이스라엘 백성의 반응이었다.
회막 봉사에 동참하는 열두 지파
본문에서 이스라엘 지휘관이 헌물로 드린 것은 수레와 소다.
그들이 여호와께 드린 헌물은
덮개 있는 수레 여섯 대와 소 열두 마리이니
지휘관 두 사람에 수레가 하나씩이요
지휘관 한 사람에 소가 한 마리씩이라
그것들을 장막 앞에 드린지라(3절)
지휘관들이 드린 소는 제물이 아니다. 수레 여섯 대를 끌 수 있도록 열두 마리의 소를 받쳤다. 소 두 마리에 한 겨리를 지워 수레를 하나씩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수기 4장이 서술한 레위인의 역할에 따르면(민수기 4장 "레위 지파의 가문별 역할"), 고핫 자손은 성물을 어깨에 메고 옮긴다. 반면, 회막의 더 크고 무거운 부분을 담당하는 게르손 자손과 므라리 자손이 어떻게 성물을 옮기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이스라엘 지휘관이 수레와 소를 헌물로 드린 본문의 이야기는 이 부분을 보충한다. 성막의 휘장을 주로 다루는 게르손 자손에게는 두 개의 수레를 주었고, 휘장 외에도 기둥을 다루는 므라리 자손에게는 네 개의 수레를 주었다(7-8절). 성막의 각 부분을 수레에 싫어 옮기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나실인 서원이 이스라엘 열두 지파도 시간을 드려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참여하는 제도라면, 지휘관들의 헌물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가 물질로 회막 봉사에 동참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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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기도>(A Simple Way to Pray)는 마틴 루터가 가까이 지내던 이발사 페터(Peter the Barber)에게 쓴 편지의 확장판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도의 방법론은 신학적이면서 동시에 실제적이다. 팀 켈러 목사는 <기도>라는 책을 저술하면서 마틴 루터의 <단순한 기도>를 여러 차례 인용하는데, <단순한 기도>에 대해 팀 켈러는 이렇게 평가했다. "지극히 실제적인 면모와 심오함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해마다 다시 읽어 볼 만한 자료다."
집중하라 그리고 성령을 따르라
마틴 루터는 기도를 모든 성도들이 최고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기도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은 많은 기도 시간을 할애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기도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틴 루터는 이렇게 썼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기도하는 사람은 제대로 기도한 적이 없음이 분명합니다. 제대로 된 기도를 바친 기도자는 자신이 기도할 때 쓴 모든 단어와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기억하기 마련입니다."(p. 24) 이 구절은 우리의 기도가 얼마나 초점을 잃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내 삶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과 대화하면 우리는 그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그런데 하나님과 대화하면서 기도가 끝남과 동시에 그 내용을 잊어버린 적은 얼마나 많은가?
마틴 루터는 기도에 집중하라고 말씀한다. 동시에 성령께서 기도의 방향을 바꾸신다면 성령을 따르는 자유도 강조한다. "성령이 그대의 마음속에 풍부하고 깨우침을 주는 생각을 불어넣으시면 지금까지의 설명에 집착하지 말고 그분을 기리십시오."(p. 29) 루터는 말씀을 묵상하며 그 깨달음을 가지고 기도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인간의 묵상이나 연구보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야 한다. 루터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가면서 하나님께서 들려주시는 음성을 놓치지 말라고 권면한다. 성령의 음성이 들려올 때 잘 기록해 두라는 권면도 빼놓지 않는다.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해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기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성령께서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이기 때문이다.
말씀 묵상과 기도
마틴 루터는 그의 친구 이발사 페터에게 성경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한다. <단순한 기도>의 많은 분량이 주기도문, 십계명, 나아가 사도신경을 이용한 기도의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주는데 할애되어 있다. 루터가 제시하는 기도의 방법은 모든 성경을 본문으로 삼아 기도할 때 적용할 수 있다. 루터는 성경을 이용한 기도를 네 가지 단계로 설명한다. (1) 교훈 (2) 감사 (3) 고백 (4) 간구의 순서다. 먼저 교훈이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는 단계다. 이 과정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보다는 성경을 묵상하거나 연구하는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본문을 통해 하나님의 교훈을 깨달았다면 이제 기도를 시작한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며, 끝으로 간구하며 기도한다. 루터는 십계명을 본보기로 설명하면서 이 네 단계를 멋지게 표현했다. "십계명은 우리 삶의 교과서이고 노래책이며 참회서이자 기도서입니다."(p. 44)
기도와 관련하여 종교개혁의 전통에는 시편 기도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단순한 기도>에서 루터가 시편 기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교훈 - 감사 - 고백 - 간구의 네 단계는 시편기도를 위한 좋은 가이드를 제공한다. 성경에 근거하여 보다 풍요로운 기도를 드리고 싶은 성도들, 특별히 시편기도를 시도하려는 성도들은 팀 켈러 목사의 평가대로 이 짧은 책을 규칙적으로 읽어볼 것을 권한다.
https://m.blog.naver.com/practicaltheologian/223204931012
https://m.blog.naver.com/practicaltheologian/22322225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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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제사장에게 백성을 축복하라고 명령하신다. 제사장의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는 백성을 축복하는 것이요, 하나님은 제사장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복을 주기를 원하셨기 때문이다.
축복의 내용
제사장의 축복문에는 하나님의 이름인 여호와가 절마다 반복되어 등장한다(3번). 히브리어 문법에서 굳이 반복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문장이 구성되는 단어다. 이러한 반복은 복의 출처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할지니라 하라 (24-26절)
축복문의 첫 번째 구절은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고 친히 지켜주시기를 구한다. 시편 121편은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라고 시작한다. 그리고 이 시의 마지막은 본문의 축복으로 마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 (시 121: 7-8)
제사장의 축복문은 두 번째 구절과 세 번째 구절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언급한다. 두 번째 구절의 "그의 얼굴을 비추사"는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자비를 표현하고, 세 번째 구절의 "그의 얼굴을 향하여 드사"는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관심과 집중을 표현한다. 마지막 구절의 평강(peace)은 전쟁이나 폭력이 없는 상태를 넘어 건강, 번영, 구원 등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에게 주시는 모든 축복의 총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의 약속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축복은 제사장의 역할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복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들은 이같이 내 이름으로 이스라엘 자손에게 축복할지니
내가 그들에게 복을 주리라 (27절)
본문의 결론인 "내가 그들에게 복을 주리라"에서 히브리어 문법은 "내가"를 강조한다. 제사장이 백성을 축복할 때 "여호와께서"를 반복하여 강조했다면(24-26절), 하나님의 약속에도 "내가"를 강조한다. 하나님은 인간 제사장을 통해 백성에게 축복의 말을 전하도록 명령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의 축복 대로 복을 주신다고 분명히 약속하신다.
구약의 시편만이 아니라, 기독교 예배에서도 본문의 축복문은 널리 활용되었다. 아론의 축복문에 주님의 이름(여호와)이 3번 등장하는 것을 기독교 신학자들은 삼위일체를 예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 예배에서 아론의 축복문을 노래하거나 선포하는 것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복을 내려달라는 축복과 기원이다.
민수기 7장 12-89절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참여하는 예배" (0) | 2023.0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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